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집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일상을 솔직하게 적은 시집입니다. 육아는 분명 힘든 일이고 책 내용을 봐도 어려운 일인데 시집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웃음이 계속 나옵니다.
저는 남자고 아빱니다. 저도 아이를 키울 때 아내님과 싸운 적이 있습니다. 아내를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힘든 데, 집에서 조차 뭐라고 하니 짜증났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시집을 읽고 나선 아내가 위대해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집은 아빠들이 읽어야 하는 시집입니다.
“와 진짜 완전 웃긴다. 정말 이래요. 속이 다 시원하네. 애 키울 때, 진짜 이랬어. 이 책 누가 쓴 거예요?”
시집을 직장 동료 분들에게 읽어보라고 줬습니다. 보시는 분들의 반응입니다. 어떤 분은 웃는다고 일을 못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사무실 한 켠에선 키득키득 하는 웃음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무슨 일인지 가봤다니 이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진짜 그리 재밌어요? 공감돼요?”
“진짜 공감 100%예요. 나도 애가 좀 컸는데, 딱 이 마음이었어요. 정말 재밌네요. 다른 분들께 사서 선물하고 싶어요.”
"이 책을 읽으니 처음엔 웃는다고 눈물이 났다가 뒤에는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이 책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의 즉석 평들입니다. 한결같이 왕추천이라고 하시더군요.
<딸 나요미와 외출 중인 서단님>
서단님은 이 책이 첫 번째 책이라고 하십니다. 첫 아이를 키우며 생긴 일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서단 시인은 특별한 분이 아닙니다. 이웃집의 흔한 엄마입니다. 시인의 말입니다.
아이는 참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육아는 정말 힘들 때가 많지요.
아이는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 같아요.
외롭고 지칠 때
육아시가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시를 읽다
웃음이 나와
웃는 얼굴로
아이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를 읽다
가슴이 뭉클해서
따뜻한 눈빛으로
아이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육아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아기는 보살님, 2부 엄마의 마음으로, 3부 남편이라는 자, 4부 친정 가는 길에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정말 재밌습니다. 읽다보면 공감이 되며 웃음이 터집니다.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구나.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이게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육아시집은 구성이 특별합니다. 시가 있고 제일 아랫줄에 제목이 있습니다. 시와 제목의 조화가 또 한번 웃음을 줍니다. 몇 작품을 소개합니다.
요즘
우리 집을 평정하는
한마디
<응애>
집착할수록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너
<아기 코딱지>
안아 올리자마자
끅 트림이 나오고
울다가
톡 왕코딱지가 빠지고
손가락 물고
스르르 잠이 들고
<운수 좋은 날>
안 잔 건 아닌데
잔 것도 아니다.
<아기 엄마의 잠>
아기 낳기 전에는
감이 안 오고
아기 낳고는
볼 시간이 없다.
<육아서>
시 한편 한편이 너무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속이 시원한 부분도 있고 눈물이 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피곤하고 힘든 일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쓸 수 있구나. 이게 바로 시인이구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시집 전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접어두겠습니다. 도서출판 띠앗의 <육아시집>, 직접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서단님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1. 육아 시집을 쓰신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육아 카페와 SNS에 육아시를 써서 올렸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다들 육아시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해 주셔서 신나서 쓰다 보니 꽤 많이 썼더라고요. 책 내라는 분들도 계셨고요. 육아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는데 육아시집을 통해 꿈을 이룬 셈이네요. 제 이름으로 된 책을 꼭 내고 싶었어요.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너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했었다. 너를 이렇게 키웠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딸아이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해요. 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함께 보며 웃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싶어서 육아시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2. 서평을 찾아보니 같이 울고, 같이 웃었다며 엄마들의 평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시 자체도 상당히 읽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의도한 것인가요?
-의도했다기 보다는 아이를 키우면서 관찰한 것, 생각한 것, 느낀 것들을 그때 그때 메모해서 시를 쓰다보니 아이 키우는 분들이 많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고 생각했던 일이니까요. 육아의 보편성이랄까요?
3. 시집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우아함, 아름다운 문장을 써야 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 시집은 우아함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짜 일상을 여과 없이 옮긴 것 같은데요. 영향 받은 곳이 있다면요?
-삶이 드러난 시, 나만이 쓸 수 있는 시, 쉬운 말로 쓴 시, 누구에게나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이오덕 선생님과 그 제자분들의 책에서 배웠어요.
4. 육아시집 이후 다음 책 출간 계획은 있으신가요?
-딸과의 마주 이야기(마주보며 나눴던 이야기), 엄마의 마음 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둘을 잘 버무려서 책을 내고 싶네요.
5. 육아생활을 하고 있을 엄마, 아빠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들 아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저는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지 정말 몰랐어요. 물론 행복한 날이 훨씬 많았지만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은 날도 있었어요. 아이에게 화를 내고는 나한테 더 화가 나고 좌절할 때도 종종 있었고요. 엄마, 아빠란 말이 참 무겁지만, 우리 함께 아이들을 잘 키워보아요. 아이 키우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6.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나요미를 위해,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 겁니다.
이 시집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누구를 위해 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의문은 마지막 시를 읽으며 해결되었습니다.
위대한 여신들!
<엄마>
서단님은 시는 본인을 위해 쓰셨고 엄마들을 위해 시집을 내신 것 같습니다.
저절로 자라는 아이는 없다고 하지만 그냥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분은 말씀하십니다. ‘육아를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란이 시작된다. 육아는 힘든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다.’ 저는 이 말에는 공감하지만 육아를 엄마들만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힘듭니다. 육아는 엄마들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입니다.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님을 보며 존경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엄마들은 이 책을 읽으며 공감받는 여유를 느낄 것이고, 아빠들은 이 책을 보며 아내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희 어머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르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집입니다.
육아는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감동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육아가 궁금하신가요? 서단님의 육아시집을 추천합니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지만, 엄마의 마음도 알아야 하는 귀한 일입니다. 육아시집은 엄마와 아빠,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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