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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두려운 마음으로 쓴 작품?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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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입니다. '월간토마토?' 호기심이 일어 찾아봤습니다. 월간토마토는 대전, 충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잡지라고 합니다. 출판 사업 외에도 북카페 '이데'와 문화공간 '딴데'를 통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까지 한다고 하네요. 상당히 의욕적인 지역의 출판사였습니다. 2017년 1월 31일자로 '제 8회 토마토 문학상 중단편 소설 공모전'이 마감되었습니다. 공모전을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이번에 읽은 '지극히 당연한 여섯'은 2009년부터 있었던 공모전 중 수상작들을 모은 작품 모음집입니다. 


수록작품으로는 제1회 수상작 박덕경의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 제3회 수상작 한 유의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 제4회 수상작 김민지의 <어떤 기시감>, 제5회 수상작 신유진의 <검은 빛의 도시>, 제6회 수상작 이우화의 <김우식>, 제7회 수상작 염보라의 <마그리트의 창>으로 엮여 있습니다. 1971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이미 데뷔하신 분들과 등단하신 분들로 삶의 궤적도 다양하신 분들입니다. 작품들마다 색채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은 평범한 가정에서 어느날 남편이 새로운 사랑이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합니다. 그 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생활이라고 여겼던 것의 변화로 인해 겪게되는 변화, 사랑이라는 것의 의구심, 평범한 결혼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새엄마와 더 친해지는 아이들, 이혼 후 우연히 만난 남편, 그리고 자신의 진심, 상당히 와 닿는 작품이었습니다.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는 지독한 왕따 이야기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소설인지는 알지만 중학생들의 잔인함에, 그리고 단체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이야기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야기는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고, 아이들이 또 다른 형태로 연결되는, 아,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니 상당히 힘드네요. 아무튼 이 작품도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어떤 기시감>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의 이상야릇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결혼했지만 여전히 짝사랑 하는 여인, 그리고 별 볼일 없는 자신에게 다양한 배려를 하며 다가오는 여인, 짝사랑하는 여인의 몰락, 자신을 배려했던 여인의 다른 삶, 결국 편의점에서 만난 여고생을 보며 치솟는 이유모를 분노,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의 판단과 삶, 예인의 본심, 상상할 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검은 빛의 도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한 빵집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그 곳에서의 이민자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섬뜻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를 품은 센 강 곁을 지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뒤흔든 작품이었습니다.


<김우식>은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직장을 가지고 있는 나, 40쯤 되어 남들과 다르게 또 다른 수익 창출꺼리를 찾다가 게스트 하우스를 인수하게 됩니다. 메니저를 구했고 '김우식'은 매니저로 들어옵니다. 그가 들어오고 나서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게스트하우스는 어느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닌 '김우식'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는 상당히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물론 그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요. 그는 사장으로서 김우식에게 필요한 말을 건넵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김우식의 대답, "아니요, 그런 것엔 관심없습니다." 뭔가 통쾌하면서도 동정심이 드는,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마그리트의 창>은 사라진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평소 아빠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일만 했던 아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빠 없는 삶을 엄마와 나는 살게 됩니다. 아빠는 엄마가 뭐라고 하면 큰 소리로 대응(?)도 못한, 기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대답하는 분이었고 자기 전 혼자 일기를 쓰던 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의 생각치도 못한 등장과 꽃게, 캐롤송까지, 시대의 아빠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뭔가 묘하면서도 안타까운 소설이었습니다. 


6편의 작품은 단편소설이지만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모든 작품 뒤에는 작가노트와 작가 인터뷰가 실려있어 작품과 작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이 수상작이 될 지 몰랐다고 합니다. 너무나 기뻤다고 추억합니다. 앞으로의 작품에 대해 청사진을 밝히는 분도 계셨고,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고 글을 쓰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작품들입니다.


대하소설, 장편소설도 재미있지만 단편소설도 분명 매력적입니다. 짧은 글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책 한권을 읽으며 6개의 삶을 경험한 느낌입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경우에 따라 내가 그 사람의 편에 서기도 하고, 그 사람을 공격하는 편에 서기도 합니다. 소설은 책을 덮고 나면 그 이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가가 말하려던 이야기는 끝이 났으나 그 후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계속됩니다. '그 후 어찌되었을까? 주인공은 어떤 결정을 했을까? 상대를 용서했을까?'


소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만나고 타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삶이 여유가 없고 현실이 팍팍하다고 느껴지실 때, 소설책 읽기를 추천합니다. 틈틈히 읽으셔야 하고 다양한 삶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지극히 당연한 여섯'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지극히 당연한 삶을, 당연하다고 인지못하고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월간 토마토의 공모전으로 인해 작가님들을 작품을 통해 만납니다. 이 또한 당연하지만 우연은 아닙니다. 늦은 밤, 혼자 있는 이 책은 당신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여섯 - 10점
박덕경 외 지음/월간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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