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장애아에게 맞고 온 딸, 그 엄마의 질문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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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에게는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9살 된 딸아이와 4살 난 개구쟁이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 한명 한명이 우주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최소한 꺾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해서 아이의 성장 자체에 초점을 맞춘 육아관련 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는 제목부터 매력적이었습니다. ‘하루 11분 그림책을 같이 보면 육아가 된다고? 어떤 책들일까? 어떤 책들을 아이들과 읽으면 아이를 위한 육아가 될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펼쳤습니다.


제가 육아에 대한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 펼친 이 책에 대해 기대는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물어졌습니다. 이 책은 바른 육아법을 전수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엄마,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며 가족을 위하는 아빠, 그리고 힘든 엄마, 아빠를 위로해 주는 아이들에 대한, 한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 였습니다.


-그렇게 직장맘으로 산 지 10여년,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없었다. 편집기자로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막상 내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내가 소모되는 것 같았다. 내가 닳아가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10년을 하면 이게 내 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던데,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였다.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걸까. 매일매일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매일매일 방황했다. 그런데 기회는 의외의 장소에서 찾아왔다.(Prologue 중)


이 책을 쓴 저자는 평범한 직장맘입니다.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이들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의 삶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직장맘입니다. 직장생활로 인해 열심히 살지만 그 이면에 아이들에게 소흘한 것 같아 미안하고, 너무나도 잘 도와주는, 아니 함께 해주는 신랑에게 고마움을 한껏 느끼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또 미안함을 느끼는, 바쁜 직장맘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가볍게 듣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합니다.


"엄마가 해줄께"가 아닌 "믿고 기다려줄께."


책을 읽다보면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그림책 자체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게 됩니다. 그림책을 소재로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일종의 일기형식의 글입니다. 해서 그런지 더 잘 읽히고 읽다보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아마 저자는 이 책을 후에 아이들이(다은, 다윤) 자라서 읽었을 때, 과거의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따뜻하고 정감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그림책을 소개하며 실제 있었던 일을 자연스레 엮어서 풀어냅니다. 그림책 내용과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일을,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편안하게 설명합니다.


“다윤이가 친구에게 얼굴을 좀 맞았어요. 저희 반이 장애통합반인 거 아시죠? 식사 시간에 뭐가 화가 났는지 옆에서 밥 먹던 다윤이를 갑자기 때렸어요.”(중략) 다윤이가 친구에게 얼굴을 맞았다는 그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물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친구랑 안 좋았다면서?”

“응...엄마, 친구를 때리면 나쁜 아이지?”

“음....,때리는 행동은 분명 안 좋은 건데, 때린 사람이 늘 나쁜 건 아니야.”

“그래?”

“친구가 왜 때렸는지 알아?”

“응, 그 친구들은 하나, 하나, 하나 생각 주머니가 작어서 그래.”

세상에 생각 주머니라니, ‘장애가 있는 친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예쁘고 좋은 말이 있었구나. 오늘도 아이에게 하나 배웠다.

(밥 먹다 친구에게 갑자기 얼굴 맞은 딸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중에서)


아이에게 생긴 일을 부모들이 모두 해결해 주려하는 것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뺏는 일입니다. “누가 우리 아이를 때렸어. 누구야! 엄마가 당장 혼내줄께!” 엄마가 어린이 집에서 전화해서 내 아이의 아픔만을 이야기하며 그 친구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친구와의 관계개선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가치를 깨닫지 못합니다. ‘엄마가 힘든 일은 모두 해결해줘.’라는 상황이 강화되면 아이는 거만하고 자존감이 약한 상태로 자라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일을 해결해주는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나를 믿어줘. 엄마 아빠에게 고민을 말하면 현명한 답을 주실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온전히 듣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모른다가 아니라 아이의 시각에 맞춰 함께 생각하는 것, 아이도 부모에게 바라는 모습입니다.


44권 그림책에 육아 에피소드 녹여내...2편도 나오길.


이 책은 ‘미안해, 엄마가 몰랐어.’ ‘네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란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다.’ 등 총 6장, 44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읽어본 그림책이 있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어찌 이리 반응이 다르지라며 반성하며 읽었습니다. 아이가 단지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욕심으로 아이와 책을 읽은 것은 아닌지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읽은 후 아이에게 서평(?)을 요구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림책 내용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짬짬이 육아는 육아에 더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 최은경씨 가족이 사는 모습을 알콩달콩 풀어쓴 책입니다. 읽다보면 절로 미소가 생기고 아이를 대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림책 이야기 마지막에 거창하진 않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으로 조용히 소개한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는 아이들의 육아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는 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그림책이라고 무시해서도 안되며 아이들 말이라고 흘려들어서도 안됩니다. 아이들도 모든 상황이 처음이듯, 부모들도 아이들을 만나서 키우는 과정이 처음입니다. 단지 엄마,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함부로 대한 적은 없는지,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어른들은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며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사랑으로 엄마, 아빠가 행복해 하는 지도 모릅니다. 책 제일 뒤편에는 아빠의 솔직한 속마음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은, 다윤이 아빠의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모를 짠함이 느껴졌습니다. 육아는 엄마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가 이 책을 같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을 골라 읽지 말고,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다시금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책소개가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직장맘은 힘들지만 엄마는 충분히 강한 것 같습니다. 최은경씨의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편도 기대됩니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나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가족에 대한 감사함과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일려주는, 참 좋은 책입니다.


<경상남도의 진일보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클릭하시면 바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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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아하자 2017.08.25 14: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남을 때리거나 한 적이 없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 같아서 항상 사회에 죄책감 가지고 살았는데... 이런 제가 부끄러워지는 책 리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