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개그맨 유세윤, 그의 책 <결코 시시하지 않은 겉짓말>

마산 청보리 2018. 8. 17. 07:00

개그콘서트, 복학생, UV, 개코원숭이, 뼈그맨, 허세개그맨, 거만컨셉, 무릎팍도사, 옹달샘,...누가 떠오르시나요?


왠만한 분은 단번에 떠올랐겠지만, 바로 유 세 윤 씨입니다.


그가 책을 냈더군요. 제목부터 특별했습니다. [결코 시시하지 않은 겉, 짓, 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유세윤씨는 단지 재미있고 기발하고 똑똑한 개그맨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유세윤씨뿐 아니라,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개그맨이 쓴 단지 재미있는 책만은 아닙니다.

저자 유세윤씨는 19기 KBS공채 개그맨입니다. 개콘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었지요. 그가 나오는 프로는 거의 대박을 쳤던 것 같습니다.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도 개그감이 남다른 개그맨이었습니다. 거만한 표정과 능청스러운 연기, 자유분방한 정신은 TV화면 밖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저 사람은 천상 연예인이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가 쓴 책이기에, 당연히 특별한 재미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유세윤 페이크 에세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유세윤입니다. 이 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적힌 글입니다. '뭐지? 역시 유세윤!' 역시라는 단어가 그냥 떠오르더군요. 책에 소개된 주인공 유세윤에 대한 소개글입니다.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에서 태어나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화장품 사업 때문에 대만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하지만 대만 초등학교 재학 시절 부모님은 성격차이로 이혼을 하게 되고 이후 어머니와 함께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는 유년시절 작곡 분야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였는데, 그가 만든 음악들은 전반적으로 태교 때 들었던 이야기와 멜로디들이라고 한다.(ex. 쿨하지 못해 미안해, 집행유애) 중학교 음악 시험에서는 100점 만점에 75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수가 오랜 꿈이었던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참가해 노래를 부른 후 곧바로 개그맨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코미디언, 성우, 가수, 진행자, 화가, 작가,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아시아 전역에 있는 이복형제들과 대규모 댄스 그룹 결성을 진행 중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끝까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책 첫 장에 저자가 일러준 '이 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절반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사실을 찾고 있는 저를 봤습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너무 궁금해집니다.


유세윤씨의 [겉짓말]은 읽는 내내 몽환적인 책입니다. 현실과 상상을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작가의 바램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나 읽다보면 그러려니 하고 읽게 됩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도 좋습니다. 첫 장은 유세윤작가님의 "탄생, 냉동 핫도그 사건, 군대 이야기, 누나 아니 여보, 라디오스타에서 왜 울었어요. 자수하러 왔습니다. 신혼에서 이혼까지, 이혼 그 뒤"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의 일생이 여과없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읽다보면 흠칫 놀랄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언제 이혼했지? 뭐라고?? 코XXX 때문에 이혼했다고???' '눈물이 나는 약? sochani-TR???" "술마시고 대리운전해서 집에 갔고 집에서 직접 차를 몰고 경찰서에 음주운전 자수하러 갔다고???" 이 책은 놀라움 투성이입니다. 


놀라움만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을 겁니다. 요즘 세상에 놀라운 일은 너무 많으니까요. 이 책은 묘한 여운이 있습니다.


목적없는 삶


나는 이루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어 개그를 해보고 음악을 해보고 싶어 노래를 만들어 보고 광고를 만들어 보고 싶어 광고를 찍어보고 회사 사장이 되어보고 싶어 작은 회사를 만들어봤다. 


잘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돈이 없어도 규모가 작아도 꼭 그럴싸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준비하는 동안 즐거웠고 행하는 동안 기분 좋으면 그걸로 되었다.


그러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가 간혹 한번 인정이라도 받는 날이면 우와, 이게 왠 보너스냐며, 덤으로 생긴 행복을 즐기면 그만이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보너스를 많이 받은 삶이었다.


목표가 없다고 무시도 당했지만 충고해주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미안한데 내가 더 행복해 보이더라. 형 표정, 썩어 있떠라.


지금 나는 책을 쓴다. 벌써 기분이 좋다. 


나는 이걸로 됐다.


유명한 작가를 동경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있습니다. 개그맨은 항상 즐거울 것이라라고 쉽게 생각한 적도 있었고 단지 개그를 위해 사람들의 사생활을 소재로 삼는 행위를 보고 역겨워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쉽게 평할 수 있는 삶은 없고, 가벼운 삶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저는 개그맨 유세윤씨를 좋아했었습니다. 그의 순발력과 화통함이 좋았습니다. 이제부턴 그의 글도 좋아질 것 같습니다 .딴 것 없습니다. 베스트셀러야 어떻든, 유명작가들이야 어떻든, 자신의 생각, 자신의 삶을 거침없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당당하게 표현하는 그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너무 유명해지면 불편하겠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면서 유세윤의 페이크 에세이 '겉짓말'을 읽고 나니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유세윤작가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좋은 쪽(?)으로 생각이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여러 출판사의 후기를 보니 전반적으로 이 책의 평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시간내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95페이지의 짧은 책입니다. 아들로서, 남자로서, 아빠로서, 유세윤씨의 삶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나의 삶도 칭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영원한 삶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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