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참 좋은 성교육 책을 소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19. 11. 22. 13:19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책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부터 당당했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정에서 성교육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대단한 지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식보다 더 큰 것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입니다.
 
이 책은 '성알못'(성을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칭하시는 평범한 엄마께서 성교육 전문가인 심에스더님에게 거침없고 솔직하게 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 답변을 모아서 역은 책입니다. 우선 내용이 쉽습니다. 전문용어도 등장하지만 심에스더님의 성교육에 대한 소신처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합니다.


"요즘 성교육 책은 어떻지?"라는 호기심으로 처음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4시간 동안 책을 덮지 못하고 완독한 저 자신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프롤로그에 밝힌 심에스더님의 생각이 신선했습니다.
 


"성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통념과 내면화된 편견 때문에 성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길 꺼리면서도 한편으론 자유롭게 존중받으면서 성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학부모들은 나와 같은 성교육 강사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자신들이 느끼고 깨달은 경험을 통해 그 누구보다 훌륭한 성교육 강사가 될 능력이 있다.

다만 언어가 없을 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방적인 소통으로 정해진 답을 말해주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성에 대해 생각하고 부족한 정보를 채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자신의 언어로 건강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면 우리가 납작하게만 바라보던 성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해도 이 말들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익히 배워서 의학적으로 알고 있었던 성지식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성을 더 어렵고 힘들게 했던 원인이었습니다.

'난자, 정자, 배란, 생리'라는 단어보다는 그 과정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아이들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아하,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러니 정말 쉽구나' 하고 절로 알게 됩니다.
 
다음은 심에스더님을 인터뷰하고 책을 쓰신 최은경 작가의 프롤로그 내용 중 일부입니다.
 

"내가 성 이야기를 어려워할 때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이면 충분하다.'는 심선생님의 격려는 큰 용기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성교육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이란 성행위를 둘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순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현상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가려워할 때 긁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성과 관련한 호기심을 갖고 물으면 당황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책은 읽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성을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고, 부끄럽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건 저 또한 반쪽짜리 성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은 피해야 할 것,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는 말에 공감하신다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책은 총 20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엮여 있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소개드립니다.
 

- '섹스'라는 말, 해도 될까요?
- 19금 동영상, 막을 수 있나요?
- 초경이 빠르면 정말 키가 안 클까요?
- 아이들의 연애, 왜 조마조마할까요?
- 엄마 아빠의 스킨십,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이 외에도 15가지의 평소 궁금했으나 누구에게 쉽게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과 답변이 적혀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한 번쯤은 고민해 봤던 내용이기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글머리에 잠시 소개했듯 이 책은 저에게 성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성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거창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책을 내신 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최은경 작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 책에서 다루는 성 관련 대화, 지식들이 직설적이지만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잘 읽히는데요. 혹시 책에 실리지 않은 인터뷰 내용도 있을까요?
"인터뷰 한 내용 중에 빼거나 한 건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기사에 두 편으로 나갔던 걸, 하나의 질문 주제에 포함하긴 했습니다. 다만 기존의 연재에는 볼 수 없었던 '함께 보면 좋을 책'을 저와 심에스더 선생님이 각각 소개했어요. 저는 성교육 할 때 보면 좋을 그림책 7권을 심에스더 선생님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7권을 썼습니다. 분량은 짧지만, 이 부록이 있어서 더 좋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혹시 저자와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 질문, 너무 감사해요. 다행히도! 저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12월 4일 오전 10시에 영등포 스페이스36.5에서 북토크를 해요. 심에스더 선생님의 미니강의와 두 저자의 대화가 있을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랄게요."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260쪽 정도의 두껍지 않은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쉽고 깊습니다. 적어도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또 아이들에게 성을 잘 알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성교육 역시 결국은 아이들 마음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꼭 알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안타깝게도 북토크에 참석치 못합니다. 이럴 땐 지방 사는 것이 아쉽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꼭 책을 읽어보고 참석해보시라고 감히 권하고 싶습니다.

☞ 북토크 신청하기(http://omn.kr/1l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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