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8.16
바람의 파이터..
치열하게 살다간 한 인간의 전기였다.
난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한다.
매니아는 아니지만..아니 엄밀히 말해 영화 보는 순간을 좋아한다.
영화에만 매진할수 있어서이다.
솔직히 현실을 잊을수 있어서이다.
오늘도 좋으신 선생님들과 영화를 보고 나왔다.
난 잊고 있었다.
영이를..
방학후 한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영이를..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최근에 산호동파출소에서 영이를 봤었다고.
놀이터에서 자고 있는 것을 훈계해서 집으로 보냈다고.
하지만 영이는 집에 오지 않았다.
산호동이라고 함은 최근에 토막시체가 발견된 곳..
걱정이 너무 많이 된다.
영이의 삼촌과도 통화했다.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가출 신고를 했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찾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도 매일..영이를 찾는데만 매진하고 있지 않다.
사실..
생활하며 영이를 떠올리는 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
내가 이놈의 담임인지 의심스럽다.
이놈은 먹을것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텐데..담임이라는 자는 한가로이 개인생활을
즐기고 있다니..
그렇다. 나에겐 영이를 찾는 것보다 연수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머지 35명의 우리반 학생들을 더 신경쓴다는 위로와 함께..
...
사실 아직도 뭐가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이 삼촌과 할머니께선 영이가 이번에 발견되면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전학을 보낸단다. 해서 이곳에서 알고 있는 나쁜(?)친구들과
떨어뜨려놓고 부모옆에 보낼 생각이시란다.
나도 찬성했다...
말로는 영이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만..
내가 힘들어서 그랬다. 내가 이 친구를 2학기 동안 맡으며 잘해낼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
스승이 되고 싶었다.
참 스승이 되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 주위에서도 인정받는..
그런 스승이 되고 싶었다...
부끄럽다...미안하고...죄스럽다...
영이가 언제 돌아올진 알수 없다.
영이가 돌아온다면..
마지막까지 사랑을 주고 싶다.
내가 다시 받을려는 사랑이 아닌...
이유없는 사랑을 영이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영이를 떠나보낸다면..나도 마음이 .. 편할 듯 싶다..
난.. 스승이 아니라 교사다.
교사라는 것이 날 힘들게 한다...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나에겐 단비지만.
영이에겐 또 다른 장애인..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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