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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육이야기

돌아온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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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8.26 

 

어제다.

일을 보고 있는데 오후에 전화가 한통왔다.

'여보세요?' '선생님?' '네 아~영이삼촌? 잘지내시죠?'

'네. 영이가 들어왔습니다.' '네????정말입니까? 지금 어디시죠??'

'네 지금 영이랑 중부경찰서에 취조받으러 가는 길입니다.' '네'

영이는 저번에 절도사건에 연류되어 있던 터였다.

'지금 일을 보는 중이라..끝나는 데로 가겠습니다.' '네 선생님'

일이 끝났다.

자전거를 타고 합성동에서 중부경찰서까지 냅다 밟았다.

헉! 헉!

거의 다 도착했다. 전화가 왔다.

'네 삼촌' '아 선생님. 지금 조사가 다 끝났습니다. 지금 집에 가는

중입니다.' ' 네 그럼 집으로 가겠습니다.' 자전거 방향을 돌렸다.

몇번을 찾아가서 아는 집이다. 헉!헉!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마루에 앉아 있었다.

한참후에 할머니께서 오셨다. 다행이었다. 저번보다 얼굴이 좋아

보이셨다. 할머니랑 인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나누고 있는데 영이가

삼촌이랑 함께 왔다. 난 사실 영이를 취조 하고 싶지 않았다.

제일 먼저 몸을 살펴 보았다. 다친곳은 없는지..상처는 없는지..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삼촌과 할머니의 원망의 .. 한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은 알고 있다. 뭘 잘못했는지..그래도

다행인것은 개학이 언제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들어올려고 했다는 것이다. 난 믿고 싶었다. 아니 믿는다.

영이를 믿는다..영이가 나간 이유에 대해서도..2학기의 영이의

모습에 대해서도..믿는다.

담임이라는 것은 이럴때 힘을 발휘한다. 내가 하는 한마디는 가족

들에게는 엄청난 버팀목이 된다. '잘할것입니다. 친구들과 이러이러

하게 어울리고 노력하면 우리 영이는 분명히 잘할 것입니다.'

조용조용히 얘기했다.

할머니와 삼촌도 많이 초연해 보이셨다. 삼촌은 간간히 영이한테

목소리를 높이셨지만 영이도 알고 있었다. 삼촌의 애정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난 오늘 저녁..

다시한번 영이집에 전화해 봤다.

사실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을 터다. 집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집에 들어왔다가 나가고..신호음이 울렸다. 한참을 울렸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한참후에 '여보세요?' 삼촌이었다.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헉!'

'네 삼촌. 영이는 잘 있는가요?' '아 네 선생님 지금 친구집에

놀러갔습니다. 지금 들어온다고 전화왔습니다.'

'네' 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삼촌. 정말 대단하십니다. 조카에 대한 사랑..배우고 싶습니다.

삼촌과 제가 이렇게 영이를 생각하는데..영이는 분명히 잘할 것

입니다.' 삼촌은 멋쩍게 '제가 뭘요' 라고 말씀하셨다.

전화를 끊었다.

이제 이틀후 웃으며 학교 가는 일만 남았다.

영이 이놈을 내가 3년동안 내리 가르친다면 난 아마 살이 참 많이

빠질 것이다.^-^

미우면서 고운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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