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위치한 지역 출판사 '산지니'에서 나온 책입니다.
송인서적이 부도난 후 많은 출판사들이 연쇄부도 위기설이 돌았습니다. 당연하지요. 출판업계에서는 관행이었다고 하는데 송인서적은 많은 출판사와 어음으로 결재를 했다고 합니다. 어음이란 발행한 사람이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때에 주기로 약속하고 주는 유가증권입니다. 유가증권이란 쉽게 말하면 재산적 가치를 지니는 종이지요. 하지만 어음의 문제는 약속한 때에 약속한 돈을 줘야 하는 데 주지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죠. 즉 물건을 먼저 받은 이가 유리한 시스템입니다. 물건을 주는 측에서는 한 달뒤에 돈을 준다고 하면 기다려야 하는 택입니다.
송인부도에 어느 출판사들은 현금 딱딱 받아갔다거나 제때에 결재받았다는 소리가 돈다. 물론 그들도 부도의 여파를 비켜갈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중소규모의 출판사는 현금은 커녕 5개월 이상 어음만 찔끔찔끔 받아왔다. 자본력있는 출판사들이야 기다렸다 현금화할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깡(할인)을 해서 쓰거나 거래처로 돌리고 돌린다. 이 연쇄의 시작과 끝이 어디서부터인지 합심 자성해야 한다.(출판저널 인용)
출판업계에서는 송인서적의 부도를 예상했던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만드는 이들이 겪었을 또 다른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해서 송인서적이 부도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를 고민하던 중, "그래 해당 출판사의 책을 사면 되겠구나!" 해서 산지니의 책을 여러권 주문했습니다. 그 중에 한 권입니다.
'보통 사람 42인에게 듣는 삶의 지혜와 용기'라는 부제가 적혀 있습니다. 손정호님이 쓰신 책입니다. 그는 2016년 현재 부산일보 편집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년간 사람을 만나러 다녔고 그 결과 나온 책입니다.
-인터뷰 기사는 매번 버리기 연습이었다. 쓸 것은 많았지만 버려야 했다. 처음으로 사람 만나러 가는 게 즐거웠던 1년이었다.(본문 중)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 신이 내린 목소리
신이내린 목소리 조수미
한국춤의 현대화 40년 최은희
탈춤, 마당극의 대부 채희완
花, 나비를 부르다 황수로
뜨거웠던 반미운동의 효시 문부식
독서회 만드는 선생님 서창호
2015 원북원부산도서 선정 작가 최영철
지역출판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강수걸
보수동 책방골목 1세대 서점 김여만
영정사진 촬영으로 행복을 전하다 박희진
네이버 월요웹툰<딥> 김태헌
2부 / 희망을 나눠드립니다
희망을 나눠드립니다 김영식
'느린 건축'을 꿈꾸다 김기수
'철의 여인' 김경조
5村 2都의 삶 정홍섭
쓴맛이 사는 맛 채현국
신뢰 경영 조성제
'개콘 내시'부산 정착기 김영민
나눔 천사 이정화
기부, 건강한 사회의 척도 신정택
국제시장 50년 터줏대감 오수찬
3부 / 유월의 아버지
유월의 아버지 박정기
참전, 조국에 맡긴 목숨 이만수
부산 민주화운동 산실 복원 최준영
역사의 진신을 밝힌다 전희구
시 쓰는 자갈치 아지매 한순지
동래의 옛 사진 수집 25년 이상길
부산 향토사 연구 60년 주영택
부산 노인복지 개척자 황영근
행복한 자원봉사 32년 한민정
행복한 이별 김미자
4부 / 사직 여신
사직 여신 박기량
위풍당당 비뇨기과 여의사 이경미
백만 불짜리 웃음 김지현
대한민국 남극 탐험의 산증인 이동화
박수로 웃음과 건강을 조영춘
낙동강 하구 지킴이 박중록
불교 이야기를 새기다 김규영
아이를 가슴에 묻은 엄마 정혜경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권서혜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 최애경
예쁜 얼굴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선욱
총 42분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입니다.
한분당 분량이 거의 5면이내입니다. 읽다보니 내용이 더 있었으면...이라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272페이지 입니다. 페이지가 더 많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인터뷰 형식의 책은 잘 읽히기에 두께가 주는 압박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유명인도 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평범한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평범하다는 것은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아 유명하지 않다는 뜻이지 삶이 의미없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도 있지요.
한분 한분의 삶과 이야기를 읽으며 책장을 참 많이도 접으며 읽었습니다. 그만큼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촛불정국에 소신있는 발언으로(?)을 했기에 세상의 지탄을 받았던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분의 기부형태와 사내 복지에 신경쓰는 부분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성향과 삶은 다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진실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솔직히 알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나는 책 덕에 잘 살았습니다. 문 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많이 벌어야지 하는 욕심만 줄이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한 직업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지요. 책방은 순수합니다. 책 사러 오는 사람도 90%는 착한 사람이에요. 이야기 하다 보면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스승이 따로 없어요. 책 사러 온 사람이 스승입니다. 고맙게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보수동 책방골목 1세대 서점 김여만 대표)
-옛날 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 훈화, 교훈 생각나요? 안 나죠. 선생님의 어떤 행동이나 모습에서 느낀 것만 생각나잖아요. 내가 발견하고 깨달은 거니까 생각나는 거지요. 아이들이 나를 보고 혹 느끼는 것이 있다면 아마 '겉껍데기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되겠구나.'하는 것이겠죠(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호루라기 잘못 불면 게임이 뒤집어집니다. 인맥으로 이기는 사회는 결국 편법이 난무하고 무너집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힘 빠지게 하면 안 되지요. 하청업체 직원의 삶도 보장해야 합니다. 맑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비엔그룹 명예회장 조성제)
-우리 국민들이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내 일만 잘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내 일과 마찬가지로 남의 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전체의 뜻입니다. 고문 없는 세상, 당연히 되어야죠. 안 보고 안 들은 이야기는 거짓입니다. 그러나 그 거짓을 그대로 놔두고 팽개치면 전혀 안 되는 것이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인권문제를 고뇌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박종철 아버지 박정기)
-보도연맹 사건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났던 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유족을 '좌익'이나 '빨갱이'로 보는 시각이 너무 억울합니다.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통한의 시절이었습니다. 진상이 밝혀진 것은 2%에 불과합니다. 추가적인 진실 규명과 유골 발굴에 국가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국민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부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장 전희구)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역사가 중요하다는 거지요. 역사를 모르면 시행착오를 반드시 겪는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고요. 최고의 길은 자칫 결과만 따지기 때문에 샛길과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역사는, 과정을 즐기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원장 주영택)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세상에 가벼운 삶이란 없으며 쉬운 인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42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지만 그 속에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있습니다. 지역이라해서 사람의 삶조차 변방일 수 없습니다.
일부러 지역 출판사의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감동은 컸습니다. 가볍지 않은 삶,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암울한 현실,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사람이 희망이다 - 손정호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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