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책서평]호빵맨 선생님의 감동적인 교육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5. 1. 26. 07:00

중학교에서 22년간 아이들과 만난 호빵맨 선생님의 학교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날카로움보다 부드러움이 유용했고, 탐욕보다 무욕에서 진정성이 발현되었고, 바람보다 햇빛이 주효했다. 부드러움, 진정성, 햇빛은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었고 사랑과 행복을 빚는 재료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나의 이야기가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면 나의 삶의 의미가 되살아날 것 같다."(본문중)


이 책의 저자이신 주명섭선생님은 아이들과의 경험과 세상을 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가족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 인정이 있는 길을 열어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그 길을 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쓴 글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삼고 싶은 예비 교사들에게도 이 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그 분들이 읽어주기 바란다."(본문중)


주선생님께서는 예비교사분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 12년차 교사입니다. 예비교사가 아니라 그런지 제가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은 좀 달랐습니다. 적어도 저자인 주명섭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고 예비교사가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깨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너무나 따뜻합니다. 아니 솔직히 따뜻한 면들만 적혀 있는 것 같아 현실과의 거리감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상상(?)을 가진 예비교사들은 이 책을 읽으며 감동을 할 것이고,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생각하며 가슴 설레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읽기엔 학교의 양면 중 밝은 면만 부각시킨 것 같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글의 내용이 너무나 따뜻하여 솔직히 '정말 이렇게 해결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관계가 좋은 한 교사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지다가 읽어갈수록 그런 교사를 되레 아이들이 품어 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교사를, 어른을 치료합니다.


어른들은 단지,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많고, 먼저 태어났다고, 밥을 더 많이 먹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미성숙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학교에서 더욱 절실히 나타납니다.


아이들이 교사한테 자기의 생각을 말하면 "이게 어디서, 어른한테!"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자초지종을 묻기 보다는 "이게 무슨 짓이야!" 하며 부모님께 전화하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버릇이 없어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이기적이예요. 가정교육이 안되었어요.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선생님들이 모여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한 보육교사의 어이없는 폭력으로 인해 가르치는 자의 자세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스승은 없고 선생만 있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책을 보면 '스승'은 없더라도 '좋은 선생님'은 계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수업


"현실의 규범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봐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근래에 하게 되었다. 교실 뒤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실 앞쪽만 보면서 공부하라는 법은 없구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유스럽게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는 날로 만우절이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본문중)


학교의 아이들은 장난을 마음껏 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난을 묵인하는 날이 있으니, 바로 만우절입니다. 한 때는 만우절때 아이들이 선생님을 속이는 작전을 꾸미고 반을 바꾸고, 책상을 옮기는 등 준비하며 즐기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밋밋해졌다고 합니다. 만우절의 밋밋함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만우절이 사라짐은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학교는 오직 공부만 하는 곳?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히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실에서 야영을 하기도 하고, 깜짝 생일 파티를 당해 감동을 받기도 하며, 아이로부터 정성스런 선물을 받고 흐뭇해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소풍을 가기도 하며, 화장실에서 대변을 뚫어주기도 합니다.아이들과 의미있는 시 창작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수성에 놀라기도 합니다.


주선생님의 아이들과의 생활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어찌 교직생활 22년차에도 이렇게 자유스럽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부러움이 일기도 합니다. 따로 노력을 하신 것인지, 선척적으로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글도 참 이쁩니다. 글 속에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져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 책은 '교실 안 행복수업 1교시와 2교시', '방과 후 행복수업-나의 행복한 시간', '교실 밖 행복수업-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들'로 4개의 작은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권 모두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덤으로 묶인 재미있는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구절에 선생님의 하고픈 말이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배려심으로 내 마음을 비추니 이기심은 자리를 비우고 떠나네..라고 박엽의 시를 바꿔서 읊어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도 이기심 대신 배려심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해 보았다."(본문중)


주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과는 최고의 교사같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100점 짜리 남편, 100점짜리도 아빠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주 선생님도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겨워 하신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알고 성찰하고 노력하며 기본적으로 자신을 더 내려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발견하려는 노력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천상 교사군요."


적어도 이런 선생님께서 계시다는 것은 아이들에겐 큰 축복임에는 분명합니다. 주선생님의 새로운 깨우침과 새로운 도전에 지지를 보냅니다. 이후 또 다른 책을 계속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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