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라틴아메리카 입문서, 바로 이 책입니다.

마산 청보리 2018. 6. 5. 07:00

저는 사회교사입니다. 해서 보통사람보다는 세계사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말이지요.


책은 박정훈, 김선아님께서 함께 쓰셨습니다. 출판사에 문의해 본 결과 두 분은 부부십니다. 박정훈씨가 경험하신 것을 김선아씨가 글로 옮기시고 편집하신 책입니다. 책은 1인칭 시점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전개됩니다. 저는 두 분이 부부시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박정훈 씨 혼자 쓰신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잘 읽히는 책입니다.


박정훈씨는 2000년에 처음 멕시코로 떠났고 그 후 약 7년간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설명서가 아니라 저자가 그곳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라틴아메리카의 진짜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은 후 더 깊게 연결되었습니다. ‘아하! 이래서 이랬던 거구나.’는 이해가 절로 되었습니다.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소외된 역사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약과 범죄, 인플레이션 등 여러 가지 위험한 곳으로 알았던 라틴아메리카의 정겹고 따뜻하며 억울할 수 있는 역사도 알게 되었습니다.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쯤으로 알았던 지역의 찬란한 과거를 알 수 있었고, 빛나는 라틴아메리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참 쉽고 재미있으며 유익한 책입니다. 여행에 관심 있는 분, 세계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꼭 권하고 싶습니다.

프롤로그를 소개합니다.

저는 일부러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순간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도도한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라틴아메리카는 결코 작지 않은 대륙인데도 유럽 중심으로 쓰인 역사책에서 소외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이 대륙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기회가 많지 않지요…….이 책을 읽으면서 그 지역에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을 입혀 나가면 좋겠습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정말 강렬한 색채를 가진 대륙이거든요.


박정훈씨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멕시코로 건너갔습니다. 약 7년간 멕시코시티에 머물면서 교민 신문인 <한인매일신문>취재부장, <한겨레21> 중남미 전문위원 등으로 일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취재하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프레시안>, <오마이뉴스>에 기고도 했습니다. 


그가 멕시코로 떠날 때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쓰는 지 아닌지조차 긴가민가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고 합니다. 거의 준비 없이 비행기를 탄 셈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발을 디딘 멕시코에서 그는 수많은 행운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행운을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은 <1부 혼혈,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 <2부 엘도라도에서 혁명의 나라로>, <3부 인생은 곧 카니발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담긴 내용은 풍성합니다. 


1부에서는 우주적 인종인 메스티소이야기, 아즈텍, 잉카 마야 문명, 전 세계를 구한 옥수수와 감자, 최고의 디저트 초콜릿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2부에서는 금광의 발견, 바나나 공화국, 해방자 볼리바르, 자연의 축복이며 자원의 저주라고 말하는 아마존과 안데스, 체 게바라의 쿠바 혁명,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된 정치가 룰라와 무히카를 소개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마술적 사실주의, 세계를 매혹한 라틴 댄스, 세계 최강 삼바 축구를 소개합니다. 제목만 들어도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이 책은 짧은 시간, 단 한권으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알 수 있는 참 친절한 책입니다.


흔히 노예무역이라고 하면 미국으로 팔려간 흑인 노예들을 상상하는데, 사실 그 수로만 보면 라틴아메리카로 팔려 간 흑인이 훨씬 더 많아요. 단일 국가로는 브라질에, 단일 지역으로는 카리브 해에 가장 많은 흑인 노예가 건너갔습니다.(본문 중)


저도 세계사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교과서에 라틴아메리카 흑인 노예 역사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노예 해안과 미국 남부의 목화 재배를 위한 대규모의 흑인 무역만이 언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즉 그 수로 보면 라틴아메리카로 팔려간 흑인이 훨씬 많았지만 세계사에는 다뤄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세계사란 강한 나라 위주의 역사가 아니라 진실의 역사가 다뤄져야 합니다. 


흑인이 가장 많이 잡혀갔기에 라틴아메리카에는 자연스레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고 물라토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흑인과 원주민 사이의 아이는 삼보라고 불리고 있지요. 즉 라틴아메리카는 역사적으로 혼혈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오늘날에는 이 모든 혼혈인종을 그냥 메스티소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학교 시험에 라틴아메리카 혼혈족을 부르는 명칭이 자주 출제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지 명칭이 아니라 혼혈인이 많아진 역사도 함께 가르쳐야 겠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바퀴, 도르래, 철기 없이 만들어낸 뛰어난 건축물과 수학, 미국과 달리 원주민이 직접 정치에 뛰어든 여러 나라들, 라틴아메리카가 전 세계인에게 준 위대한 선물, 옥수수, 감자, 초콜릿,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한 카리브 해에 왜 해적이 많았는지,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 스페인과 포르투칼이 원주민들을 어떻게 학살했는지, 미국이 라틴아메리카를 어떻게 간섭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폈던 책이었는데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고 다 읽고 나선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던 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청소년이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은 책이고 다양한 사진자료는 책을 더 풍성하게 해 줍니다. 저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호감이 생겼습니다. 저도 다음 책으로는 라틴아메리카의 사실주의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존중받을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땅이지만 꼭 방문해 보고 싶은 땅입니다. 라틴아메리카,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습니다. 세상에 호기심이 많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라틴아메리카는 멋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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