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글 목록

저는 소위 말하는 문과출신입니다. 적성을 알아서가 아니라 학창시절, 단지 수학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의 과목 점수가 뭣이라고 문과 이과를 선택해 인생이 이렇게 펼쳐질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수학, 과학은 딴세상 이야기였습니다. 수학, 과학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일 뿐이지 제 삶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헌데 <다윈의 서재>를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구성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분야별 당대 최고의 학자들을 초대해 인터뷰하고 대화를 나누는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분야별 초대된 대상자들은 누구인가? 다윈이 살아 있다면 다윈의 서재에 꽂혔을, 다윈이 읽었을 책을 쓴자들입니다. 즉 연구하고 논문만 쓴 학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결과, 가설들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책을 쓰고 그 책들이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들입니다. 챕터별로 인터뷰 분량은 적습니다. 보통 한 분당 5페이지 내외의 대화내용이 전부입니다. 5페이지에 그(그녀)가 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생각을 간략히 나눕니다. 해서 깊은 내용 이해는 힘듭니다. 다만 그 책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합니다. 물론 이 인터뷰는 저자 장대익 교수의 픽션입니다.

1부는 다윈의 서재에 꽂힐만한 분들의 책소개와 인터뷰내용이라면 2부는 저자가 직접 책을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재미있습니다.

<다윈의 서재>는 간단히 말해 과학관련 책들을 흥미롭게 소개한 서평집으로도 읽힙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저자 장대익 교수의 박식함과 쉬운 설명에 놀랬습니다.

'우주의 팽창', '우주의 기원', '진화론'과 '창조론'은 제 삶에 별 의마가 없는 주제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과학은 생각만큼 멀리 있지 않다. 인류의 진화(?)와 과학의 진화는 함께해 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과학 기피증, 과학 혐오증, 과학 불필요성, 새로운 흥미가 필요한 분들께 감히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내용소개는 못하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느낀 감동을 글로 적절히 옮기는 것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그만큼 재미있습니다.

<다윈의 서재>, 정말 강추드립니다. 책은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제법 두껍지만 순식간에 넘어갑니다. 제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 입니다. 배움과 감동을 얻고 그것을 나누는 것, 해서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다독가는 아닙니다. 허나 애독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다윈의 서재>는 과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대중속으로 유쾌하게 스며놓은 책입니다. 2014년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2019년에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어색하지 않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윈의 서재>,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과학, 상상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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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숙작가의 <싱글 브릿지>를 읽었습니다.

지난 주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입원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병원은 그리 유쾌한 곳이 아닙니다. 특히 수술 후 꼼짝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는 더 심합니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은 손가락으로 리모컨 버튼을 누르며 별 의미없는 TV채널을 끊임 없이 돌리는 것이나 폰을 통해 세상을 엿보는 것 정도 입니다. 시간이 참 느리게 흐릅니다. 해서 어느 순간부터 병문안 오신다는 분들께 읽을 책을 좀 갖다달라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김민숙 작가님께서 직접 병문안 오셔서 작품에 쾌유를 바란다는 친필사인까지 해주신 것입니다.


김민숙 대표님은 이미 알고 지냈던 사이였습니다. 허나 이 분이 소설책을 세권이나 쓴 작가신지는 몰랐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어서 가져왔어요. 작품은 부끄럽지만 시간의 지루함은 덜어지길 바래요." 겸손하게 말씀하시며 제 손에 책을 한권 쥐어주시고 가셨습니다. 놀랬습니다. 소설작가셨다니...
작가님께서 가시고 난 뒤 서둘러 책장을 펼쳤습니다.

하루가 지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특별한 쾌감이 밀려 왔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를 뭐하려고 읽어. 도움도 안되는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후 우연히 소설작품을 접하며 제가 소설작품에 대해 크게 잘못 판단했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소설은 우리네 삶을 고민케 하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상희, 홍진화, 서경빈, 찰스, 기호, 장일도, 보영, 채연...

주요 인물들입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목표가 모두 다른 인물들입니다. 허나 이 인물들은 사랑과 야망을 기본으로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얽혀있습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콕 찍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모두 공감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주 배경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인기의 정점을 찍은 가수와 인기를 얻어야만 하는 가수, 인기가 생긴 신인과 회사대표의 관계가 주내용입니다.작품 초기에는 상희의 시점으로 몰입되다가 점차 서경빈, 기호, 홍진화의 순으로 관점이 옮겨갑니다. 워낙 자연스럽고 흥미진진해 중반쯤 읽다보니 '결론이 어찌 될까?'라는 기대가 절로 커집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야 모든 인물의 상황이 이해되며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런 드라마가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300페이지 정도의 중편소설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되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력적으로 야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방문 덕분에 소설에 대한 갈증이 다시 타올랐습니다. 이번 기회에 김민숙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붉은 달의 기억>과 <보리차를 끓이는 여자>도 읽어볼 참입니다.

이런 작품을 쓰신 작가님을 현실적으로 안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연예인을 만난 느낌입니다.

소설, 추천합니다. <싱글 브릿지>는 지금은 싱글인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품이지만 메시지는 강합니다.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 소개드립니다.

싱글인 분들과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 적당히 야한 작품에 목마른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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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우리가 부자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나온 새책입니다. 제목부터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변두리 마을? 마을에 도착한 것이 왜?'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제목만 보고 특정 마을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책의 중간 즈음을 읽을 때 까지도 마을 공동체를 자랑하는 책 같았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마을 공동체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기준이 다른 행복,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감히 행하지 못하는 행복을 위한 방법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풀어쓴 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자는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뭘까? 좋은 직장, 많은 월급만을 쫓는 것이 행복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속의 경험을 조용히 전하며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찾아내게 합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고 좋은 교육의 한 방법으로 건강한 마을 공동체가 답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단지 그 생각 뿐이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거창한 인문학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저자는 담담히 말합니다.

-'그 봄의 어느 날, 그 정원 속에서 나는 아직도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다는 것에 문득 아연해졌다. 다른 이들이 옳다고, 멋지다고 여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렸음을, 우왕좌왕하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 제대로 몰두한 적이 없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산속의 허술한 정원에서 느낀 평화는 내가 그렇게 보내버린 시간이 주지 못한 행복감을 주었다. 나는 그토록 열심히 구했던 행복을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버리고 한없이 쓸모없어 보이는, 그래서 가장 낮아 보이는 일에서 느끼고 있었다. 내가 좀 더 일찍 삶의 목표를 큰 집과 차가 아니라 평화롭고, 불안 없는 삶으로 수정했다면 어땠을까. 20대에 시골집에서 꽃을 가꾸며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내가 경쟁에 힘겨워하는 사람임을, 다른 사람에게는 효율 없어 보이는 일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왜 이제서야 절감하는걸까.'(본문 중)

저자도 현시대를 사는 평범한 도시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차피 그리 될 것인데..라는 말 속에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닥달하고 자신을 혹사하며 살았습니다. 허나 경기도의 한 변두리 마을로 이사가서 그냥 흔한 옛 마을 속에서 살며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자본을 따르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법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얻은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대단한 인문학 서적도 아니지만 훨씬 깊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이론적으로 풀어쓴 게 아니라 '함께'라는 인간의 원초적 힘을 확신하고 쓴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읽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부러움이 계속 일어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합니다.

-'이곳이 신기한 마을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저 오래된 마을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변했을 거라 추측했으나 지금 보니 오랫동안 그들 안에 있던 모습이 드러난 것일 뿐이었다. 자루마을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이 유별나게 따스한 마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광폭함에 대산 글로 읽혔으면 한다. 그리고 누군가 작은 것을 먼저 베푸는 시도를 해보길, 따스한 숯덩이 같은 이웃의 존재를 믿게 되길, 그리하여 내 마을에서 자루마을의 따스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퇴고를 하며 모두에 쓴 글을 수백 번 넘게 다시 읽었다.
'모든 것이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이제 이 글을 분노 없이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야 돌아보니 이 문장은 마을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나라고 정으할 만한 것이 없으며, 남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모든 것은 연결된 채 스러져 간다'고 말이다.'(본문 중)

막힘없이 술술 읽은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상상도 못했던 선물이 있어 책의 감동이 더 깊어졌습니다.

삶의 방향을 아직 못 잡은 그대에게, 공동체는 선호하나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상심한 그대에게, 행복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변두리 마을에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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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2회 사랑모아독서대상에서 대상에 선정된 서평입니다.>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예전에 샀던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그전에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성심당 이야기 뿐 아니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심당의 역사 뿐 아니라 성심당의 철학이 깊이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남해의 봄날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쳤습니다. ‘그림이 너무 예쁘다. 책이 따뜻하다.’는 평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여유로울 때 읽으려고 아껴두었던 책입니다. 허나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글입니다.

<그림과 글:이미경/남해의 봄날/2017.2.10/17,000원>


이 책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이미경 작가는 손끝 여문 외할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아 어려서부터 만들고 그리는 걸 즐겼고 자라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둘째 아이를 갖고 퇴촌으로 이사해 산책을 다니다가 퇴촌 관음리 구멍가게에 마음을 빼앗긴 후 20여년 동안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수백 점의 구멍가게 작품을 그려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감동을 전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안타까움으로 오늘도 작은 골목들을 누비며 구멍가게의 모습과 이야기를 정교한 펜화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문장만 봐도 책의 내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경 작가는 단지 구멍가게의 풍경 뿐 아니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구멍가게…….잊고 있었던 단어입니다. 요즘은 구멍가게보다는 마트라는 말이 익숙한 듯합니다. 동네마다 있었던 자그마한, 없을 것 빼고 다 있던 구멍가게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만남과 대화의 장소였습니다. 많은 수입이 없어도 구멍가게를 지키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오늘이 아닌 어제를 기억하며 사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더 많이 벌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닌 없어져서는 안되기에 문을 열고 있는 구멍가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구멍가게에서 친구들과 철없이, 재미있고 건강하게 놀았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마트가 즐비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도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현실이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구멍가게에서 놀던 아이들에겐 동전 하나만 있어도 행복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잊고 살고 있지만 당시의 건강한 추억이 오늘을 사는 자양분이 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구멍가게는 힘든 현실보단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추억을 떠올려주는 곳입니다.

 

이미경 작가는 전국의 구멍가게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과거를 추억합니다. 독자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전합니다. 책은 잘 넘어 갑니다. 중간 중간 있는 구멍가게 그림들은 잠시 책장을 멈추게 합니다. 세밀화 자체도 훌륭하지만 구멍가게마다 스며있는 사연들과 작가님의 이야기가 그림을 더 따뜻하게 합니다.

우리 주위에 늘 함께해서 낯익은 것에 눈을 돌리자. 함께한 시간만큼 마모되고 둥글어진 모서리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시간의 흔적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기억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구멍가게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돌면 그곳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행복이 있다.’(본문 중)

저는 나름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착잡할 때 이 책을 펼쳤습니다. 책 읽는 것도 잊고 작품을 감상하듯 탄복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어느 새 심란했던 마음은 차분해졌고 책 속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자연스레 과거의 신났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구멍가게가 흔했던 시절을 산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구멍가게 추억의 끝자락쯤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동네 구멍가게에서 10, 20원으로 먹거리를 사고 친구들과 달고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제가 사는 지역인 경남 마산에서는 뽑기’, ‘쪽자라고 불렀습니다.) 핀 끝에 침을 묻혀가며 달고나 도장 모양을 섬세하게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마지막 부분에 꼬리가 잘려 달고나를 하나 더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 아쉬워한 경험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달고나를 해 먹던 위생은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누가 사용했는지도 모를 젓가락이 한 움큼 담겨있는 물통에서 마음에 드는 젓가락 하나를 골랐고 그 젓가락으로 달고나를 만들며 침을 얼마나 묻혔는지 모릅니다. 달고나를 만들던 작은 국자도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른 채 곁에 묻어 있는 달고나 찌꺼기를 많이도 떼어 먹었습니다. 당시에는 달고나 모양 뽑기 미션 수행이 애틋했습니다. 친구들과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소다를 넣으며, 부풀어 오르는 달고나를 보며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에는 작가분이 직접 방문한 구멍가게 그림들이 많습니다. 그림 자체도 정감 있지만 그림과 같이 쓰인 작가님의 이야기가 감동을 더합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한여름에도 차다 못해 시린 지하수에 수박 한 덩이 담가 두었다 잘라 먹으면 그 시원함이 온몸에 퍼졌다. 커다란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퍼 담아 물장구를 치다 해를 등지고 물을 내뿜으며 나타나는 무지개를 보고 신기해하며 웃었다. 마당 가득 하얀 이불 홑청을 널어 두면 빨래 사이사이 얼굴을 파묻고 냄새 맡으며 좋아했다. 마당엔 분꽃, 맨드라미, 봉숭아, 샐비어 같은 화초가 있었다. 자줏빛 샐비어 꽃을 입에 물고 달콤한 꿀을 빨아먹기도 하고 갑갑함을 참아가며 열 손가락 묶어 봉숭아물을 들였다.’(본문 중)

절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랬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니지만 동네 누나들이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 눈이 내릴 때 까지 지워지면 안 된다며 손을 안 씻었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고무 대야는 온 집에 흔했고 여름에는 수영장으로, 겨울에는 김장하는 통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인근에 나들이를 갈 때면 막걸리와 음식들이 담기는 만능 용기였습니다. 겨울 철 방안의 두툼한 이불위에 올라가 구르며 장난치던 순간도 살아났습니다. ‘전국의 구멍가게가 뭐지?’로 펼쳤던 책인데 읽다보니 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심란함도 어느 새 사라졌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저는 배우고 싶을 때도 책을 읽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너무 힘들 때도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남해의 봄날 같은 지역 출판사들은 지역의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서는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풍요로워지기 위해서 읽어야 합니다. 지역 이야기와 유명하지 않은 이야기도 담아내는 출판사가 건강히 존재해야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혹시 삶이 팍팍해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힘들더라도 영원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 건강했던 추억은 우리가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처럼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떠올리며 동전 하나로 충분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의 난 어떤 욕심 때문에 힘든지도 생각해 봅니다. 몇 십 년이 지났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구멍가게들은 세상사는 분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어찌 보면 빨리’, ‘더 많이보다 필요한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일지도 모릅니다. 책의 에필로그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이 묵묵히 삶을 이어가며 한자리를 지켜왔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171월에 이미경.’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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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희진 2019.01.23 17: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서평 추천 감사합니다.

  2. 백가장 2019.02.14 20: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서평대회가 있는지 몰랐네요. 따뜻한 서평 잘 보았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글은 학이사에서 주최한 제 2회 사랑모아독서대상 서평공모전에 공모했던 글입니다.>


책을 왜 읽는가?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그렇다고 자주,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합니다. 허나 책 읽을 때, 책 내용에 몰입했을 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즐거움을 압니다. 해서 항상 손에 책을 들고 있지는 못하지만 제 손이 닿는 곳에는 책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서평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평소 지역 출판사 책을 찾아 읽는 편이라 기회다 싶어 골라두었던 책을 펼쳤습니다


펄북스에서 나온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이었습니다. 잠시 소개드리자면 펄북스는 지역에서 30여년 동안 토박이 책방으로 자리 잡은 진주문고의 출판브랜드입니다. 개인적으로 경남 마산의 경남도민일보의 출판브랜드인 피플파워’, 부산에 있는 산지니출판사 통영에 있는 남해의 봄날출판사를 좋아합니다. 지역 출판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지역 이야기를 담고 있고 잊고 지역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저도 작은 책방을 내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거 내가 꿈꾸는 건데?’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이소이 요시미쓰씀/홍성민 옮김/펄북스/13,000원/2015.9.15>


이 책은 이소이 요시미쓰씨가 썼고 홍성민씨가 옮겼습니다. ‘이소이 요시미쓰씨는 일본에서 11평 작은 방에서 시작된 동네도서관 운동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엘리트 사원으로 성실히 살았지만 어느 순간 직장과 건강을 모두 잃게 됩니다. 그 후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청년 도모히로 유이치씨를 만나고 그와 이야기 하며 작은 도서관을 통해 세상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이소이씨의 동네도서관 운동에 대해 소개 한 책입니다. 일본에서 동네 도서관이 지역별로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동네도서관은 이소이씨만의 작품은 아닙니다. 그가 청년 스승이라고 칭한 도모히로 유이치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도모히로씨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반년여 동안 후지야마 현을 시작으로 오키나와부터 훗카이도까지 일본 전국 80여 곳의 과소지역()만 찾아다니며 여행을 한 도모히로씨는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돈은 많을수록 좋고,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고 서두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성장과 상승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이 아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과소지역을 여행하며 깨달은 것입니다. ‘도모히로 유이치씨의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의 저자 이소이 요시미쓰씨는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때부터 저자는 도모히로군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 날 그의 꿈을 도모히로씨에게 말합니다.


길모퉁이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 그 곳에서 서로 배움을 나누는 작은 모임을 열고 싶어! 동네도서관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도모히로씨는 그의 이 말을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꼭 같이 해보자고 격려했습니다. 이 격려에 저자는 또 다시 힘을 얻게 됩니다. ‘난생 처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를 바꾼 동네도서관은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 지지해준 동료를 만나며 현실화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책이 없다고?


동네도서관을 꿈꾸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배움을 나눌 기회를 얻고 싶었다. 거기에는 번듯한 장소가 없어도 된다. 책은 각자 갖고 오면 된다. 결국, 문제는 자금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나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고 나서 오히려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만남과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나의 마음과 열정이지 돈과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부차적인 문제로 정작 소중한 가치를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저 자신부터 돌아보았습니다.

 

일본의 동네도서관은 다양한 사연과 형태로 시작됩니다. 대학부설 동네도서관도 있고 죽은 아내의 책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여 생긴 동네도서관도 있습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장서 한권 없이 시작한 도서관도 있고 치과병원 한쪽에 문을 연 동네 도서관도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삭막한 공간을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선생님의 바램이 현실화 된 곳입니다. 편의점보다 더 친근한 절 동네 도서관도 있고 들판에서 책을 읽고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논하는 오쿠타마 야외 동네도서관도 있습니다. 즉 어떤 공간이든, 어떤 형태든 동네도서관은 생깁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도서관의 주목적을 책대여가 아닌 책을 통한 배움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동네도서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사람들이 모입니다. 모임에 올 때는 주제에 관련된 책을 들고 옵니다.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하고 기증합니다. 책 뒷면에는 기증자 소개와 그 책을 기증한 이유를 적어둡니다. 후에 누군가가 그 책을 읽고 나면 감상문과 함께 책을 기증한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모임을 할 때마다 책은 점점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나이, 지위, 재산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배움 앞에 진실하게 만납니다. 명칭은 동네도서관이지만 사실은 동네 사랑방의 역할까지 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책을 빌려가고 반납하는 곳이 아닌, 책을 매개로 새로운 이웃을 만나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책도 함께 접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솔직히 저도 작은 책방을 꿈꾸지만 어디에 임대를 해야 할까? 책은 어떻게 준비할까? 사람들이 많이 올까? 임대료가 비싼데 어쩌지? 난 당장 돈이 없는데?’라며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방사업을 생각했었습니다. 생활비 걱정에, 책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작은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가 뭐지?’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책방을 꿈꾼 이유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고, 사람들과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책과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고 책을 통해 제가 사는 동네를 시작으로 세상을 공정하고 행복하게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부끄러움과 함께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대화는 물론 토론이나 음식 반입을 금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환경에 변화를 주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책이 모인 곳에 사람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도서관이 정숙을 강조하는 환경이 된 것은 도서관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저자가 도서관의 편견에 대해 적은 글을 보며 저 또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동네마다 동네도서관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지역마다 지역 출판사가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의 저자분들을 모시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동네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만큼 지역출판사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명백합니다. 지역의 이야기와 기록되어야 할 것을 기록하고 지역의 가치를 담아내는 지역 출판사는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지역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비슷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이 만드는 기적 이야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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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좋은 책이었습니다.

머리말에서부터 평범한 책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말


책과 멀어진 그대에게


오늘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죠?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뉴스도 챙겨봐야 하고, 실시간 검색어도 놓칠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칩니다....때로는 여행을 떠나 잠시 자유를 만끽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일 뿐, 근본적으로 우리네 삶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열심히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부동산과 제테크에 열을 올려도 인생은 왜 확 바뀌지 않는 걸까요? 어쩌면 삶의 목적과 방법을 잘못 설계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렇게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를 권합니다.

'마중물 독서' 시리즈는 책과 멀어진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기획물이라고 합니다. 2016년 7월 류대성, 왕지윤, 서영빈씨가 뜻을 모아 책과 멀어진 분들을 위해 엮은 책입니다. 저는 이 내용은 몰랐습니다. 단지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이 책을 골랐습니다. 

질문의 크기가 삶의 크기다.

라는 부제가 와 닿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제가 읽은 '배움과 미래에 관하여'는 3권입니다. 마중물 독서 시리즈를 소개하자면

1권 이별과 만남에 대하여

2권 사랑과 우정에 대하여

3권 배움과 미래에 대하여

4권 소비와 환경에 대하여

5권 여자와 남자에 대하여

총 5권의 시리즈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엮은 분들은 류대성, 서영빈, 왕지윤 님이시고 책은 많은 작가님의 단편적인 글들이 이어집니다. '배움과 미래에 관하여'에 관계된 짧은 글들이 연이어 소개됩니다. 글이 끝난 부분에는 매 꼭지마다 작가소개와 글의 느낌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며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배움과 미래에 관하여'의 작가님들도 대단한 분들입니다.

고미숙(고전평론가), 조성욱(버스커), 홍세화(작가, 사회운동가), 김현식(수유너머R회원), 이계삼(교육자), 양희규(간디학교 설립자), 엄기호(사회학자), 임승수(작가),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김현대(한겨레 기자), 하종란(라디오방송 프로듀서), 차형석(시사IN 기자), 양민경(국민일보 기자), 한이곤(비틀에코 대표), 구본권(사람과 디지털연구소 소장), KBS 명견만리 제작진

작가분들은 자기의 분야에서 '배움과 미래에 관하여'와 관련된 꼭지들을 쉽고 깊이있게 전달합니다. 내용에 비해 아주 잘 읽힙니다. 본문 내용은 소개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자마자 '마중물 독서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주말에 당장 마중몰 독서 시리즈를 구하려 갈 것입니다.


어른들 뿐 아니라 청소년이 읽기에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잊고 있었던, 이해하지 못했던 여러 현상들에 대해 그 원인과 생각할 점을 충분히 시사하는 책입니다.


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번 주말, 간만에 서점에 가셔서 '마중물 독서'시리즈를 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책이 정답은 아니지만 책이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독서를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또 다른 형태의 독서본능이 꿈틀거렸습니다.


쉽고 재밌게, 하지만 배움이 큰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이 책은 충분히 독서에 대해선 마중물 역할을 하는 좋은 책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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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에 독립서점 <산책>이 있습니다. 창동에 가서 <산책>에 들리면 저는 책을 꼭 사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가서 책을 샀습니다. 제목은 <청춘기록>입니다.


산책에 대한 소개는 이전에 글로 썼었습니다.

이 책은 11월말에 샀으나 오늘에서야 읽었습니다.

첫 페이지를 펴고 깜짝 놀랬습니다. 아래와 같은 작가님의 손편지글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작가님께서 대표님께 일부러 드린 책같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산책 대표님께 톡을 보내 여쭈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대표님은 모르시고 계셨습니다. 포장된 책은 뜯어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가져도 될지 여쭤보니 그래도 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런...저는 작가님의 친필싸인이 있는, 남에게 쓴 손편지가 있는 책을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묘한 감정이..^^;;


첫 페이지부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옥시후님이 지으신 책입니다. 부제를 소개합니다.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 떠나던 나이 스물아홉, 그날 나의 일기


독립서점에 있는 책들은 다들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읽었던 책들은 그랬습니다. 독자를 위해 쓴 책이 아닌 자신을 위해 솔직히 쓴, 그래서 더 공감되고 아픔이 느껴지는 책들이었습니다. '청춘기록'은 충분히 일반 서점에 나와도 될 법한,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자랐고, 교복을 벗자마자 대학을 가고 졸업을 했다.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서둘러 취직을 하고 돈을 벌었다. 그게 일반적인 거라고, 효도고 성공이라 했다. 그런 '보통'의 삶을 다른 말로 '안정적인' 삶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이 뛰지도, 간절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았다. 숨을 쉬는 이유도, 인생의 의미도, 나의 가치도 찾지 못했다. 소소함에 행복도 찾아보고, 주변인들의 바람직한 평가에 안도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틈을 비집고 들어서는 공허함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나는 다만, 살기 위해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삶에 있어 적어도 하나의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가치를 찾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아니, 나 스스로도 찾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졌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돈을 쓰고 필요하다면 시간을 쓰고 필요하다면 이 땅을 떠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스물넷 이른 겨울, 파리로 향했다.(본문 중)

이 책은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묘하게도 글의 내용과 사진이 어울립니다. 글을 읽고 울컥하고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이 책을 쓰며 이 사진을 넣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글과 사진을 번갈아 보며 작가님의 아팠던 청춘이 느껴졌습니다. 한장 한장을 넘기는 데 따뜻하게 아팠습니다.

꿈을 꾸는 이는 꿈을 존중할 줄 알고, 꿈일 이룬 이는 꿈꾸는 이를 응원할 줄 안다. 지금은 몽상가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그 꿈 언저리에 닿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를 일이다. 당장, 오늘의 무거운 하루 안에서 고이 품어 놓은 누군가의 희망을 '사치'라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크고 작은 꿈 앞에서 아직 어리고, 젊고, 무한한 존재가 아닌가.

한 문장, 한 문장이 와 닿았습니다. 흔히들 젊은 이는 늙은 이의 말을 옛날 생각이라 무시하고 늙은이는 젊은이들을 철 없다고 걱정합니다. 그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으며, 그들도 늙은이가 됩니다. 자신의 과거를 기억치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합니다. 작가님은 스물 아홉에 이 책을 썼습니다. 제가 작가님보다 생물학적으로 나이는 많지만 책을 읽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습니다. 배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어리석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절로 느꼈습니다.

한때, 날 위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너무 흔해서

길 가다 개미 밟듯 못되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몇몇은 스쳐 가고,

또 한 번쯤 미친 듯 빠져 보고서야 깨달은 사실 하나.


모든 걸 다 걸어 주던 그 마음이

어쩜 인생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하는 귀하디 귀한 선물이라는 것.


그 후로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살아온 세월 동안

나이가 들고 다듬어지며

다시 고마운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함께하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고.

너무 어려서, 서툴러서 헤아리지 못했던 귀한 마음이.


그 고운 마음을 함부로 내팽개쳐 버린 못된 나를 용서해 달라고.


뒤늦은 비겁한 사과를 이제라도 받아 주길.

보고 있다면... (본문 중)

작가님은 한국에서의 상처, 경험을 잊기 위해, 회복하기 위해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닌 듯 합니다. 그 곳에서 또 다른 만남, 생각을 통해 자신을 잔인하리만큼 성찰하고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작가님의 일기장을 몰래 엿본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한 책이고 아픈 책입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의 청춘기록들이 떠 올랐습니다.


오늘을 사는 젊은 분들에게, 아파야 청춘이라고 외치시는 분들에게, 청춘을 앞 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청춘은 누구나 주어지지만 어떻게 경험하느냐는 다릅니다.


이 책은 청춘에 대해 좋은 고민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내가 남과 다르듯, 남도 나와 다릅니다. 나의 경험만 가지고 상대를 평하는 것은 실례일 지 모릅니다.


청춘들이 오늘을 잘 살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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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옥시후 2019.01.03 19: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청춘기록 작가 옥시후입니다. 산책 대표님께 드린 책이 판매가 되었군요😅 너그러이 양해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 걸어오신 길에 존경을 담아 보내며. 늘 건강하고 푸르르시기 바랍니다. ㅡ옥시후 올림ㅡ

    • 마산 청보리 2019.01.03 19: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우압!!! 이런 영광이!!! 작가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책 잘 읽었구요.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줬습니다.^^ 좋은 한해 되시길요.^^

간노 히토시가 쓰고 김경원님이 옮기신 '친하다는 이유만으로'를 읽었습니다. 부제가 매력적입니다. 

'사이좋게'에서 자유로워지는 관계 수업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가 힘들 때 읽은 책입니다. 저는 책을 필요로 의해 읽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친구는 적지 않은 데 어쩐 지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는 것 같은 사람, 요사이 친구와 잘 지내지 못해 지쳐 있는 사람, 새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왠지 두려운 사람, 이성 친구는 있지만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사람, 부모자식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 소중한 동료지만 가치관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친구 또는 친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와는 거꾸로, 최근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맺은 친밀한 관계를 소중히 여겨 신경이 약해질 만큼 마음을 쓰는데도,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프롤로그 중)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쓰인 책입니다. 


챕터를 소개합니다.

1. 혼자서 잘살 수 있을까?

2. 우리는 모두 남이어야 한다.

3. 공동성의 환상 : 친구로 인한 고민은 왜 끊이지 않는 걸까?

4. 사이가 좋든 나쁘든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

5. 훌륭한 선생님이 될 필요는 없다.

6. 인생의 쓴맛을 맛볼 수 밖에 없는 어른의 세계

7. 상처받기 쉬운 나와 친구 환상

8. 언어로 '나'를 다시 형성하자.

아마 제목만 봐도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168페이지의 얇은 책입니다. 1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몇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모든 사람과 친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과는 각각의 거리가 필요하다.


이 책은 쉬운 책입니다. 현재 일본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간관계 문제에 대해 원인과 해결점을 풀어쓴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관계가 힘드십니까? 사람들에게 상처를 자주 받으십니까?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모두와 친해질 수는 없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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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아무튼, 방콕'을 읽은 후 아무튼 시리즈에 매혹되어 다음 책으로 '아무튼, 서재'를 읽었습니다. '아무튼, 방콕' 서평은 아래에 링크합니다.

'아무튼' 시리즈에 대해 다시한번 소개드리자면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책들입니다. 책 제일 뒤에 보니 '피트니스,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관성, 그릇, 방콕, 서핑, 소주, 스릴러, 스웨터, 예능, 일본 철도, 잡지, 최신가요, 택시, 편의점, 피아노, 호수공원'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무튼, 방콕'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서 '서재'편도 고민치 않고 선택했습니다. 첫 장을 넘겼습니다. 저자소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윤관


목수 手.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가나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기자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활동가가 아니라

그저 작은 소용이 닿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작가나 예술가가 아닌 그냥 목수 아저씨.

이름 뒤에 붙는 목수라는 명칭에 만족한다.

소명 없는 '김윤관 목가구 공방&아카데미'에서

가구 만들기와 예비 목수 양성에 힘쓰고,

저녁에는 서재에서 텔레비전을 껴안고 산다.

음...뭔가 특별한 기가 느껴졌습니다. 책은 140페이지의 얇고 심플했습니다.


저자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이나 자신을 위한 가구는 만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목수생활의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마지막 작업으로 죽을 때 까지 사용할 책상과 책장, 그리고 죽고 나서 쓸 관 하나를 짤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만 읽고서도 느낌이 왔습니다. '이 분은 그냥 목수가 아니시구나.'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관심분야가 세가지라고 합니다. '조선', '공예', '아나키즘', 조선과 공예는 목수라는 직업에서 관심있는 분야고 아나키즘은 개인적 흥미라고 합니다. 이유를 소개한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서재에 술과 텔레비전을 허하라. 책장과 책상, 의자의 철학, 사치와 럭셔리의 경계, 책에 대한 에피소드'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지하면서도 깊이있게 씌여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의자와 매트리스, 책장의 중요함. 개인 서재의 필요성, 계몽주의, 여성의 책읽기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읽은 책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고민꺼리를 접하게 되었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났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얇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합니다.

'현대인은 병들어 있다.'고 많은 사람이 진단한다. 원인에 대한 분석만큼 처방도 다양하다. 목수로서 나의 처방은 이것 하나다. 서재를 가져라. 당신만의 서재를 가져라. 명창정궤. 밝은 빛이 스며들고 정갈한 책상 하나로 이루어진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는 일이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조선의 선비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두 명의 지인이 떠올랐습니다. 한 분은 경남 마산에서 목수로서 조직원을 관리하고 계시는 분이고, 또 한명은 자신의 서재가 있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친구입니다. 이 두분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실 지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서재가 럭셔리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큰 공간이 아니어도 되며, 책장과 책상은 거리가 멀어야 하고, 드링크 캐비닛이라는 술을 보관하는 캐비넷이 있으면 더 좋다고 합니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재에 대형 TV가 있는 것도 금상첨화라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 가구에 관심 있으신 분, 미래가 불안한 분, 서재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분들께 권합니다. 목수님이 쓰신 책이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아무튼, 서재'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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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별 일이 없으면 매주 주말 아이들과 마을 도서관에 갑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보고 저는 제가 읽을 책을 고릅니다. 욕심이 많아 일주일에 5권 정도를 빌립니다. 다 읽지는 못합니다. 해서 재대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빌리는 책을 보면 제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를 나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제가 빌리는 책 종류는 주로 에세이나 감정관련 책들입니다. 생활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가보니 한 켠에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작은 책들이 주루룩 꽂혀 있더군요. 대충 봤었지만 빌렸습니다. 우선 이 책은 얇습니다.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140페이지 정도 되는 책들입니다. <아무튼, 방콕> <아무튼, 쇼핑> <아무튼, 서재>를 빌렸습니다. 우선 폈던 책은 <아무튼, 방콕>입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펴게 된 이유는 좀 웃깁니다.


제목만 보고 '방콕이라, 방에서 콕있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궁금한데 저자는 방에서 뭘하고 지낼까?'라는 생각으로 펼쳤지요.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진짜 방콕에 여행간 이야기를 쓴 책이었습니다. 잠시 멘붕이었지만 책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재미있었거든요.^^


책 제일 앞장에 아래와 같은 소개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냅니다.


아하, '아무튼'은 세 출판사가 펴내는 에세이 시리즈구나. 책의 속내를 알고 나니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아무튼, 방콕'은 '김병운' 작가님이 쓰신 책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책의 첫 부분에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반년 전 어느 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미국행 항공권을 발권했다. 시애틀과 포틀랜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약 20일간 걸쳐 둘러보는 야심 찬 여정이었다....하지만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좀 갑갑해졌다. 열두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도, 도시 간 이동을 비행기로 해야 하는 동선도, 짧다고 생각하면 짧지만 길다고 생각하면 길 수 있는 일정도 전부 다 부담스러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본문 중)

결국 저자는 150불이라는 거금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미국행 여행을 취소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 상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방콕을 여행지로 결정합니다.

방콕행 항공권을 새로이 검색하고 예약하고 발권하는 데까지는 채 하루도 필요치 않았고, 방콕에 대한 애정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애인이 단지 방콕이라는 이유로 동행을 결정했다. 방콕은 늘 우리가 함께였떤 도시이고, 늘 우리가 함께여야 하는 도시이므로,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본문 중)

저자와 애인분은 방콕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방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익숙합니다. 그리고 방콕을 아주 좋아합니다. 방콕의 특정길에는 그들의 추억이 있고 재미가 있으며 희망도 있습니다. 그들을 결국 방콕에 가게 됩니다.


이 책은 여행지로서 방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명 여행 블로거는 아니더라도 이 책에 소개된 숙소와 식당, 골목만 가도 충분히 훌륭한 일정이 나올 듯 싶습니다.


'아무튼, 방콕'은 단지 방콕에 대한 소개책이 아닙니다. 방콕을 소재로 자신을 돌아보고, 애인과의 애뜻한 감정도 확인하는, 편안하게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이 책을 펴서 읽고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와 함께 방콕 여행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저희 가족들은 아이들도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해외여행은 단 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후에 아이들이 자라면 해외로 가족여행을 한번 가보자는 막연한 계획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어디가 좋을까? 여긴 어때? 겨울방학을 이용하려면 여기가 좋지 않을까? 아이가 물을 좋아하니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라며 아내님과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결정난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여행 계획을 같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이 납니다.


일로 가는 출장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여행은 훌륭한 활력소입니다. '아무튼, 방콕'을 읽으며 가족여행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기한 곳, 유명한 곳을 가고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의 주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은 여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숙소가 가장 중요하며, 숙소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좋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 여행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 가성비 좋은 여행을 추구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얇은 책이지만 여운은 긴 책입니다. 매주 '아무튼'시리즈를 계속 읽어야 겠습니다. 타인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책을 읽을 이유가 됩니다. 재미있는 책, 잘 읽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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