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알라딘
재미있는 책입니다. 울림이 큰 책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의 심화 연구 지원과 대중 확산을 위해 2010년에 설립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경희대학교에서 실시한 강의를 엮은 책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 바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던져주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1부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본질에 답하다.' 에서는 강신주, 고미숙, 김상근, 이태수씨가 각자의 관점에서 화두를 던집니다. 2부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태도가 곧 당신이다.' 에서는 슬라보예 지젝, 최진석, 정용석씨가 마음을 깨우는 말들을 합니다. 읽는 내내 귀한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석학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니 와 닿던지요. 책을 평가하는 것은 우를 범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읽어 보셔야 그 참 맛을 알게 될 것 같아서 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상처 받지 않을 권리
단지 제게 울림이 컸던 부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강신주씨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을 권리' 에서 말합니다.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와 결부해 말하지 않으면서 나와 내 가족이 불편하고 힘든 것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자본주의와 결부해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둘의 양립은 불가능합니다."(본문중)
뜨끔했습니다. 저의 수입, 저의 지출에 대해서는 자본주의를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싼 집값, 너무 비싼 핸드폰 값 등 을 이야기 할때는 자본주의 운운하며 침을 튀기며 성토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강신주씨는 이야기 합니다.
"이 말은 곧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자본가를 비판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비판의 끝에는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본문중)
내가? 설마 나도? 사실 바로 '난 아냐, 난 달라.'라를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나 또한?' 뭔가 뒤통수를 크게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돈이 매개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 이런 것이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자본주의의 원리는 딱 하나입니다. 무조건 돈을 가진 사람이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열등한 지위에 처할 수 밖에 없습니다."(본문중)
이해가 되었습니다. 뭔가 고민해 본 적도 없고 막연하게 느낌으로만 알고 있던 것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해 왔던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신주씨는 자본주의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법에 대해서도 친절히 안내합니다. 사랑, 연대, 공감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 만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책을 덮고 진지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현대인을 이해하는 세 가지 화두: 몸, 돈, 사랑
이어서 고미숙씨는 말합니다.
"무조건 덜 먹고 덜 쓰고 모든 것을 덜어내고 배설해야 합니다. 배설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입니다...미련과 집착으로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들이 앓는 공통의 질병입니다...[동의보감]에서는 수명을 사람의 호흡이라고 말합니다...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한다면 우리의 호흡은 당연히 두 배 이상으로 빨라져 수명이 단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본문중)
디지털 세상의 한계에 대해 고미숙씨는 하나하나 지적합니다. 현대인들의 사는 방식을 지적하며 왜 현대인들은 더 편해진 세상에서 더 불편해질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사랑은 헤어지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헤어진 뒤에도 나를 생각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정말 괜찮은 삶을 사는 사람과 만났었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고귀해져야 합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삶을 선물하는 것입니다."(본문중)
많은 위로가 되는 말이었습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깨닫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나 자신의 귀함과 나 자신의 사랑을 깨닫지 못한 상태의 사랑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욕심이었습니다.
인문학을 말하다.
김상근씨는 말합니다. "힐링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를 건드리지만,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주제, 예를 들면,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됨에 대한 성찰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인 것입니다."(본문중)
김상근씨의 말을 읽으며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최소한 요즘 난립하는 힐링의 내용, 인문학의 기준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상근씨는 인문학이 추구하는 기본가치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해 줍니다.
"먼저 우리가 제일 고민해야 할 인문학의 가장 기초적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입니다. '진,선,미의 인문학'중에서 진에 해당하는 '진리의 성찰'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도덕적인 삶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성찰입니다. 이것은 '선'에 대한 성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인문학의 과제는 '어떻게 죽느냐' 즉 탁월함의 추구를 통해 얼마나 창조적인 삶을 살고, 그리고 얼마나 멋지게 죽느냐 하는 '미'에 대한 과제입니다."(본문중)
저에게는 너무나 좋은 말이었습니다. 진, 선, 미의 인문학,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사실 저는 진과 선의 인문학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실천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의 인문학, 아름다움, 어떻게 죽느냐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 이것 또한 인문학이구나.' 인문학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석학들만 인문학을 연구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평범히 살아 오신 우리 부모님들, 대학 나오지 않은 동네 어르신들한테서도 비슷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라. 처신 바로해라. 다 돌아온다. 죽어도 끝이 아니다." 인문학은 생활속에 있었습니다.
자신을 보라.
자신을 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주위를 보고 주위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의 귀함을 알고 나아가 상대의 귀함, 세상의 귀함을 알게 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을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한 인간이 단지 한 목숨이 아니라 한 인간이 우주 전체라는 것을 깨닫고 알게 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서양의 역사를 많이 알고 서양의 철학을 많이 아는 것이 인문학이 아닙니다. 먼저 자신을 봐야 겠습니다. 주위의 자극에서 완성되는 자신이 아니라 내면에서 시작하여 자신을 완성해야 겠습니다. 이 책이 전부일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분에게는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참 세상을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 자체가 우주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 외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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