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523

개학. 그리고.

2006.2.6 개학을 했다. 어제 밤에 잘때에는 정말 싫었지만 막상 아침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도 설레였다. 오늘은 또 눈도 엄청 많이 왔다. 조심 조심 걸어서 학교에 도착했고 난 눈덮힌 교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교실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사내들만 모여서 그런지 아기자기한 만남인사는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방학 잘 지냈나?' 단순한 인사들.. 하지만 날 보며 고개 숙이는 놈들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보며 난 .. 따뜻함을 느꼈다. 이 놈들도 나를 만나 따뜻함을 느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1교시가 가고 2교시가 .. 4교시가 되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단축수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게 아직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4교시 후 교실에 들어가..

겨울방학.

2005.12.28 아침에 전화가 왔다. 삐리리리리링~~~ 참고로 난 잘때 오는 전화를 정말 싫어한다. 힘들게 받았다. '여보세요...' '김용만 선생님 폰 아닙니까?..' 목소리가 작았다. '네. 찬희냐?' '아 네 선생님. 저 환종입니다!' 귀가 번쩍 띄였다. '환종? 장환종이냐??' '네 선생님. 한국에 왔습니다.' '그래? 오늘 방학식하니깐 학교로 와라. 애들하고 같이 놀자.'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환종이는 올해 4월달에 캐나다로 유학간 우리반 학생이었다. 방학이라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한 것이었다. 은근히 흐뭇했다.^-^ 학교로 왔고 예상대로 방학식만 정신없이 날뛰는 33명의 몬스터 들을 보게 되었다. 환종이도 앉아 있었다. 환종이에 대한 여러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질문도 ..

어느 덧 일년.

2005.11.28 오늘 우연히 달력을 보았다. 방학이 1달여도 남지 않은 오늘.. 순간 1년 동안의 1학년 10반과 함께했던 시간이 사사삭 지나갔다. 왜일까... 순간순간은 분명 힘들고 괴롭고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많았으나 뭉탱이로 떠오르는 것은.. 미소였다.^-^ 오늘도 사회 수업이 들어 수업시간에 함께 했다. 사회 시간 앞의 시간은 과학시간. 과학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오늘 10반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참으로 힘드셨겠어요.'.. 드디어 사회시간. 교실에 웃으면서 들어갔다. 그리곤 태도가 좋지 않다고 했던 두 친구를 불러내었다. 골마루가 나가서 혼을 내었다. 그리곤 교실에 다시 들어왔다. 수업은 시작되었고 우당탕탕! 왁자지껄! 혼란속에서 한시간이 무사히 끝났다. 오늘 ..

작은 즐거움.

2005.10.25 이번주 금요일 우리학교 체육대회가 있다. 현재 우리반 성적은 한종목 결승진출!! 두종목 준결승 진출!!! 아직 안한 경기도 몇있는.. 소위 말하는 우리학교 1학년 중에서는 최고의 성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응원상까지 휩쓸기로 다짐을 했다. 해서 오늘 모둠별로 가위와 고무줄, PT병을 들고 오기로 했고 난 신문지를 산처럼 준비하여 방과후 교실로 가져갔다. 신문지를 해파리 다리처럼 자르고 그 밑을 고무줄로 묶어서 응원할때 쓰는 먼지털이 비슷하게 생긴것을 만들었다. 다른 반 친구들은 모두 집에가고 우리반 친구들만 남았지만 이 놈들은 너무나도 즐거워 하더라. 이미 만들어서 머리에 쓰고 장난치는 놈. 신문지를 크게 잘라서 치마처럼 입고 돌아다니는 놈. 옷처럼 입는 놈. 하지만 가위질하는 ..

방황의 끝

2005.9.29 찬이가 또 집을 나갔었다.. 우리반에서만 소위 말하는 가출이라는 사건이 이로써 3번째였다. 찬이와 또다른 친구...그리고 이번의 찬이.. 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놈들의 가려운곳을 긁어주고는 있는 것일까.. 난 담임으로써의 자질이 있는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상당히 우울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배정된 우리반에 있어서 1학기 초에는 우려되는 친구들이 5~6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심하게 우려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나의 노력보다는 스스로 생각의 변화와 가족의 변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난 나로써 또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찬이를 찾았고 찬이를 집에 데려다 ..

선생님. 우토로요.

2005.9.4 2005년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해.. 아주 뜻깊은 해였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중 난 조정래씨의 '아리랑'을 읽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해에 조금이나마 일제 시대에 대한 여러가지 이해를 위해서도 읽었다. 한 2주 동안 집에서 책만 읽었고 다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난 이유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원혼들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첫 수업시간.. 난 3학년은 국사. 1학년은 사회를 가르친다. 3학년 국사는 딱 1900년도 초반. 열강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우리의 국사를 가르치고 있었고 1학년은 세계지리로 들어와 동부아시아에 대한 단원을 학습할 차례였다. 1, 3학년 공히 첫 시간에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5년도 채 안되는 ..

찬이의 가족 찾기.

2005.9.2 개학하고 하루 후..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찬이가 보이지 않았다. 놈은 한번씩 지각을 하는바. 집으로 전화를 했다. '따르릉~네 아버님? 네. 학굡니다. 찬이 담임 김용만이라고 합니다. 찬이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아 걱정되어 전화 드렸습니다. 무슨 일 있는지요.' '아 네 선생님. 잠깐만요.....네. 오늘 찬이가 아마도 학교에 못 갈것 같습니다. 오후에 찬이엄마가 전화할것입니다.' 아버님 목소리가 상당히 긴장한 듯 들렸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더 여쭤보기가 어색했다. '네 아버님.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혹시 오후라도 학교에서 찬이를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끊었다. 그날 오후가 되었고. 마칠때까지도 찬이는 보이지 않았다. 7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우리반 찬이와 7반..

병원 원정대.

2005.7.11 저번주 금요일.. 우리반의 준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갔다. 이 친구는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고싶어서였는지 자습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간다고 사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새로 전학온 친구도 어색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러분. 오늘 준이는 대전으로 전학을 갑니다. 전학을 가면 분명히 우리 1학년 10반에서의 생활과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준이를 떠나 보냄에 있어서 여러분과의 따뜻한 포옹으로 보낼려고 합니다. 3분단부터 나와서 마지막으로 준이와 인사를 나누길 바랍니다.' 한명씩 아이들은 나왔고 .. 따뜻한 포옹을 했으며 힘이 쎈 몇몇 친구들은 준이를 번쩍 들어 안기도 하였다. 환하..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

2005.7.7 내일.. 우리반의 한친구가 대전으로 전학을 간다. 눈에 띄는 친구는 아니였지만 상당히 귀여운 놈이었다.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해서 우리는 어제 학교 마치고 준이가 전학가기전의 마지막 추억꺼리 로써 축구를 했다. 어제는 지금까지 축구한 경기중 가장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다. 주인공인 준이도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뛰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 이 좋았다. 준이는 끝까지 잘 뛰었고 친구들과 계속 우리반 카페와 세이를 통해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아이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반겼다. 참으로 보기 좋았다. ---- 지금 우리학교는 다음주에 있을 감사를 준비중이라 학교가 부산하다. 교무실에 몇년전의 자료들을 다시 확인하느라 많이 어지럽다. 그 어지러움속에 한 어머님과 학생이 앉아 ..

상담.

2005.6.30 내일부터 학교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우리반의 작은 악동들의 긴장은 이미 시작되었다. 난 종례시간땐 꼭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다양한 답들이 나온다. 오늘의 답들은 대강 이랬다. '즐거웠습니다!'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나요?' '제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긴장됩니다.' '왜 긴장이 되었죠?' '내일부터 시험이라서 긴장이 되었습니다.' 등등 다양한 말들과 난 답을 한다. 그런데 오늘 주목할 만한 말이 나왔다. '좋지 않았습니다.' '무슨일이죠?' '률이와 민이가 학생부선생님으로부터 혼이 났기 때문입니다.' '무슨일이 있었나요? '민이가 률이의 뒤통수를 센팅(주먹으로 얼굴등을 가격할때 쓰는 아이들의 말)했기 때문입니다.' 당황했다. 해서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