교단일기&교육이야기 268

방학.

2011.3.16 방학은 참 특별한 기간이다. 계속 3학년 담임을 했기에 나에게 방학은 없었다. 게다가 원치않는(?) 연수까지.. 하지만 올해 방학은 달랐다. 원치않는 연수도 없었고 보충도 없어 말그대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행복했다. 제일 행복했던 것은 아이들의 작은 성장을 볼 수 있었다 는 것이다. 게다가 원하는 연수를 들었던 것도 참으로 소중하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교사의 교육철학과 경기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혁신 학교중 '배움의 공동체'라는 프로그램.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읽기 였다. 정말 좋았다. 환기되는 느낌이었고 내가 놓치고 살았던 교사로써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해 준 소중한 연수였다. 개학하면 꼭!!! 활용해 보리라 마음 먹고 있다. 어려운 것은 안되겠지만 대..

역시나 수능.

2010.11.21 역시나 수능이었다. 전날까지의 극도의 긴장감에서 막상 쳤을 때의 허탈함.. 아무리 시험을 잘 쳤어도 나올때 기분이 상쾌하지만은 않은 수능이었다. 사실 우리반에서도 최저등급 맞추려는 학생과 말그대로 정시만 공부한 학생은 10여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원서접수는 했고 이미 수시에서 최종합격한 그냥(?) 치는 학생들이었다. 그냥 치는 학생들에게는 수능은 말그대로 그냥 치는..부담없고 언제든 나오면 되는 시험이었지만 최저와 정시생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시험이었다. 결과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썩 좋지 않았다. 점수가 오른 학생보다는 내린 학생들이 많았고 수능친 다음날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온 학생도 부지기수였다. 난 당연히 과목이 한국지리라 한국지리를 선택한 학생들의 점수를 체크하는데 바..

장도식.

2010.11.16 수능을 몇일 앞두고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있다. 15일 학교에서 후배들이 준비한 장도식 행사가 있었다. 우리학교 장도식의 묘미는 운동장에서 각자의 소원을 적은 각양 각색의 이쁜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 내용이 바꿔 교장선생님의 격려말씀과 후배들의 선물 전달식, 후배들의 격려사와 3학년 선배의 답례사, 그리고 이쁜 풍선 대신 각양각색의 종이에 소원을 적은 후 비행기로 접어 하늘로 날리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나고 1,2학년 여학생들이 입구까지 길게 줄을 서서 지나가는 3학년 선배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 격려사와 답례사는 참으로 귀여우면서도 비장했다. 수능을 치러 가는 것이 무슨 전쟁터에 나가는 것인 마냥 모두의 각오는 남달랐고 학..

소등식.

2010.11.15 소등식을 했다. 지금 우리반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운동학원이나 과외, 독서실등 을 다닌다는 이유로 밤에 야자를 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하지만 행사가 행사이니 만큼 귀가했다가 소등식하는 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로 들어오게 했다.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 대부분이 들어왔고, 소등식이 거행되었다. 소등식이 시작되기 전에 난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 '오늘 이 행사는 여러분 인생에 마지막으로 있게 되는 야자에 대한 마무리 행사입니다. 이러이러한 절차로 진행될 것입니다. 허나 우리반은 뭔가를 특별히 준비했으면 합니다. 좋은 생각없을까요?' 곧 이어 많은 재미있는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우리반은 운동장에 모두 나가있다가 폭죽으로 수능대박! 이라는 글자를 새기는..

졸업 그 이후..

2010.11.15 어느 덧 이 학교에 온지 3년쯤 되었다. 1학년 담임과 3학년 수업, 그 이후 3학년 전담과 담임 2년 째. 이제 어느 새 졸업생들이 학교 찾아왔을때 이름 부르며 반가이 맞을 수 있는 순번(?)이 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 졸업생들이 학교를 자주 찾았다. 이 놈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머리가 샛노랗다던지 치마가 너무 짧다던지, 짙은 화장에, 장발... 졸업한 대학생들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1년 차이로 작년엔 문제아의 패션이었던 것이 1년이 지나고 나면 말그대로 개성으로 보이는 것이 내 스스로 훗. 웃음이 났다. '나도 학교에 오래 있다보니 변해가는구나..' 신규일때는 두발자유에 대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아이들 입장으로 생각을 많이 했으나 인성부 지..

2학기의 시작.

2010.8.19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가 시작되면 몇몇아이들과 담임 선생님들은 몇차례의 곤혹을 치룬다. 바로 수시로 갈것이라고 준비한 아이들과의 마찰이다. 이제 수시에 들어가는 내신이 끝났기 때문에 더이상 학교교육과정 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것이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문제이다. 야자를 안할려고 하고 보충을 뺄려고 하고..담임선생님은 니가 빠지면 다른 애들은 어쩌냐는 식으로 잡아두기 바쁘고 .. 뚜렷한 명분도 없다. 상당히 곤혹스럽다. 이미 합격한 아이들한테는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고 사실 야자 시간 분위기는 1학기만 못하고.. 참 선생님들이 힘이 없음을 많이 느낀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아이로 만들어야 하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시유형에 따라야 하고 대학 입시에 필요치..

여름 보충 수업.

2010.7.28 여름의 보충수업은 여러모로 힘들다. 특히 고3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대학 입시 제도에서 1학기 내신으로만 뽑는 수시가 많아지면서.. 사실 우리학교 학생들의 70%정도는 수시로 가는 것이 유리하니 여름 보충수업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수업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혹시 모를 정시대비 를 위해 수능을 준비하며 여름 보충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2시간 정도의 자율학습을 하는데 사실 1학기 때보다 집중이 덜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충만 되면 왜그리도 환자가 많이 생기고..진단서를 끊어오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진단서를 출력할 수 있다 (?)고 하니 진단서만을 믿을 것도 못된다. 해서 아침마다 아이들 지각 전화와 결석 전화로 바쁘다. 하지만 우리반은 ..

2010. 스승의 날

2010. 5.24 올해는 스승의 날이 참으로 조용했던 것 같다. 운동장 조회도 없었으며 우리 학교는 정상 일과가 진행되었다. 난 그날 교실에 좀 늦게 들어갔고 아이들은 조용했다. 종례시간 때 아이들이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케익 받으러 오세요.' 그냥 까(?) 놓고 말하는 아이들. '오냐. 날 감동시키지 않기만 해봐라!' 순순히 따라갔다. 뭘 거창하게 했을까..라는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교실에 들어가니 작은 아주 작은 케익이 교탁위에 놓여있고 이쁜 꽃도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울려퍼지는 노래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처음에는 잔잔하게 갈수록 크게 불렀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 노래는 끝났고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한 작은..

2010년 내생일.

2010.04.17 매년 생일때마다 글을 쓰는 것 같다. 내 생일을 챙겨주려는 30여명의 아이들의 노력이 너무 고마워서 일게다. 전에는 내 생일이라고 아이들한테 알려준 적이 있었으나 요즘엔 알려주지 않는다. 근데 우리반 놈들이 어떻게 알아서 내 생일을 챙겨주려 했었다. 하필 내 생일은 놀토였고 그날 난 당번이 아니 였다. 해서 난 집에서 아이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시쯤되자 우리반 정이한테 문자가 왔다. '선생님 학교에 좀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와?' '4시에 꼭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급한 일입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 생일을 챙겨주려 하는 것이구나. 픕. 귀여운 놈들' '모르겠다. 갈수 있을지, 상황보고 결정할께.' 라고 마지막 문자를 남겼다. 3시 30분쯤 되어 난 시우..

2010년 3학년 담임.

2010.3.10 작년은 참..여러모로 아쉬운 한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들 말을 하고 졸업했으나.. 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 제일 큰 이유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많이 못가서 그런 것 이리라.. 해서 올해 한번 더 3학년 담임을 자청했다. 작년의 경험을 교훈삼아 다시한번 제대로 해 보고 싶어서였다. 올해도 반은 4반을 맡았다. 올해 3학년 놈들은 이놈들이 1학년일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해서 래포를 형성할 필요는 딱히 없는 한마디로 친숙한 놈들이었다. 1학년때 우리반이었던 놈들도 9명이나 된다. 첫 날 부터 말했다. '여러분들과 상담을 안해도 선생님은 대략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성적이 되면 부산대, 중위권 성적이면 경상대, 창원대, 즉 대부분의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