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학이사에서 주최한 제 2회 사랑모아독서대상 서평공모전에 공모했던 글입니다.>
책을 왜 읽는가?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그렇다고 자주,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합니다. 허나 책 읽을 때, 책 내용에 몰입했을 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즐거움을 압니다. 해서 항상 손에 책을 들고 있지는 못하지만 제 손이 닿는 곳에는 책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서평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평소 지역 출판사 책을 찾아 읽는 편이라 기회다 싶어 골라두었던 책을 펼쳤습니다.
펄북스에서 나온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이었습니다. 잠시 소개드리자면 펄북스는 지역에서 30여년 동안 토박이 책방으로 자리 잡은 ‘진주문고’의 출판브랜드입니다. 개인적으로 경남 마산의 경남도민일보의 출판브랜드인 ‘피플파워’, 부산에 있는 ‘산지니’출판사 통영에 있는 ‘남해의 봄날’출판사를 좋아합니다. 지역 출판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지역 이야기를 담고 있고 잊고 지역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책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저도 작은 책방을 내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거 내가 꿈꾸는 건데?’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이소이 요시미쓰씀/홍성민 옮김/펄북스/13,000원/2015.9.15>
이 책은 ‘이소이 요시미쓰’씨가 썼고 홍성민씨가 옮겼습니다. ‘이소이 요시미쓰’씨는 일본에서 11평 작은 방에서 시작된 ‘동네도서관 운동’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엘리트 사원으로 성실히 살았지만 어느 순간 직장과 건강을 모두 잃게 됩니다. 그 후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청년 ‘도모히로 유이치’씨를 만나고 그와 이야기 하며 작은 도서관을 통해 세상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이소이씨의 동네도서관 운동에 대해 소개 한 책입니다. 일본에서 동네 도서관이 지역별로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동네도서관은 이소이씨만의 작품은 아닙니다. 그가 ‘청년 스승’이라고 칭한 ‘도모히로 유이치’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도모히로씨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반년여 동안 후지야마 현을 시작으로 오키나와부터 훗카이도까지 일본 전국 80여 곳의 과소지역(촌)만 찾아다니며 여행을 한 도모히로씨는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돈은 많을수록 좋고,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고 서두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성장과 상승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이 아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과소지역을 여행하며 깨달은 것입니다. ‘도모히로 유이치’씨의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의 저자 ‘이소이 요시미쓰’씨는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때부터 저자는 도모히로군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 날 그의 꿈을 도모히로씨에게 말합니다.
“길모퉁이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 그 곳에서 서로 배움을 나누는 작은 모임을 열고 싶어! 동네도서관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도모히로씨는 그의 이 말을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꼭 같이 해보자고 격려했습니다. 이 격려에 저자는 또 다시 힘을 얻게 됩니다. ‘난생 처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를 바꾼 동네도서관은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 지지해준 동료를 만나며 현실화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책이 없다고?
동네도서관을 꿈꾸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배움을 나눌 기회를 얻고 싶었다. 거기에는 번듯한 장소가 없어도 된다. 책은 각자 갖고 오면 된다. 결국, 문제는 자금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나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고 나서 오히려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만남과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나의 마음과 열정이지 돈과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부차적인 문제로 정작 소중한 가치를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저 자신부터 돌아보았습니다.
일본의 동네도서관은 다양한 사연과 형태로 시작됩니다. 대학부설 동네도서관도 있고 죽은 아내의 책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여 생긴 동네도서관도 있습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장서 한권 없이 시작한 도서관도 있고 치과병원 한쪽에 문을 연 동네 도서관도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삭막한 공간을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선생님의 바램이 현실화 된 곳입니다. 편의점보다 더 친근한 절 동네 도서관도 있고 들판에서 책을 읽고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논하는 오쿠타마 야외 동네도서관도 있습니다. 즉 어떤 공간이든, 어떤 형태든 동네도서관은 생깁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도서관의 주목적을 책대여가 아닌 책을 통한 배움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동네도서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사람들이 모입니다. 모임에 올 때는 주제에 관련된 책을 들고 옵니다.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하고 기증합니다. 책 뒷면에는 기증자 소개와 그 책을 기증한 이유를 적어둡니다. 후에 누군가가 그 책을 읽고 나면 감상문과 함께 책을 기증한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모임을 할 때마다 책은 점점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나이, 지위, 재산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배움 앞에 진실하게 만납니다. 명칭은 동네도서관이지만 사실은 동네 사랑방의 역할까지 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책을 빌려가고 반납하는 곳이 아닌, 책을 매개로 새로운 이웃을 만나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책도 함께 접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솔직히 저도 작은 책방을 꿈꾸지만 ‘어디에 임대를 해야 할까? 책은 어떻게 준비할까? 사람들이 많이 올까? 임대료가 비싼데 어쩌지? 난 당장 돈이 없는데?’라며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방사업을 생각했었습니다. 생활비 걱정에, 책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작은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가 뭐지?’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책방을 꿈꾼 이유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고, 사람들과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책과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고 책을 통해 제가 사는 동네를 시작으로 세상을 공정하고 행복하게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부끄러움과 함께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대화는 물론 토론이나 음식 반입을 금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환경에 변화를 주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책이 모인 곳에 사람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도서관이 정숙을 강조하는 환경이 된 것은 ‘도서관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저자가 도서관의 편견에 대해 적은 글을 보며 저 또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동네마다 동네도서관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지역마다 지역 출판사가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의 저자분들을 모시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동네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만큼 지역출판사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명백합니다. 지역의 이야기와 기록되어야 할 것을 기록하고 지역의 가치를 담아내는 지역 출판사는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지역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비슷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이 만드는 기적 이야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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