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여전히 이 땅에 살고 있을 82년생 김지영.

마산 청보리 2018. 1. 10. 07:00


현재 [알라딘]에서는 '달려라!  책'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책을 읽고 싶으면 응모를 합니다. 단! 다 읽고 나서 누구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전달이 완료되면 아동도서기금 2,000원이 적립됩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의 쥬디들에서 김기자님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당시 김기자님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밤중에 이 책을 읽었어요. 다 읽고 나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자고 있는 신랑에게 괜히 화풀이를 했었어요. 저만 이렇게 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억울한 마음과 함께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하던 찰라, [알라딘]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노회찬 의원이 추천한 책이라면서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응모를 했고 1천명의 독자 중 한사람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었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면 됩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혼자 읽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한 다른 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것두 여성으로 살아온 분들 보다는 남성으로서 살아온 분들에게 권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가 받아온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당연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아버지, 동생, 할머니 순서로 퍼 담는 것이 당연했고, 모양이 온전한 두부와 만두와 동그랑땡이 동생 입에 들어가는 동안 언니와 김지영 씨가 부서진 조각들을 먹는 것이 당연했고, 젓가락이나 양말, 내복 상하의, 책가방과 신발 주머니들이 동생 것은 온전하게 짝이 맞는데 언니와 김지영 씨 것은 제각각인 것도 당연했다. 우산이 두 개면 동생이 하나를 쓰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하나를 같이 썼고, 이불이 두 개면 동생이 하나를 덮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하나를 같이 덮었고, 간식이 두 개면 동생이 한 개를 먹고, 김지영 씨와 언니가 나머지 한 개를 나눠 먹었다. 사실 어린 김지영 씨는 동생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거나 그래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원래 그랬으니까.(본문 25페이지)


전 소위 말하는 장남이었습니다. 아래로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제 여동생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여동생에게도 당연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쁜 것을 먹고 자랐고, 모든 것이 짝이 맞았습니다. 우산도 제것이 있었고 이불도 있었습니다. 상도 어른들과 같이 받았고 여동생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 지 챙겨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제가 대우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대우 받는 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그랬으니까요.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본문 35페이지)


아...아들이 잘나서 공부를 계속 하고, 대학가고 그나마 좋은 직장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포기하는 딸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딸들의 꿈을 포기시키는 부모님들이 있었습니다. 단지 아들이기 때문에 부모와 누나들의 헌신적인 희생을 당연한 듯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 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나, 나도......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집에 일찍 와야 하니까 친구들도 잘 못 만날 거고. 회식이나 야근도 편하게 못할 거고, 일하고 와서 또 집안일 도우려면 피곤할 거고, 그리고, 그, 너랑 우리 애랑, 가장으로서...그래, 부양! 부양하려면 책임감도 엄청 클 거고."

김지영 씨는 정대현(김지영씨의 남편) 씨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 데에 비하면 남편이 열거한 것들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졌다.(본문 137페이지)


아내와 제가 실제로 다툴때 자주했던 대화내용이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아내의 두려움에 대해 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힘든데 왜 자꾸 자기만 힘들다고 말하는걸까? 왜 이렇게 이기적이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임신과 출산은 새생명과의 만남이라는 경이로움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겁니다. 저는...그런 두려움은 전혀 해보지도 못했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씨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하여 딸이 있는 현재 진행형으로 씌인 책입니다. 꾸준한 줄거리 보다는 김지영씨의 성장과정을 보여줍니다. 다행히 김지영씨는 현명하신 어머니와 용기있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해서 세상의 이상함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고 맞설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분은 이 책을 읽으시고(남성분이셨습니다.) 이 책은 너무 허구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이렇게 사는 여자가 어디있냐며 반문했습니다. 지금처럼 여자들이 잘나가는 때가 언제 있었냐며, 남자들이 여자들 때문에 치여 못사는 시대라며 한탄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듣기로 그 분은 당신 아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이 여성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게 된 걸까? 


"강자를 조롱하는 것은 풍자이고, 약자를 조롱하는 폭력이다."


저도 남성이지만 대한민국은 남성으로 살기엔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여성으로 살기에는 분명 위험한 곳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선 결정권자 중 남성들이 분명히 많습니다. 즉 남성 중심 사회입니다. 사회에서 고위직의 남여 비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선거 때 언급되는 주요 후보군의 남여 비율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성은 늦은 밤 외진 곳을 갈 때 무서울 지언정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늦은 밤 외진 곳을 갈 때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강간사건이 있어도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피고인도 남성, 변호사도 남성, 판사도 남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 분들 때문에 아들이 취직을 못한다고 여기시는 분께 되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 아들이 취직을 못하는 것이 여성때문일까요? 아니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사회구조때문일까요."


책에는 중간 중간 우리나라의 여성 현실에 대해 소개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꼽혔다.(본문 124페이지)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내 딸이 자라서 여자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남자는 사회에서 일해야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애만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적폐일 수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사회가 인류 역사상 꾸준한 삶의 진보를 가져왔는 지 아니면 더 많은 전쟁과 폭력을 가져왔던 것은 아닌지 곰곰히 따져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들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기에 더 자극적이었습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우리 집에서도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 소름끼쳤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 저는 어머님이 이해가 되었고 여동생에게 고마웠으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딸이 만날 세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환경이 다를 것이고 경험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실 분 또한 계실 것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기가 이렇게 힘든 것이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남성으로서의 삶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그녀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82년생 김지영 - 10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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