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주나미, 맛있는 토종쌀을 자연재배하는 농부를 소개합니다.

마산 청보리 2020. 3. 26. 22:09

"김샘, 특별한 쌀이 있는데, 한번 먹어볼래요?"

 

"네? 특별한 쌀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쌀이 그기서 그기지, 특별한 쌀이 있나?'

 

"함 드시보시고 평가해보소. 우선 보내볼께."

 

시간이 지나 집으로 쌀이 왔습니다.

재두루미와 농민이 함께 키운 주나미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헉! 이렇게나 많이? 이걸 언제 다 먹어?'

 

이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쌀 받은 바로 그 날, 저녁! 특별한 밥을 먹었습니다.

 

"우와...이거 뭐야? 무슨 쌀이 찹쌀도 아닌데 이렇게 쫄깃하고 탱탱하고 향이 좋아?"

 

"아빠, 밥 냄새가 너무 좋아."

 

"밥이 맛있어!!!"

 

아이들이 즉각 반응했습니다. 저녁 밥을 한 그릇씩 뚝딱! 비워냈습니다.

 

나름 입맛이 깐깐하신 아내님께서도 한말씀 하셨습니다.

 

"이 쌀, 맛있네."

 

짧았지만 최고의 칭찬입니다. 이상하게 제 어깨가 절로 으슥해졌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쌀을 보내주신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

 

"이 쌀, 진짜 특별한데요. 어찌 생산되는 지 좀 보고 싶어요. 농부님을 뵐 수 있을까요?"

 

"좋죠. 농부분께서 주남저수지에서 농사 지으시니까 날 잡아 같이 함 가봅시다."

 

그리고 오늘, 다녀 왔습니다.

사무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농부님이 계신 곳은 포스부터 달랐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벼이삭들이 신기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지 알았는데 좀 있다가 농부님께서 나오셨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눴습니다. 신기한 것이 많아 여쭈었더니 친절하게 답해 주셨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분은 한국의 토종쌀을 재배하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유기농도 아닌, 자연재배의 농법으로 말입니다. 잠시 설명드리자면 '유기농'이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 동물이나 천연물질로 이루어진 물질과 천연퇴비를 사용하는 재배법입니다. '자연재배'는 인공적인 것을 거의 투입하지 않습니다. 인공급수까지 최대한 자제한다고 합니다. 비료 자체를 투입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생겼습니다.

 

"비료, 제초제를 안써도 벼가 자라나요? 수확이 가능한가요?"

 

"많은 분들이 똑같이 질문하십니다. 사실 저도 수년간 실패 많이 했습니다. 남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생산된 것도 얼마안됩니다. 저는 실패의 원인이 재배법의 문제가 아니라 땅의 지력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연재배하는 곳을 방문했고 농부, 연구자들을 만나뵈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통일벼, 정부미가 아닌 우리나라 토종쌀을 자연재배 하자. 분명히 된다! 제가 자연재배를 시작한지 3년 쯤 지나니 제대로 된(?) 쌀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연을 믿으면 됩니. 그리고 저는 이 농법이 가능하고, 좋다는 것을 주위분들께 알려 제가 사는 이 동네, 주남인근에서 자연재배를 같이 했으면 합니다. 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쌀맛은 제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말씀하시는 동안 표정을 살폈습니다. 쌀 이야기를 하실 때 마다 눈빛이 빛났고,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나눠 먹고싶다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말씀이 끝난 후 쌀 구경(?)을 했습니다.

저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제 손에 있는 저 벼가 토종벼 입니다. 농부님 말씀으로는 벼 끝에 수염이 있는 것이 토종쌀이라고 하시더군요. 보리처럼 수염이 길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모으신 토종쌀 씨앗을 보여주셨습니다.

토종쌀 중 최고는 '화도'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화도'는 자라면서 100% 넘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해서 아직까지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몰라서 재배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화도를 재배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벼이삭도 다 다름을 이 날 알았습니다. 벼의 키도 다르고 색깔, 두께, 냄새, 맛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데 이 분은 정말 쌀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험으로 농사 지을 수도 있지만 공부도 많이 하셨습니다. 토종벼 품종 책과 '기적의 자연재배'책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기적의 자연재배'는 일반인들이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농부님은 이 책은 수십번 읽었다고 합니다. 읽을 수록 공감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고 하시더군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직해야 한다, 우리 토종쌀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농부님의 성함은 "우봉희"씨 입니다. 촌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 부터 꿈이 농부였다고 합니다. 토종쌀을 키워서 좋은 쌀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큰 욕심은 없습니다. 농사 지으면서 애들 뒷바라지 하고 한번씩 집사람하고 외출도 하고, 먹고 사는 걱정만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농사 짓기 때문에 못산다는 말은 듣기 싫습니다. 부농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토종쌀을 키워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내가 자연재배로 키운 좋은 쌀로 많은 분들이 건강해졌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우봉희씨 젊은 시절

자리를 뜨며 명함을 달라 했습니다. 명함을 보면 그 사람을 조금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함이 특이했습니다.

 

"제 명함 앞,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들이 토종쌀 품종입니다."

명함에서조차 그의 토종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쌀과 정직한 농부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간 김에 쌀 10kg을 샀습니다. 참고로 쌀값은 10kg 5만원, 잡곡 400g  5천원입니다. 시중 일반쌀보다는 비싸지만 충분히 가치를 합니다. 저는 비싼 쌀을 사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쌀값이 다른 음식값에 비해 상당히 저렴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쌀값이 저렴한 것이 좋을 지 몰라도 농민들 입장에선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10kg 라면 저희 4인 가족으로는 몇 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커피한잔 5,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쌀을, 가족들에게 건강한 쌀을, 밥이 될 때 맛있는 향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주저말고 우봉희씨 폰으로 연락주십시오. 블로그 보고 연락드렸다면 뭘 줘도 더 주실 겁니다.^^;;

 

저는 우봉희 농부님의 쌀도 좋지만 그가 실천하는 농법, 그가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 그가 추구하는 농부의 모습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토종쌀을 자연재배하는 농민들도 많아져서 농민들도 자긍심을 느끼고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충분히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밥보다는 반찬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밥이면 그 어떤 반찬도 한가지면 충분합니다.

 

이 밥은 김치 하나만 있어도 맛있습니다. 혹시 드셔 보시고 맛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댓글 달아주십시오. 우봉희 농부님을 직접 만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 땅의 역사에 농부들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농부들이 신나는 세상을 꿈꿉니다. 

 

토종쌀을 더 많은 분들이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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