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차에 노란리본을 붙이고, 손목에는 노란밴드를 차고 생활을 합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분명, 남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식 가진 부모 심정으로서,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심정으로서, 그리고 당시의 무능력했던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정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이 있지만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난 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오열하시는 부모님들 사진도 뵈었습니다. 먹먹함이 솟구쳤습니다. .그 분들의 아픔...가슴속을 파고 들어왔습니다.
포항에서는 지진이 났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에도 제법 진동이 심했습니다. 마침 저는 딸래미학교 공개수업 참관을 위해 갔었는데 학교서도 신속하게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현장을 곁에서 함께 했습니다. 무용담 같았습니다. “이야, 요즘은 학교에서도 진지하게 대피하는군요. 예전 같으면 책상 밑에 숨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애써주시니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습니다. 포항에서의 충격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포항시가지의 피해사진들을 보며 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제가 아는 지인 중에 포항에 사시는 분은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에서는 포항의 피해 때문에 수능을 연기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다양한 말들이 오고갔습니다. ‘잘한 결정이다. 성급한 결정이다. 과연 이게 최선인가? 수능날에는 지진없을텐데 난리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여진은 계속되었고 지금은 연기된 수능날에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수능연기에 대해 ‘성급하다. 포항 학생 중 몇 명이 수능으로 서울대 가겠느냐. 우리 아들 리듬 다 깨졌다. 포항아이들만 따로 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전체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도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가, 이렇게도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졌는가, 세상이 왜 이럴까. 라는 속상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감정시대는 이런 현대인의 마음을 다룬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세상을 보니 더 이상 특정 개인을 싫어하던 마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왜 이런 마음이 우리사회를 뒤덮게 되었는가? 그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BS미디어팀에서 기획했고 EBS<감정 시대>제작팀이 지었고 이현주님께서 글로 쓰신 책입니다.
책 표지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생각을 묻지 않고 마음을 묻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잡아들고 표지만 한참을 쳐다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매순간 사용자에게 물어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집에서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니?’ 온 세상이 생각을 확인하는 물음으로 넘쳐납니다. 생각은 이성입니다. 이성은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생각은 합리적이며 합리적인 것이 옳은 것이라고 강조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생각이 아닌 마음을 돌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너의 마음은 어떻니?’ 생각이 아닌 마음을 물을 때, 얼었던 마음이 녹을 수 있습니다. 싸운 아이들보고 ‘너희들 왜 그랬어?’라고 다그칠 때보다 ‘그래, 기분이 어떻니? 괜찮아?’라고 물을 때 아이들은 눈물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정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식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마음을 소중히 대하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함께 함이 더 중요하고, 아픈 상대를 보고 날선 소리를 하기 힘들 것입니다. 누구나 아파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아픔은 당연한 통과의례입니다. 하지만 1차적 아픔보다 그 아픔 이후 주변 사람들의 공격, 2차적 아픔이 더 깊은 상처를 주는 사회라면, 성찰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책에서는 불안감, 모멸감, 고립감, 좌절감, 상실감, 죄책감, 6가지의 마음을 다룹니다. 불안감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초조한 느낌입니다. 모멸감은 업신여김과 깔봄을 당하여 느끼는 수치스러운 느낌입니다. 고립감은 남과 사귀지 않거나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홀로 된 느낌입니다. 좌절감은 뜻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감을 잃은 마음입니다. 상실감은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한 느낌입니다. 죄책감은 저지른 잘못이나 죄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마음입니다. 불안감에서는 고용불안, 비정규직, 일자리 불안, 취업불안을 다룹니다. 모멸감에서는 감정노동자의 아픔, 모멸의 또 다른 이름, 혐오에 대해 다룹니다. 고립감에서는 아빠들 즉 가장의 현실, 외로움, 혼자 사는 노인들, 고독사에 대해 다룹니다. 좌절감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여성 노동자의 현실, 현실 노동자의 삶에 대해 다룹니다. 상실감에서는 세월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죄책감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 어른들의 미안함에 대해 다룹니다.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이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부여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에게는 타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절망과 자학에 빠진 개인을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존재의 인정이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따른 연민이 아니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신뢰 공동체가 필요하다.
외로우십니까? 너무 화가 나십니까? 너무 슬프십니까? 무기력하십니까? 그 모든 것,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못된 말을 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입니다. 사람으로 인한 감동, 사람으로 인해 공감받는 경험을 충분히 했다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모두가 아픈 이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줘야 합니다. 나의 심신 뿐 아니라 서로를 배려해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능력과 직위에 따른 존중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너무 심란하시고, 대체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나는 어떤 감정에 익숙한가? 감정 자체에 주목하고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어야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너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들이며 부모들이라는 것, 서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건강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감정은 늘 옳습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신가요?
감정 시대 - EBS 미디어 기획, EBS 감정 시대 제작팀 지음, 이현주 글/윌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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