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서평

돈 없는 우리가 부자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나온 새책입니다. 제목부터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변두리 마을? 마을에 도착한 것이 왜?'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제목만 보고 특정 마을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책의 중간 즈음을 읽을 때 까지도 마을 공동체를 자랑하는 책 같았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마을 공동체를 소개하고 자랑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기준이 다른 행복,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감히 행하지 못하는 행복을 위한 방법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풀어쓴 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자는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뭘까? 좋은 직장, 많은 월급만을 쫓는 것이 행복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속의 경험을 조용히 전하며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찾아내게 합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고 좋은 교육의 한 방법으로 건강한 마을 공동체가 답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단지 그 생각 뿐이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거창한 인문학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저자는 담담히 말합니다.

-'그 봄의 어느 날, 그 정원 속에서 나는 아직도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다는 것에 문득 아연해졌다. 다른 이들이 옳다고, 멋지다고 여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렸음을, 우왕좌왕하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 제대로 몰두한 적이 없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산속의 허술한 정원에서 느낀 평화는 내가 그렇게 보내버린 시간이 주지 못한 행복감을 주었다. 나는 그토록 열심히 구했던 행복을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버리고 한없이 쓸모없어 보이는, 그래서 가장 낮아 보이는 일에서 느끼고 있었다. 내가 좀 더 일찍 삶의 목표를 큰 집과 차가 아니라 평화롭고, 불안 없는 삶으로 수정했다면 어땠을까. 20대에 시골집에서 꽃을 가꾸며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내가 경쟁에 힘겨워하는 사람임을, 다른 사람에게는 효율 없어 보이는 일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왜 이제서야 절감하는걸까.'(본문 중)

저자도 현시대를 사는 평범한 도시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차피 그리 될 것인데..라는 말 속에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닥달하고 자신을 혹사하며 살았습니다. 허나 경기도의 한 변두리 마을로 이사가서 그냥 흔한 옛 마을 속에서 살며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자본을 따르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법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얻은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대단한 인문학 서적도 아니지만 훨씬 깊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이론적으로 풀어쓴 게 아니라 '함께'라는 인간의 원초적 힘을 확신하고 쓴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읽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부러움이 계속 일어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합니다.

-'이곳이 신기한 마을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저 오래된 마을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변했을 거라 추측했으나 지금 보니 오랫동안 그들 안에 있던 모습이 드러난 것일 뿐이었다. 자루마을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이 유별나게 따스한 마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광폭함에 대산 글로 읽혔으면 한다. 그리고 누군가 작은 것을 먼저 베푸는 시도를 해보길, 따스한 숯덩이 같은 이웃의 존재를 믿게 되길, 그리하여 내 마을에서 자루마을의 따스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퇴고를 하며 모두에 쓴 글을 수백 번 넘게 다시 읽었다.
'모든 것이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이제 이 글을 분노 없이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야 돌아보니 이 문장은 마을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나라고 정으할 만한 것이 없으며, 남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모든 것은 연결된 채 스러져 간다'고 말이다.'(본문 중)

막힘없이 술술 읽은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상상도 못했던 선물이 있어 책의 감동이 더 깊어졌습니다.

삶의 방향을 아직 못 잡은 그대에게, 공동체는 선호하나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상심한 그대에게, 행복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변두리 마을에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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