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가족을 모두 읽은 그녀의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4. 12. 22. 01:05



프랑스 작가가 쓴 책입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첫 작품으로써 영화화가 결정되어 현재 미국에서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소개만 봐도 상당히 매력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특이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작가가 1유로라는 상징적인 가격의 e-book으로 자비 출간 후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이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자비로 e-book으로 출간한 것이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방법이 가능한가요? 아무튼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책이라기에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책 소개에는 따뜻한 치유의 소설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늦은 밤 책장을 펼쳤습니다.


"엄마! 제발!"

"클라라, 엄마가 안 된다고 했지."

"디안느, 그냥 나와 같이 가게 해줘."

"콜랭, 내가 모를 줄 알아요? 클라라가 당신을 따라 가면 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꾸물럭 거리며 한 눈을 팔테고, 그랬다간 이번 휴가는 3일이 지나도 떠나지 못할 걸요."

"그럼 당신도 같이 와서 우리를 감시하면 되지 않겠소."

"아니, 안 돼요. 가방 싸는 것 하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걸 보고도 그런 소릴 해요?"

"그러니 클라라는 더더욱 나랑 가야겠네. 그래야 당신이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소."

"엄마!"

"좋아, 알았어, 알았다고! 둘 다 빨리 사라져요!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그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우당탕탕 뛰어 내려갔다.

그들이 차 안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고 있는데, 트럭이 그대로 돌진했다고 했다. 나는 중얼거렸다. 둘 다 활짝 웃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구나.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본문중-


디안느는 주인공입니다. 클라라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의 어린 딸입니다. 콜랭은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입니다. 


소설의 시작입니다. 디안느는 너무나 어이없게, 자신의 가족을 잃고 맙니다. 그것도 한번에 말이죠. 혼자 남게 됩니다. 모든 걸 잃게 됩니다.


디안느는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갑니다. 그녀의 유일한 통로는 펠릭스라고 하는 친구입니다. 펠릭스는 디안느에게 천사같은 친구입니다. 펠릭스 자체가 천사인 것은 아닙니다만 그는 디안느를 위해서라면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로 정을 많이 쏟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디안느는 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편의 체취가 남아있는 침대 시트를 사용했으며 딸 클라라가 사용하던 샴푸를 씁니다. 냄새로나마 그 들을 기억하려하고, 그들이 없는 현실을 인정치 않으려고 애씁니다. 디안느의 부모님과 친구 펠릭스는 이런 디안느를 걱정합니다. 어떻게든 산자는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세상으로 끄집어 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디안느의 반항과 우울증은 심해만 갑니다.


어느 날 디안느는 생각합니다. '콜랭은 아일랜드에 가고 싶어했어. 그래 내가 가보는 거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디안느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합니다. 펠릭스와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극구 말립니다. 혼자서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디안느가 너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안느는 무엇에 이끌리듯이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의 외진 바닷가로 향합니다. 그 곳에 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갑니다.


상상했던 곳에 현실적으로 도착했으나 그 곳에서의 생활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했던 하루 일과를 그대로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또 한번의 좌절을 겪게 됩니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고 담배만 피워대며, 하루종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집에만 있는 생활이죠. 디안느는 이곳에서도 극도의 우울을 겪게 됩니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바닷가에서 다니는 한 남자를 응시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시작부터 너무 강렬하여 사실 책장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한 시간만 보고 잘려고 편 책을 3시간 동안, 새벽까지 다 읽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책을 소개한 부분 중에 '치유소설'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치유소설이라, 그럼 디안느의 이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까?'

그래서 책을 단숨에 읽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디안느는 아일랜드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새로운 생각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삶의 의욕을 찾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 손에 모래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장난을 치는데, 왠지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삶은 내게 다시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고, 나는 더 이상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본문중-


디안느는 다시는 느낄 것 같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순수한 웃음을 짓게 되고 자신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은 부푼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소설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이 문장은 소설에서는 디안느가 프랑스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의 명칭입니다. 쉽게 말하면 가게 이름이죠. 저는 이 책을 고르며 제목만 보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은 결코 제목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여자의 너무나도 가슴아픈 삶을 작가는 담담히 풀어냅니다. 책을 읽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디안느의 감정에 이입되어 같이 흥분하고 슬프하고 웃음짓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디안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행복한 사람같진 않습니다. 분명 너무나 슬픈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디안느는 곧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환한 생각이 듭니다.


'치유소설'이라고 해서 독자의 아픔을 완벽히 치유해 주는 소설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삶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케 하는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렇게 아픈 사람도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일어섭니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습니다.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호기심이 더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힘드십니까? 따뜻한 커피와 함께 조용히 읽을 수 있는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를 소개합니다. 애초에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슬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마음을 바로 보고 달리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책입니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책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애도'가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를 점차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애정을 다른 곳에 쏟으며 자신을 돌보는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인 반면, 우울증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자기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에 애도는 정상적이지만, 우울은 병리적이다. -프로이드-


프로이드는 '우울은 병리적이지만 애도는 필요하다.'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애도를 지지하고 함께하는 사회이면 좋겠습니다. 제발..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공감되시면 책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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