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에서 TV를 보지 않습니다. TV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고, TV를 보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해서 TV프로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프로가 있습니다. KBS<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예전에 노량진 편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젊은 시절, 노량진에서 1년간 생활했던 적이 있기에 과거를 추억하며 오늘날의 고시생들의 삶을 애잔하게 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은 더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 곳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기에 감동이 더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책이 나왔습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가 그것입니다.
<중간광고>
창원지역 FM 95.9 진주지역 FM 100.1
창원교통방송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10분!
스쿨존 관련 방송
TBN "이PD가 간다."에 고정출연 중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다큐멘터리 3일은 1,500일, 3만 6,000시간동안 걸어왔습니다. 72시간이라는 시간에 500여 곳의 장소를 담아왔습니다.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곳, 다시 열정을 불어넣는 곳,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곳, 먹고 싶고 맛보고 싶은 곳, 다른 인생에서 지혜를 배우는 곳, 엄마의 품속 같은 곳, 땀 흘릴 용기를 주는 곳, 옛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말없이 위로해 주는 곳,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곳 등 10개의 주제에 각각 10개의 장소가 담겨 있습니다.(들어가며 중)
오랜 시간 TV에 방영되었던 장소를 책으로 다시 읽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 살아있는 삶의 뜨거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책으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여운이 좋았습니다. 10개의 주제마다 담긴 이야기는 다르지만 읽는 이에게는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사진들입니다. 내용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몇 년만 참자. 그렇게 집도 사고 뭐도 사면 행복하겠지. 그렇게 우리는 행복을 계속 미래형으로 두잖아요. 그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지금 행복하고 싶었어요.” 도시에 있었다면 한창 출근 중이었을 이른 아침 시간에 초보 농부는 포도를 인근 장터에 내놓습니다. 장터는 귀농인들의 데뷔 무대와도 같습니다. 시식하는 손님을 바라보는 가슴 떨리는 시간, 다행히 맛있다면서 포도를 양손 가득 사가지고 갑니다. 자신이 생산한 것을 직접 팔아보니, 한 걸음 더 농부에 다가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 정양리의 귀농인들은 농부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농부가 된다. 중)
각 장소의 이야기를 서술식으로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각 장소, 각 인물의 사연들을 수채화로 표현하듯 담담히 소개합니다.
-별 빛 대신 불 켜진 학원 간판들이 까만 밤을 수놓는 노량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의 꿈에 한계선을 긋는 법을 알게 되었을까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노량진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가능성 안에는 ‘실패의 가능성’도 포함돼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자신의 꿈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혹시, 당신은 치기 어렸던 젊은 날의 다짐을 기억하시나요? 행여, 그날의 꿈대로 살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당신에겐 ‘실패의 자유’가 있으니까요.(노량진 고시촌 중)
여행을 위해 이 책을 선택했었습니다. 다 읽은 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인생지침서였습니다. 나의 아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도 아니며, 혼자 사는 것도 아니며, 결국 우리는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손때 묻은 물건과 함께 서민들의 애환까지 흘러드는 중고거리. 이곳의 사장님들도 하루 매상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입니다. 나 혼자만 잘 살 수 없는 세상, 바깥세상이 잘 돌아가야 이곳도 활기가 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물 선풍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곳, 땀의 가치와 보람이 여기 있습니다.(대구 중고가전, 주방거리 중)
<다시 열정을 불어넣는 곳>에서는 다양한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가 생깁니다.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곳>을 읽을 때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곳>에서는 즐거움을 위해, 마음의 여유를 위해 꼭 가보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먹고 싶고 맛보고 싶은 곳>을 읽으면 우리나라 먹거리의 다양함과 꼭 한번 들러서 먹고 싶다는 충동이 생깁니다. <다른 인생에서 지혜를 배우는 곳>은 장소의 의미와 쉽게 지나쳤던 곳들에 대한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엄마의 품속 같은 곳>, <땀 흘릴 용기를 주는 곳>, <옛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말없이 위로해 주는 곳>, <자존감을 되찾아 주는 곳> 모두 읽다보면 조용한 미소가 생깁니다.
364페이지의 다소 두꺼운 책입니다. 10개의 주제에 각 10개의 장소들, 총 100여 곳을 소개하다보니 심도 있는 소개는 힘듭니다. 1페이지에 장소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그래서 읽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책은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닙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1곳, 2곳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책 읽기가 절로 멈춥니다. 짧은 글 긴 여운은 이 책에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혹자들은 대한민국은 땅덩어리가 좁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대한민국 땅은 좁더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은 위대합니다. 여행을 가고 싶은 분,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분, 다른 분들의 삶을 접하고 싶은 분, 삶이 외로우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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