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섬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19. 8. 28. 11:31

최정선 작가의 <내일도 통영섬>을 읽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 중인 그가 470개 정도 되는 통영의 섬 중 유인도인 41개 섬을 직접 방문해 쓴 책입니다. 쉽게 입도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섬을 알리고 섬이 행복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작가의 고향은 통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부산이 고향인데 결혼을 하며 통영으로 왔습니다. 지역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이만큼 애정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통영 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여행 에세이 정도 되겠습니다. 인적이 드문 섬들을 방문해 아름다운 사진과 감수성 넘치는 문장들로 엮었습니다. 섬에 들어가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돼 여행 가이드책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바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아우성 넘어 펄럭이는 깃발의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다.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에서 '여행은 자기를 닮은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라고 했다. 섬은 닮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 섬 여행은 늘 설렌다. (프롤로그 중)


책이 나온 다음 최정선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혼 후 타지에 와서 많이 외로웠다고 합니다. 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떠났다고 합니다. 혼자 떠난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와 같이 계획을 짜고 맛집도 찾는 재미도 붙여 즐겁게 다녔습니다. 혼자만 느끼기에 아쉬워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냈습니다. 그 글들을 모아서 펴낸 책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가 본 섬이라고는 너무나 유명한 섬들 뿐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무인도는 한번도 방문한 적 없으며 상주인구가 적은 섬도 따로 방문해보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통영의 역사, 섬 주민분들의 생활,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지 여행 정보만 가득한 책이 아닙니다. 글 중간 중간을 장식하는 사진들은 감수성을 자극하기 충분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섬들을 나열하겠습니다.

입도, 저도, 연도, 읍도, 어의도, 지도, 수도, 해간도, 오비도, 곤리도, 추도, 학림도, 송도, 저도, 만지도, 연대도, 오곡도, 욕지도, 국도, 초도, 갈도, 연화도, 우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납도, 두미도, 한산도, 추봉도, 비산도, 좌도, 용호도, 비진도, 죽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장사도, 사량도 상도, 사량도 하도, 수우도...

제가 들어본 섬은 5개 정도 밖이었습니다. 그만큼 지역에 무관심했던 것 같아 살짝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이 사는 섬을 밟고자 물과 가까운 광도면의 입도로 향했다. 이 섬은 덕포리 적덕마을 앞 해상에서 400m 떨어져 있다. 광도면의 섬은 입도를 위시해 저도까지 2개의 유인도와 춘도, 형제도, 죽도, 이도, 내죽도 등 대표적인 무인도가 있다. 내죽도는 간척공사로 광도면의 죽림 신도시 속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렇듯 급변하는 도시의 확장은 섬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몇 년 전 태풍에 파도막이 역할을 하던 방파제가 부서져 애를 태우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섬 주민들을 만나면 낯선 이들에게 민원을 호소한다. 그들에게 말해도 안 되는 걸 아실 터, 넋두리 겸 한탄일 게다. 방파제 수리와 배 접안 문제가 빨리 해결돼 언제 올지 모를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물과 가깝지만, 행정적 처리가 늦은 게 섬이다.
섬의 터줏대감인 갈매기 떼가 어선일 줄 알고 모여든다. 좌우로 나즈막한 산이 앉아 있고 중앙에 마을이 있다. 두 개의 섬은 '큰 섬'과 '작은 섬'으로 좁은 모래 해안으로 이어져 있다. 섬의 지형이 허리가 잘록한 개미 모양을 닮아 충의도라 불린다.
이 조그만 섬, 해간도에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놓인 뒤 섬 주민에겐 골칫거리가 생겼다. 연륙교 개통 이후 호기심에 찾아오는 관광객과 낚시꾼의 방문이 잇따르면서 쓰레기가 발생하고 변변한 도로나 주차장도 없는 섬마을이 차로 넘쳐났다. 쓰레기통 하나 없는 해간도엔 밤 낚시꾼이 떠난 새벽 무렵이면 선착장을 중심으로 빈 소주병이나 나무 젓가락, 음식물 쓰레기, 깨진 유리병과 음료수 병이 나뒹굴고 있어 주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간도 마을에서 만난 낙지 어망을 손질하시던 주민분께 '다리가 놓이고 나서 어떤가요?'하고 여쭤 보았다. 그 분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소!'하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섬주민ㄷ이 쓰레기를 줍기도 하지만 일일이 수거하는 어려움이 많아 통영시에 소각시설이나 청소 인력을 정기적으로 보내주길 호소하고 있다.
욕지도는 10개의 유인도와 146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수많은 섬을 끌어안고 있다. 100여년 전에 한 노승이 시자승을 데리고 연화도의 상봉에 올랐다. 그 때 시자승이 도에 대해 묻자 '욕지도 관세존도'라고 답하며 욕지도를 가리켰다. 즉 이 섬은 불교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화엄경의 '약인욕료지'에서 따온 말이다. 그 외에도 이름에 관한 유래설이 몇 가지 더 전해진다. 조선 시대 초기에는 '욕질도'라고 하였다.


내용을 인용하려니 끝이 없습니다. 단지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부분은 작가가 각 섬의 시작부터, 과정, 지금의 모습까지 꼼꼼히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힐링을 위한 관광지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 남아야 할 삶의 터전입니다. 배로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있지만 섬만의 매력도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에는 '부록'으로 통영섬 리스트와 통영섬 업소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이 책만 들고 가도 섬방문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힘들었지요. 하지만 새로운 섬을 방문하고 어르신들을 만나며 다녔던 여행은 새로운 자극을 줬어요. 신랑과 함께 다니며 다투기도 했지만(웃음) 통영섬 방문은 저희 부부에게도 행복한 추억이예요.

섬들의 무분별한 개발을 원하진 않아요. 다만 섬에 사시는 분들이 좀 더 배려받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도시분들의 삶도 소중하듯, 그 분들의 삶 또한 소중하니까요.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라진 않아요. 하지만 통영섬을 정리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족한 책이지만, 관심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정선 작가님도 통영의 섬처럼 소탈한 분이셨습니다.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이 보시기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섬에 관심있고 사람들의 삶에 관심있는 분에게는 훌륭한 책입니다. 지역에서, 지역을 소개하는 따뜻한 책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산, 바다, 갈매기가 함께하는 통영의 힐링로드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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