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핵 없는 세상은 불가능한가? 탈바꿈을 읽고.

마산 청보리 2014. 12. 25. 07:00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탈바꿈, 


책 제목부터 남 달랐습니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쓴 책이 아닙니다. 21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한 꼭지씩 맡아서 쓴 공동프로젝트입니다. 책머리에 있는 말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잊힙니다. 하지만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 사고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잘 수습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방사능 오염수가 매일 300톤씩 바다와 지하수로 누출되고 있고,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그러하듯 후쿠시마 사고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세대를 이어 피해를 낳을 것이고, 그보다 더 긴 세월이 흘러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이렇게 쌓아온 정보들을 중심으로 <누크노크>라는 자료집을 제작했습니다. 


핵발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 아이들에게 핵발전 및 방사능에 대해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하는 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누크노크>는 금세 동이 났습니다. 시민들이 방사능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탈바꿈: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은 이런 배경에서 기획됐습니다.-본문중


그렇습니다. 이 책은 탈핵 입문서 입니다. 왜 핵발전소를 없애야 하는지, 지금 지구의 상태가 어떤지, 그럼 핵발전소를 없앤 후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생산해야 하는 지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자세하고 쉬운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혼자 읽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정부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어쨌던 사고 후 3년이 지난 2014년 현재까지도 충분한 현장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으므로 명확한 사고 원인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고로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느냐 입니다. 먼저 이 사고는 사람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았습니다. 약 13만 5,000명이 지금도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사람들의 생명마저 빼앗았습니다. 체르노빌 사고처럼 매우 많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되어 생기는 급성 방사선 장애로 사망한 사람은 없었지만, 후쿠시마현 등의 조사에 의하면 '재해 관련사'로 사망한 사람은 1,600명 이상에 이릅니다. 재해 관련사란 지진이나 쓰나미로 직접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 혹독한 피난 생활이나 재앙 피해에 절망감을 느낀 후의 자살 등을 포함한 사망을 가리킵니다. -본문중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 사망자의 수만 보고 그 사고의 경중을 파악하곤 했습니다. 핵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일 3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정부에서는 편서풍의 영향도 있으니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 물이 돌고 돌아 태평양을 돌고 그 바다에서 사는 어패류를 우리가 먹을 것을 상상하니 이것은 남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전체 사고피해 처리 비용만도 11조 819억엔, 우리돈으로 약 108조 5360억원이 들고있다고 하니, 너무나 심각한 문제임을 다시금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후쿠시마 지역은 쓰나미 등에 의한 직접적인 사망자보다 핵발전소 사고가 영향을 준 간접 사망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나마 사회 시설이 잘 되어있고 우리나라보다 여러 분야에서 낫다고 하는 일본이 이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정도 일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 발생 지대에 핵발전소가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지진 횟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부산과 울산, 경주를 이은 고리, 월성, 동해안 일대에 총 1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예정이며 인근 30킬로 반경에 4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습니다. 즉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지대에서 핵발전소가 집중적으로 건설,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이 설계 수명을 다해 폐쇄될 때까지 지진이나 사고가 절대로 없기를 두 손모아 기도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원전을 폐쇄할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유 중에 경제적으로 저렴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건설되는 핵발전소 1기의 건설 가격은 3조원 정도입니다. 이렇게 비싼 기계를 수명이 다 했다고 바로 폐쇄하는 것은 무척 아까운 일 일것입니다. 해서 위험성이 많음에도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고리1호기같은 경우, 설계수명 40년을 부여받았으나 수명 연장 심사를 통해 20년간 수명이 연장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투입된 돈이 아까워 유통기간이 지났지만 더 유통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제 본격적인 노후 핵발전소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명이 만료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외에도 현재 가동 중인 23기의 핵발전소 중 절반인 12기가 2028년까지 수명이 만료됩니다.-본문중


핵발전소의 노후화도 문제지만 핵폐기물 처리 또한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기의 핵발전소가 있고 4년반마다 약 100톤의 핵연료가 폐기됩니다. 경수로 1기당 1년에 20톤 정도로 계산하면 19기의 경수로에서 매년 약 400톤의 폐연료봉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고준위 핵폐기장은 아직 없습니다. 사용후 핵연료는 적어도 10만년 이상 핵폐기물로 보관돼야 합니다. 그런데 10만년 동안 견고하게 유지도리 수 있는 핵폐기장 기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기술로는 약 50년 정도 사용 가능한 방폐성폐기물처분장을 건설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투자비용도 엄청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경주 방폐장(중, 저준위)를 짓는데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본문중


어떻습니까? 핵발전은 결코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먹꺼리는?


사고 직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새어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잘 통제되고 있으며 누출 사고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사고 2년 후인 여름부터 핵발전소의 오염수 누출 소식이 줄곧 언론을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7월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에서 매일 300톤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지금 이 순간에도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 태평양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핵 오염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본문중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3년 전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아이들의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중 일본산 식품의 사용량에 대해 교육부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정부에서조차 나서서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라도 나서서 학교, 교육청, 시청, 시의회에 민원을 넣어 우리아이들이 건강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심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공감합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방사능의 허와 실, 핵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로 바꾸기, 독일의 탈핵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등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쓴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세가 누진제를 적용하는 주택용과 달리 산업용 전기는 많이 사용할 수록 요금이 내려가게 설계되어 있어서 과잉전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려 하지 말고 적게 쓰고 적게 생산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집에서 쉽게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기 생산 중 30%정도를 핵발전소에서 생산합니다. 지금 당장은 편리할 지 모르나,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그 피해는 실로 예측하기 힘듭니다. 러시아와 일본에서는 재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고 우리는 괜찮아, 라고 생각하기엔 불안의 수가 너무 큽니다. 단지 전기만 생각하면 핵발전소가 유리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 뿐 아니라 지구, 먹꺼리,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독일,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등의 나라에서도 위험한 핵에너지에서 벗어나 탈핵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인 한국은 지금까지 기후전쟁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2012년 한국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네 개의 태풍이 상륙했고, 13회에 걸친 홍수예보가 발령됐습니다. 이에 따른 재산 피해는 각각 1조 23억원, 287억원에 달했습니다. 2013년에는 이상 열대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가 급증해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석탄 화력발전소와 위험한 핵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11년 1조 34억원에서 2014년 8027억원으로 꾸준히 줄었습니다. 이 모든 정책과 동시에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감축"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걸까요?-본문중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을 믿기에 국민들도 세금을 내고 의무를 다합니다. 국민들이 몰라서 정부를 믿고 지지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부에선 제대로 된 대책을 내 놓아야 하고 제대로 된 실행을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원전이 깨끗하다는 광고를 해서는 안될 것이며 학생들을 모아두고 원전의 유익함만을 위한 포스터나 표어짓기 대회를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무릇 정보란 장점과 단점이 모두 제공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단점은 숨겨두고 장점만을 강조하며 동참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안전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산화탄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온실효과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한방에 모두 없어질 수 있는 핵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핵에너지가 사라진 자리에 친환경에너지가 들어온다면,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지속적인 핵발전소의 증축은 핵폐기물 문제를 다음 세대에 떠 맡기는 행위입니다. 지금이 바로, 모두를 위한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 때입니다. 핵은 더이상,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단지 위험한 물질일 뿐입니다.


<글이 공감되신다면 책을 읽어주시고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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