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100명 사는 마을에 들어선 작은 서점. 결과는?

마산 청보리 2017. 2. 10. 07:00


한 해 매출액 759만 3천원, 한달에 632,750 원씩을 번 셈입니다. 순이익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골에서 한 달 이정도의 수익은 괜찮아 보입니다. 실기한 것은 실 거주자가 1백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차린 책방의 수입이라는 겁니다. 이름도 이쁩니다. [숲속작은책방], 이 책은 [숲속작은책방] 포함, 전국에 있는 다양한 책방을 소개합니다. 작게는 4~5평, 한 뼘 크기부터 크게는 30평 내외의 제법 넉넉한 공간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책방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이런 책방 차리고 싶다.'는 지름신(?)이 계속 강림하십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책을 좋아해야 하고, 돈의 유혹을 끊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분들이 차린 책방이야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김병록, 백창화 부부입니다. 실제 [숲속작은책방]의 주인들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유럽의 책 마을과 서점, 도서관을 순회한 뒤 [유럽의 아날로그 책 공간]이라는 책도 함께 펴낸 적이 있습니다. 두 분다 서울 토박이이며 남편인 김병록씨는 전원생활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인 백창화씨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들이 충북 괴산 미루마을로 귀촌하여 도서관을 꾸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모든 전원마을에서 예외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고, 문제의 원인도, 과정도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늘 그렇듯이 돈, 그리고 사람의 문제였다.(중략) 마을 문제에 묶여 우리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았고 마음의 고통도 컸다. 그 와중에 도서관을 열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너무나 큰 좌절로 다가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하는 일은 거의 이민을 가는 것에 비유할 만큼 엄청난 일이었는데 우리는 바로 옆 동네로 이사하는 것처럼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본문 중)


시골에서 작은 책방을 꾸리게 된 과정은 쉽지 않았고 일은 계속 꼬여만 갔습니다. 


-우리 힘으로 그 무엇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남편은 톱과 드릴을 들었다. 집을 다듬기 시작했다...한마디로 남편은 그 긴 시간동안 마당에서 도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끓어오르는 분노, 좌절된 꿈, 풀 길 없는 화를 톱질을 하며 못질을 하며 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머리는 비우고 몸은 고단하게, 마음은 잊고 노동만 기억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집을 꾸몄습니다. 오롯이 책만을 생각하며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집을 구성하며 아내분이 블로그에 소개를 하자 방문객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했었던 계획이 새로운 계획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손님들을 통해 생활비를 벌고, 돈을 받으면서 책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개인적인 영업행위로 말이죠. 해서 이 집에 놀러보는 분들에게는 강제로(?)책을 사 가갈 것을 강요했고, 책이 있는 민박도 시작하게 됩니다.


부부의 시골마을 정착기도 흥미롭지만 그들의 책방 완성기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속병이 나도 당연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했습니다. 숙박하려는 사람을 받을 때도 아무나 받지 않았습니다. 심층면접을 하게 됩니다. '우리 집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우리 집은 여타 민박이나 펜션과는 다른 데 알고 있는가? 블고르를 읽어봤는가? 그래도 우리 집에 오고 싶은가? 가장 중요한 핵심질문, '책을 좋아하세요?'


부부는 집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깊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사람 인연의 엄중함에 대해 책에서는 시를 소개하며 깊이를 표현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정현종)


부부의 [숲속작은책방]은 자리를 잡아 가는 듯 합니다. 부부와 방문객들이 흡족해 하며 책도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부부는 서점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립니다. 책을 반드시 구매해서 나오는 곳이라고 말이죠. 왜냐? 대한민국의 모든 서점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친구들과 만나기 전에 잠시 들러 시간을 보내고 가는 장소가 아닌, 들어갔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책을 꼭 사가지고 오자는 내용을 제안합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책을 사서 읽으면 결국 독자에게 더 득이 됩니다.


이 책은 [숲속작은책방]에 대해 홍보만 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다양한 서점이 상생하는 법에 대해, 사람들이 책을 같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 대해 적은 글입니다. 이왕이면 지역의 서점에서 책을 샀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서점들이 흥해서 더 많은 이들이 책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작은 혁명가의 집을 자처하는 '인디고서원', 베트남의 어린이 평화 도서관 건립지원과 북한 어린이 돕기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길담서원, 책방이음&갤러리', 행복한 아이와 엄마들을 위해 '동화나라 동원, 책과 아이들',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방 피노키오', 여행자의 책방 '짐프리 일단멈춤', 홍대 앞 거리에서 임대료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동네 서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땡스북스' 이 외에도 전국의 다양한 서점들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각 서점을 소개한 챕터 뒤에는 그 서점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 제공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킵니다. 동네 서점은 단지 책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동원의 정의신 대표의 말이 동네 서점의 존재 이유를 말해 줍니다.


- "사람들이 책방 문 앞을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저한테 고스란히 들려요. '아, 여기 아직도 있네', '우리 아이 어렸을 때 여기 진짜 자주 왔었는데', '나 여기서 산 책 아직도 집에 많은데..' 어떤 분에겐 반가움이겠고 어떤 분들에겐 놀라움이겠죠. 또 어떤 이들에겐 안도감 같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들이 들려오는 한 이 작은 서점의 문을 영영 닫아걸지 못할 것 같아요. 처음 목표는 20년이었는데, 지금은 30년까지 버텨볼까 이런 생각을 해요. 내 손으로 연 이 작은 책방에서 할머니가 되어 기분 좋은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요."


동네 서점은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는 곳입니다. 대형 서점들만 남고 동네 서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 것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일 같지는 않습니다. 동네 서점의 주인들도 결국 서민이기 때문에 더 그러합니다.


그림책의 의미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독립출판사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제주도의 책 공간들도 안내하고, 영업비밀일수도 있는 도서관 인테리어의 노하우까지도 소개합니다. 일본 키조 그림책 마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안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모티프원'도 소개합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에 있는, 저자들이 알고 있고 가 본 많은 서점들과 서점 관련 정보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철학이 있는 작은 서점에서는 대형 베스트셀러, 자본주의에 헌신하는 인간형을 만들기 위한 자기 계발서는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향한 생태 가치를 담은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하는 마음 불편한 책,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을 내려 놓는 법을 가르치는 책을 판다고 합니다.


서점은 그러해야 합니다. 순간의 이익, 순간의 판매를 위해 존재하는 서점이 아니라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 동네 서점들이 많아 질수록 한국사회도, 자연과 공존하며 약육강식의 사회가 아닌 서로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책방 자랑하는 책인지 알았습니다. 이 책도 메이져 출판사가 아닌 지역의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에서 나온 책입니다. 작은 서점을 알리기 위해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낸 셈입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송인서적이 부도가 나며 출판업계는 더 힘든 상황입니다. 출판업계의 유통구조가 얼마나 어이없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작은 출판사, 영세한 서점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합니다. 큰 것들만 살아남아서는 사회가 건강하지 않습니다. 동네의 작은 서점이 많아져야 합니다.  걸어가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합니다. 책읽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사는 것은 슬픕니다.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며 타인의 모습만 비난하는 잘못된 삶을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쉽고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오늘 당장, 동네의 작은 서점을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은 책방이 살면 동네도 살 수 있습니다.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동네 서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서점에 가면 꼭 책을 사와야 겠습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10점
백창화.김병록 지음/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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