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7. 1. 1. 12:20

서평을 쓰다보면 여러 현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너무 잘 쓰져서 기분 좋은 책이 있습니다.

너무 소개할 것이 많아 내용 줄이는 것이 힘든 책도 있습니다.

이건 뭐, 어떻게 써야 할 지 난감한 책도 있습니다.


또 하나, 너무 큰 감동에 어떻게 적어야 책의 온기를 그대로 전할수 있을 지 고민되는 책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내용이 좀 길지만 책 안지에 있는 소개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주인공 성심당은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를 자산 삼아 대전역 노점 찐빵집으로 물을 열었다. 이후 60년 동안 "우리 곁에 불행한 사람을 둔 채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나눔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매월 3천만원 이상의 빵을 대전 시내 양로원과 고아원 등지에 기부해왔다. 2005년 큰 화재로 위기에 봉착했으나, 직원들과 시민들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을 위해 KTX로 매일 갓 구운 빵을 배달해서 더 유명해진 성심당은 이제 직원 4백여 명이 함께하는 대전의 자부심이자 대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EoC(Economy of Communion)-모두를 위한 경제'를 적극 실천, 한국 경제 전반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기업 경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소개글 중


성심당에 대한 설명은 위의 글로 정리됩니다. 이 책은 위의 내용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자세히 풀어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흥남부두에서 탈출한 임길순

전쟁은 잔인함은 임길순(성심당 창업자)씨도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바람 차고 화염에 휩싸이는 흥남부두를 뒤로 하고 임길순 일행은 탈출에 성공합니다. 당시 임길순씨는 다짐합니다.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까지도 성심당의 기본 정신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성심당이 대전에 자리를 잡게 된 것도 기막힌 우연입니다. 원래 임길순씨 가족의 목적지는 서울이었으나 대전역에서 기차가 고장나 멈춰서는 바람에 대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임길순씨네 가족은 독실한 천주교신자집안이었기에 삶의 많은 부분이 성당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전에 내린 후 임길순씨는 대전역에서 가까운 대흥동성당에 찾아갔고 오기선 신부를 만납니다. 오기선 신부는 임길순 가족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밀가루 두 포대를 건네주었습니다. 이 밀가루 두 포대로 임길순 부부는 가족들과 나눠 먹지 않고 찐빵장사를 시작합니다. 이웃과 나누기 위함이었지요. 이순간이 바로 대전 성심당의 첫 출발이었습니다.


성심당의 정신들

책을 읽다 보면 성심당을 뜻하는 단어들을 계속 접하게 됩니다. 성심, 은행동 153번지, 튀김 소보로, 혁신, 나눔, 도전, 성심당은 노력하는 빵집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좋은 것을 나누기 위한 노력을 하는 빵집이었습니다. 임길순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의 아들 임영진(현 성심당 대표)님도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아직도 미완이라고 자평하는 튀김소보로부터 포장빙수, 생크림케익, 시민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성심당은 이미 그냥 빵집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의 문화 트랜드이며 대전 시민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성심당의 길

1990년 초반까지 성심당의 질주는 계속 되었습니다. 이후 슬럼프에 빠졌고 거듭되는 악재에 가까스로 버텼지만 한 번 꺾인 성장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2005년 1월 22일, 성심당은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 본문 중


1990년대 성심당이 힘들었던 요인 중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등장이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1988년 주식회사 샤니가 파리바케트를 내 놓으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같은 해 크라운제과도 크라운베이커리를 세상에 선 보였습니다. CJ그룹의 뚜레쥬르는 조금 늦은 1997년 시장에 뛰어 들게 됩니다. 대형프렌차이즈의 빵 시장에로의 진출은 동네빵집으로서는 분명 악재였고 성심당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전 원도심도 쇠퇴하며 성심당은 여러모로 힘들게 됩니다. 그 후 2005년에 난 큰 불은 성심당이 대전에서 없어지더라도 더 이상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심당은 가족같은 직원들과 대전시민들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고 더 큰 빵집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는 '성심당다움'이 있었습니다.


남해의 봄날 정대표와 김태훈저자의 책빵콘서트(사진 오른쪽이 김태훈님)


거룩한 노동 성심당

성심당은 일반 기업들과는 다릅니다. 일반 기업들 처럼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랑과 나눔의 문화를 이루며,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며, 정직한 먹거리를 사용합니다. 법을 지키고 직원들을 가족 그 이상으로 대합니다. 한가족 신문을 만들어 직원들과 소통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랑으로 대합니다. 대전 시민들에게 감사하며 돈을 쫓아 빵집을 경영하지 않습니다. 


성심당 본 집 1층 골목길에 보면 수도꼭지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있습니다. 성심당 근처의 포장마차들이 맘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일부러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포장마차분들이 장사에 필요한 물을 성심당에서 무상으로 마음 껏 받아 쓸 수 있습니다. 성심당은 포장마차들 때문에 손님이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산다고 생각합니다. 성심당이 어마하게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닙니다. 성심당은 나누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훨씬 많은 사연과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글자가 커서 좀 놀랬습니다. 알고보니 책을 출간한 '남해의 봄날'이라는 지역의 출판사에서 눈이 나쁘신 어른들도 쉽게 보시라고 배려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글자가 크지면 페이지 수가 늘어나고 그럼 출판사입장에선 무조건 이득이 나는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죠. '출판사 또한 성심당과 마음이 통하는 구나.' 며 작은 감동을 하였습니다.


제가 글 재주가 신통치 않아 대전 성심당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달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같아선 책의 내용을 전부 옮겨 적고 싶었습니다. 그 만큼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심당이 감동스러운 빵집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저자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저자는 김태훈씨였고 마음이 궁했는지 글로서나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 이 책을 다 쓰시고 나서 든 생각은 무엇이었는지요?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성심당의 60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고, 또 워낙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곳이라 책 한 권으로 묶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쓰려면 어떤 부분은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은 생략하는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 제 관점이 누가 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성심당 측에서 제 관점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발굴하고 짚어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때는 감사한 마음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책을 쓰던 중 애로사항은 없었는지요.

 한창 원고를 쓸 때가 2016년 초부터 3월 말까지였습니다. 그 때 원고의 80%는 쓴 거 같습니다. 책을 쓸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상당 부분을 집에서 작업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수발들고 가사일도 거들면서 하다보니 흐름이 자주 끊겼죠. 다시 흐름을 찾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만 다행히 글을 마쳤네요.(영언이, 시언이 덕분이야. 아빠가 사랑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 달라진 점을 느끼시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심당의 임대표님과 김이사님은 책 나온 뒤 변화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매출 증대 같은 사업의 변화가 아니라 관심의 변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냥 착한 빵집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 이상의 스토리가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거죠. 언론도 그 부분을 많이 다뤄주셨어요. 덕분에 성심당 경영에 관한 여러가지 관심과 요청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김이사님께서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이 책을 가지고 발표도 하셨다고 하네요.


-성심당의 기업철학이 빵집이 아니라 다른 기업체에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이념을 같이하는 EoC(Economy of Communion-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끼아라 루빅에 의해 시작된 기업이념으로 세상의 빈곤을 함께 짊어지자는 경영방식)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리융자를 해주는 은행이 EoC기업입니다. 이탈라아에선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같은 이념을 따릅니다. 세계의 EoC기업 중에 성심당이 빵집으로선 유일한데, 어쩌면 그 만큼 빵집이 EoC 기업이념을 따르기가 어렵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빵집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성심당 경영이 가장 어려울 때 이 기업이념을 가져와서 실천했다는 점입니다. 빚이 50억원일때 기업 재정상태를 직원들에게 공개했고, 또 세금도 100%정직하게 냈습니다. 회사 어려운 거 직원들도 다 아는데, 그걸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서 납세까지 철저히 하겠다고 하니 직원분들 중에서도 이해하기 힘들어 했던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점에서 보면 EoC를 안한다고 해도 당연한 거라고 모두가 수긍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대표는 그걸 버텨냈고 마침내 상황을 역전까지 시켰습니다. 성심당이 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기업들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좋은 뜻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든 회사를 경영하든 수익만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보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분들이 참 많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는 그 분들에게 끊임없이 좌절감을 안겨 준 것 같습니다. 의미있게 성장하거나 덩치가 커지면서 집요하게 견제해서 주저 앉힌다든지, 돈과 권력이 결탁해서 제도적인 진입장벽을 만들어, 뜻있는 사업자를 좌절시킨다든지 하는 그런일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성심당 이야기가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나눔을 실천하면서, 이웃을 생각하면서, 거래처와 신의를 지키면서, 직원들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지역 사회에 뿌리내려 시민들과 호흡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책빵콘서트

현재 이 책의 저자인 김태훈님은 직접 성심당의 전폭적인 빵 후원을 받아, 빵을 싸들고 독자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혹시 근처이신 분들은 만나보시지요.



성삼당스러운 사람들

2대 성심당 대표이사 임영진님, 이 책을 쓰신 김태훈님, 이 책을 출간한 남해의 봄날, 이 책을 읽고 감동하여 책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려는 분들, 성심당을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로 선택한 대전청년들, 대전에서 택시만 타면 성심당 칭찬에 운전을 제대로 못하시는 대전의 택시운전기사분들, 성심당이 대전의 자부심이라고 뿌듯해 하시는 대전시민분들, 그리고 성심당이 있는 대전을 가슴에 품고 있는 대한민국민들...


모두가 함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라의 형세를 보고 속이 너무 상하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한탄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내 아이는 공부를 못하니 답이 없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대한민국사회는 천민 자본주의국가라서 미래가 없다고 분노 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지 않을까? 라고 가끔 하늘을 보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거대한 책은 아닙니다. 위대한 책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 이웃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실천하고 사는 소시민들의 이야기입니다. 


2017년 정유년이 밝았습니다. 성심당의 철학이 온 세상을 덮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눔의 철학이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민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