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책 표지
"우리는 낯선 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면 반드시 그 대상 지역에 대해 공부합니다. 가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도 줄이고 여행을 실속있게 하려는 의도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죽음 너머 떠나는 여행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여러분들이 이 여행을 준비하실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본문중)
죽음을 준비하라. 너무 늦기 전에 죽음에 대해 알아보라.
매력적인 서두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죽음이 무엇인가? 언젠간 죽을 것인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죽으면 물질이 무슨 소용인가. 저세상은 있을까? 먼저 죽은 이들은 완전히 사라진 건가?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살아있나? 죽은 뒤 어찌될까' 등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실 예전에 셸리 캐이건 교수의 'DEATH(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제가 원하는 답을 주지는 않더군요. '결국 종교인가?'를 고민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과학적인 책이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누구나 증명할 수 있고 뚜렷한 법칙이 있는 지의 조건으로 따지자면 말이죠. 하지만 저자(최준식교수)는 충분한 증거와 고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쉽게 쉽게 읽히면서도 왠지 흡입력이 있습니다.
죽음은 끝인가?
두려움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동서고금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죽음을 칭송했다고 소개합니다.
"어떤 사상가는 '죽음은 신이 인류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죽음처럼 달콤한 키스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슬람교에서 가장 뛰어난 신비가였던 루미는 '죽음은 감미로운 것이며 영원을 향한 여행'이라고 했습니다."(본문중)
죽음이 무섭고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의학적으로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영혼 상태가 되었을 때 겪는 체험)을 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과정과 영혼의 존재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 체험자들은 한결같이 인간은 죽으면(몸을 벗으면) 영혼 상태가 되어 영계로 가고 그곳에서 상당 기간 머무른 다음 다시 이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죽음이 거의 임박했을 때, 그러니까 영체가 육체를 막 빠져나가려고 할 때 이미 극히 안온한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합니다."(본문중)
죽음을 맞이하는 직전에 영체가 육체를 빠져나가며 극히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조난을 당했을 때에도 처음에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지만 상황이 위급해지면(이제 죽는구나.는 포기하는 마음이 들면)마음이 지극히 편안해지며 그 때까지 살았던 삶의 주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답니다. 이 부분에서 섬뜩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실제로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이 부분을 의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임종이 코 앞에 닥치면 우리 몸에서 엔도르핀이 다량으로 방출된다고 합니다. 엔도르핀은 모르핀과 같은 것이라 진통 효과가 아주 탁월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지극히 편안해집니다. 이 때 이런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것은 자연의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만듦으로써 보다 더 안정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라는 자연의 배려 말입니다."(본문중)
죽음은 끝인가?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차원이 이동하는 것입니다. 죽음이란 단지 이 거친 몸을 벗고, 물질은 없고 에너지만 있는 영계라는 곳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계는 이승보다 훨씬 아름답고 편안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근사체험을 했던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육신을 벗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을 그동안 저는 잠수복이나 우주복을 입고 있다가 벗었을 때의 홀가분함에 많이 비유했습니다. 이런 옷을 벗었을 때의 홀가분함이나 쾌적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본문중)
그리고 죽음을 통해 육체에서 영체로 바뀌는 것은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만약 사실이라면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이 '무조건 슬픈 일 만은 아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현세에서 살다가 죽으면 영체로 바꿔 더 안락한 곳으로 간다는데,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점차 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살은 안된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근사체험을 하고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목숨을 끊는 순간 '내가 정말로 해서는 안될 일을 했구나.' 혹은 '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구나.'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이 생명의 세계에서는 남이든 본인이든 살인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끊으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극한의 힘듬으로 자살을 하기에 영계로 와서도 극한의 힘든 상태가 계속됩니다. 영계는 현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본문중)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이 저렇게 안락하고 편안한 것이라면 죽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실제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강력하게 말합니다. 자살은 절대로 안된다고. 모든 삶이 연결되어 있기에 자살을 한 대가는 카르마의 법칙에 따라 정확하게 언젠가는 본인에게 돌아간 다고 말합니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비슷한 개념 같았습니다. 그러니 자살을 하지 말고 그만큼 더 나누고 주변 사람과 함께 살아라고 말합니다. 모든 생명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사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나면 저절로 영계로 간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이렇게 해석되었습니다. "의미없는 죽음은 없다." 죽음이 의미가 없을 수 없습니다. 모든 죽음은 의미가 있습니다. 산 자들이 죽은자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 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죄악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계속 강조합니다. 모든 인간은 카르마가 있고 그 카르마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내려오며 살아 생전에 이 업보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서로를 도와야 하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 지은 죄는 현세에 벌받지 않으면 다음 생에 꼭 벌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며 죽음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카르마를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죽음이란?
책을 덮고 나서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죽은 자가 죽은 것이 아니라니..죽으면 먼저 죽은 이를 꼭 다시 만나게 된다고? 죽을 때 안내자가 온다고? 천국과 지옥은 없고 단지 죽은 이가 편한 곳으로 모이기에 지옥 같은 곳이 있고 천국 같은 곳이 있다니.' 저자가 억지로 주장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담담히 자신의 죽음학에 대해 강의를 합니다.
책에는 한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글도 있습니다. 읽으며 많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 놓고 진심으로 성찰하고 참회하며 사람들과 묶여있던 매듭을 모두 풀고 가는 것이 순리다는 말이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이 저에겐 도움이 되었습니다. 죽으면 무조건 불쌍하게, 안타깝게만 보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알고 있는 저승사자가 온다던지, 지옥과 천국으로 간다는 이런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책은 여러가지 사례를 들며 죽음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 합니다.
저는 이런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실에서의 억울한 죽음이..영혼이 빠져나가 영계로 가서 그 곳에선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책을 읽은 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니 저절로 현실이 더욱 의미있어 졌습니다.
하루하루가 감은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죽으나 실제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죽음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혈기왕성한 당신이라고 해도, 죽음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 최준식 지음, 김호연 그림/김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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