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겠습니다>는 황보름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황 작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합니다. 다 읽고 보니 왠지 작가라는 말을 본인도 어색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책을 읽을수록 책에 더 흠뻑 빠져드는, 지금보다 더 책을 좋아할 책 덕후 할머니로 늙어갈 것 같다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그녀는 100퍼센트 독서가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대기업에 취직하여 프로그래머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허나 노동에 치여 자신을 잃게 되는 현실을 탈출하여 서른살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마흔살까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계획했는데 벌써 찾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작가'입니다.
책표지/황보름지음/어떤책/18,000원/2017.11.30ⓒ 김용만
사람을 만날 때도 책을 읽는 사람인지를 가장 궁금해 하며, 본인의 가방 속에 항상 책이 들어있습니다. 시작! 하며 타이머앱을 20분 맞춰두고 책에 빠져드는 사람입니다. 책상, 지하철, 침대, 도서관, 심지어 걸으면서 책을 읽기도 한답니다.
그녀는 너무너무 책을 좋아합니다. 해서 독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진심으로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415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입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작가가 쓴 글은 300페이지 정도이고 독서 다이어리와 독서노트가 첨부된 형태의 책입니다. 표지도 이뻤고 책 구성도 재미있었습니다.
제목부터 신선했습니다. <매일 읽겠습니다>, "매일 읽으세요"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독자들에게 다짐을 하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즉 '내가 책을 읽어보니 이래저래 좋았다. 그러니 당신들도 책 읽고 좀 느껴봐라'의 어투가 아닌 '책을 읽으니 너무 행복해요. 저는 이렇게 책을 읽어요. 단지 책 읽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소소하지만 저의 독서법을 소개하려해요. 첫 책이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썼어요.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고 책을 펼쳤고 3시간 정도만에 다 읽었습니다. 속독을 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새 후루룩,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이 책의 부재처럼 '책을 읽는 1년 53주의 방법들'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약간 길지만 목차를 소개하겠습니다.
1. 베스트셀러 읽기, 2. 베스트셀러에서 벗어나기, 3. 지하철에서 읽기, 4. 얇은 책 읽기, 5. 두꺼운 책 읽기, 6. 밑줄 그으며 읽기, 7. 가방에 책 넣고 다니기, 8. 인터넷이 아니고 책이어야 할 이유, 9. 타이머앱 사용기, 10. 고전 읽기, 11. 소설 읽기, 12. 시 읽기, 13. 인터넷 서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14. 침대와 밤, 그리고 조명, 15.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16. 책과 술, 17. 읽기 싫으면 그만 읽기, 18. 책의 쓸모, 19. 도서관의 책들, 20. 문장 수집의 기쁨, 21. 독서모임, 22. 답을 찾기 위한 책 읽기, 23. 전자책 읽기, 24. 틈틈이 읽기, 25. 천천히 읽기, 26. 당신의 인생 책은? 27. 동네책방에서, 28. 다음에 읽을 책은, 29. 기쁨과 불안 사이에서 책 읽기, 30. 영화와 소설, 31. 친구와 나누는 책 수다, 32.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33. 묵독과 음독, 34. 공감의 책 읽기, 35.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는 책 읽기, 36. 휴가 때 읽기, 37. 문장의 맛, 38. 부모가 책을 읽으면, 39. 넓게 읽은 후 깊게 읽기, 40. 독서목록 작성하기, 41.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책 읽기, 42. 서평 읽기, 43. 서평 쓰기, 44. 등장인물에 푹 빠져들기, 45. 서재 정리하기, 46. 도끼 같은 책 읽기, 47. 관심이 이끄는 책 읽기, 48. 관심을 넘어서는 책 읽기, 49. 절망을 극복하는 책 읽기, 50. 어려운 책 읽기, 51. 나를 지키기 위한 책 읽기, 52. 요즘 무슨 책 읽어요? 53. 이 세상에서 책이 사라진다면
차례만 봐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느껴지실 겁니다. 읽어보면 훨씬 공감이 됩니다. 황보름 작가의 글은 읽기 쉽습니다. 으시대며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위해 쓴 책이 아니라 독자분들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저의 독서습관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53가지의 꼭지를 통해 자신의 독서습관과 책읽는 방법, 독서를 통해 얻었던 것과 독서를 통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 이 책 나도 읽었는데, 어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어 나도 이게 궁금했는데' 등 다양한 공감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대하는 자세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마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문장 수집의 기쁨'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문장을 발췌한다. 카메라로 캡처해 놓을 때도 있고, 하나하나 옮겨 적을 때도 있다. 옮겨 적을 때는 꼬박 한두 시간이 걸리는데, 끝날 때마다 혼자 엄청 성취감에 젖는다. 발췌에 공을 들이다 보면 문득 내가 문장을 모으기 위해 책을 읽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좋은 문장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도 좋고, 다 읽고 나서도 좋다.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있다면 따로 메모장에 적어 보면 좋겠다.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착찹할 때 메모장에 꺼내 읽어 보는 거다. 유독 한 문장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걸어올 지 모른다. 당신은 그 문장을 읽으며 아마 알게 될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 문장에서 힌트를 얻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한 권의 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나의 문장이 할 수도 있음을."(본문 중)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과 접은 페이지가 유독 많았습니다. 저 또한 이 책에서 문장을 수집했습니다. 그녀는 책의 마지막에 진심을 담은 문단을 남깁니다.
'아아, 나도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고 싶다.'(마지막 문단)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위의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시나 읽을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다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마르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본문 중)
의무가 아니라 좋아서 책을 읽는 사람, 그가 책을 대하는 마음,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다가오는 2018년 새해, 금연과 함께 이 책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인생의 새로운 기쁨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남에게 유식해지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변화를 위해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삶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말이지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매일 읽겠습니다 (핑크) - 황보름 지음/어떤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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