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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긴 책, '햇살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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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느 날 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년이 훨씬 남았음에도 말입니다. 그녀는 시골로 들어갑니다. 농사도 짓고 염색도 하며 억척같이 살아갑니다. 그녀가 이제는 어엿한 카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1인 출판사 사장도 하고 있습니다. 잘살고 있지요?


그녀가 운영 중인 카페 이름이 '버스정류장'입니다. 그녀가 사장인 출판사 이름도 '버스정류장'입니다. 어떤 책이 출간된 곳일까? 궁금해 하던 찰나. 이 작고 귀여운 책이 저에게로 왔습니다.


햇살반 아이들


-정장을 입고 교실 문을 들어서는 나는 지금보다 열일곱 살이나 젊다. 교실은 구석구석 깨끗하고 창가에는 화분이 두 개 놓여있다. 호기심과 뒤섞인 일흔 여덟 개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달콤한 공약을 늘어놓는 나.


[햇살반 아이들]은그녀가 젊었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적은 에세이 입니다. 3월달 부터 글은 시작합니다. 


-사는 일이 덧없이 느껴지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만약 그가 교사라면 새로운 기대로 가슴을 데워 볼 수 있는 달이 3월이다....소중한 첫 만남을 하는 장소 치고는, 배정 받은 교실의 모습은 초라하다 못해 살벌하다. 지난 해 이 교실을 썼던 아이들의 잔재가 남아 뒹굴고 작은 움직임에도 먼지가 풀썩거린다.


시골의 작은 중학교입니다. 아이들도 촌스럽고 선생님도 촌스럽습니다. 촌스러운 사람들이 교실에서 만납니다. 학창시절이 생각나십니까? 3월달 새교실에 들어갑니다. 친한 친구도 없고 다들 어색한 분위기, 담임선생님이 누군지 너무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그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라도 걸렸다치면 아이들 사이에 조용한 한숨과 '왜 하필 나에게,'라며 신을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선생님이 들어오기 직전의 교실은 어색함의 극치입니다. 몇 몇 오지랖 넓은 놈들이 큰 목소리로 자기가 교실의 짱인냥 소리칩니다. 가소롭기도 합니다. 


드르륵~~~


교실 문이 들어오고 담임샘이 들어오십니다. 순간 정적.


담임샘은 칠판에 자기 이름을 크게 쓰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교육철학, 쉽게 말하면 이것 안지키면 죽는다는 협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협박을 곧이 곧대로 믿는 순진한(?) 학생은 없습니다. 단지 담임샘께 처음 걸리면 상당히 피곤한 것을 알기에 다들 고분고분하게 앉아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도 첫 시간이 긴장되고 아이들도 긴장됩니다. 학생을 통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교사에게는 별로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한 놈 잡아 족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함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는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느냐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마 그 교사는 아이들보다 더, 전날 밤을 설쳤는 지도 모릅니다.


박계해 선생님은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작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반에 다같이 쓰는 알림장을 만들고 청소구역도 골고루 배분합니다. 아이들에게 한번씩 외울 시를 나눠줍니다. 아이들은 시를 외우며 청소를 합니다. 남녀학생이 같은 반이지만 아이들의 성향에 맞게 공정하게 학급을 운영합니다.


따뜻한 교사입니다. 이 책에는 3월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이별하는 순간까지 한해의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날들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쑥을 캐서 쑥떡을 해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연극공연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감동적인 영화를 함께 보고, 문제 일으키는 학생과 둘만의 추억꺼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비밀친구를 만들어 서로를 관찰하고 느낌을 나누기도 하고, 반 체육대회를 하기도 합니다. 못된 짓만 하는 아이에게 '집에 가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아이들이 준비한 선생님의 생일파티에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녀의 마지막 종례말을 담아 봅니다.

- 자! 책걸상을 똑바로 맞춰! 그리고 서랍 속에 남은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라. 이 교실에 다른 친구들이 왔을 때 잘 정돈이 돼 있는 게 좋겠지? 이 교실에서 우리가 함께 지낸 생활들이 남은 날들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면 되겠지? 그리고 알지? 내가 늘 강조하는 말, 자신을 잘 보살피도록 해라. 자! 그러면 가방을 메고 걸상을 집어놓고 한 명씩 나랑 손 한번 잡은 다음 가도록 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됩니다.


술술 잘 읽히는 책입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선생님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교사와 학생, 어른과 아이, 인간과 인간은 만남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꺼리를 던집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과 학생과 교사의 만남은 달라야 하는 것인가? 교사와 학생은 절대 친해져서는 안될, 넘어서는 안될 벽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배우기만 할 뿐,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은 없는가. 최소한 '햇살반 아이들'을 읽고 나면 '아 나도 학창시절 이런 담임샘이 계셨더라면.'이라는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학교는 재미있으면 안되는 곳인가? 학교는 친구를 내신성적의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경쟁만 하는 곳인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어야 하는 곳인가? 졸업장이라는 그 종이가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학생들은 숨죽여가며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참으며 살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책에서 소개된 [햇살반]은 중학교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친구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습니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 모임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그 어떤 담임샘을 만나도 똑같은 색깔을 내었을 것이라 예상은 어렵습니다. 담임샘의 역할은 분명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박계해샘이 담임을 하신 반은 충분히 유들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계해샘은 따뜻하신 분입니다. 개그감도 좋으십니다. 타로카드 점도 잘 보십니다. 예술을 잘하시지는 않지만 예술가들과 충분히 재미있게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기타소리에 맞쳐 즐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시는 분입니다. 오는 손님을 막지 않고 가는 손님은 더 놀다 가라며 막는 분입니다.


아이들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다 들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제안을 하면 충분히 고민하셨습니다. 샘에게 아이들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과 함께 그 교실을 꾸며가는 동지였습니다.


따뜻한 분이 쓰신 책이니 내용 또한 따뜻합니다. 앞 부분 읽을 때는 교사가 꿈인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이 시대의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모두가 다녔던 학교입니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들 말하지만 그 잘못된 학교에서도 우리는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며 나름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학창시절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라며 기억하기 싫다고 해도 당시에 교실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서 데워먹었던 적을 생각하면 친구들이 떠 올라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네 학교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의 교실 이야기 입니다. 이런 교실, 이런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가지고 또 아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박계해 선생님은 이런 부분을 알고 계셨습니다. 책의 제일 마지막 뒷편에 적힌 글이 그녀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보입니다.


-그 시절의 나와 아이들에게, 지금의 나와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누구나 학창시절을 떠 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쉽지만 이 책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습니다. 버스정류장 출판사에 직접 문의를 하셔야 합니다. 혹 책이 필요하신 분은 카페 버스정류장을 방문하시거나 출판사 사장님께 전화를 하셔야 합니다.(010 6576 2398) 책이 필요하다고 거는 전화도 인간다울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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