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할 수 있는 거죠, 아빠?"
"아니, 전화는 안 될 거다. 하지만 컴퓨터로 통화할 수 있어. 인터넷이 된다면."
야구공이 글러브 안으로 툭 떨어졌다.
"다시 볼 수 있는 거죠?"
막내가 말했다.
"물론이지."
툭. 툭.
"언제요?"
"임무가 끝나면, 근데 꽤 오래 걸릴 것 같구나."
"13개월이면 얼마나 길어요?" 린델이 물었다.(본문중)
▲ 사라 스마일리 지금, 조미라 옮김, 처음북스 외로운 현대인에게 '가족'과 '이웃'을 선물한다.
ⓒ 김용만
아들 셋과 해군 남편을 둔, 사회생활을 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아들만 셋이죠. 첫째 포드는 11살, 둘째 오웬은 9살, 셋째 린델은 이제 4살입니다. 남편은 해군이기에 13개월간 아프리카로 파병을 떠납니다. 남편의 이름은 더스틴 스마일리, 아내의 이름은 사라 스마일리입니다. 즉 스마일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없는 13개월, 52주 동안 아내 사라는 도저히 남편 없는 빈자리를 홀로 견뎌낼 자신이 없습니다. 해서 아이디어를 냅니다. 바로 이웃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죠. 이름하여 '스마일리가족과의 저녁식사'. 처음에는 단순히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시작됩니다. 허나 이 내용은 곧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 유명한 행사(?)가 되어 버립니다.
더스틴과 스카이프를 한 후, 아이들과 나는 매주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손님 명단은 점점 길어졌다. 며칠 후 포드는 앉아서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포드 스마일리입니다. 저는 열한살이고 5학년이에요. 저는 두 동생과 엄마, 아빠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해군 조종사고, 지금은 13개월 동안 파병중이십니다. 아빠는 제 생일 바로 전날 추수감사절 주일에 떠나셨어요. 엄마는 아빠가 없는 동안 매주 한번 저녁식사에 손님을 초대하라고 하셨습니다. 올해 언제 저녁식사에 와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본문중)
사라는 아이들과 계획을 세웠고 첫째 아들 포드가 콜린스 상원의원에게 편지를 써서 저녁식사에 초대합니다. 무작정 쓴 것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단지 보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그녀(콜린스 상원의원)가 초대에 응할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 됩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이 1월 3일 스마일리가족의 저녁 식사 때 방문한 것이죠.
마치 자기 집인 양 거실 소파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겁이 날 법도 했다. 콜린스 의원은 린델을 무릎에 올려 놓고, 아이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밤 초대해 줘서 정말 기쁘구나. 저녁식사 시간에 너희 아빠 자리에 앉게 해 줘서 영광이란다."(본문중)
콜린스 의원을 시작으로 린델의 유치원 선생님, 포드, 오웬의 선생님, 뱅거 시장, 남자하키팀 코치, 뱅거시 경찰서장, 그래픽 아티스트(오웬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야구 역사가(포드, 오웬은 야구 광팬입니다.), 이웃에 사는 얼 할아버지, 그래미상을 받은, R2-D2(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와 스타워즈 라이브 교황곡의 작곡가 루카스 리치만(포드와 오웬은 광적으로 스타워즈를 좋아합니다), 동화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3명의 전·현직 주지사들, 전 메이저리거 선수 등 스마일리가족과의 저녁식사에 참여하신 분들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남편의 빈자리 채워준 이웃들
시작은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함이었으나 시간이 가며 '스마일리가족과의 저녁식사'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지역사회에도 이슈가 되며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TV에도 출연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지역사회에도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하지만 저녁식사가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막 사춘기에 들어간 첫째 포드와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차 안에서 울며 소리쳤다. "내 생일 축하 저녁식사였다. 포드! 근데 넌 처음부터 망쳤어. 내가 네 생일날 그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겠니? 내가 원한 건 그냥 생일축하 저녁식사였다. 그리고 아빠도 없고, 근데 네가 다 망쳤어!" 집에 왔을 때 포드는 방으로 가서 문을 닫고 다음 날 아침까지 나오지 않았다.(본문중)
사라는 물론 힘들었습니다. 아빠 없이 세 아들을 키우는 것만 해도 힘듭니다. 계속 아빠를 찾는 아이들, 게다가 자신의 일도 해내야 하며, 남편이 해야 할 모든 일마저 혼자 해내야 했습니다. 2012년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 중 한 해로 기억 될 것입니다. 허나 반대로 가장 뜻 깊은 한 해로도 기억될 것 같습니다. 포드는 반항적인 아이에서 의젓한 아들이 되었고 말없는 오웬도 밝게 성장했으며 린델은 유아에서 아동으로 성장했습니다. 남편과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으며 이웃과의 관계도 훨씬 돈독해졌습니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닙니다. 유명한 누구를 만났는가가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 줍니다. 이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알게 합니다. 자라는 아이를 둔 부모의 양육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합니다. 제일 소중한 것은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줍니다.
13개울 후 남편 더스틴 스마일리는 세 아들과 사라, 수많은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귀국합니다.
"곧 비행기가 착륙합니다." 공항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비행기 어디 있어요? 어디 있냐고요?"린델이 소리쳤다. 저녁식사에 왔던 손님들은 우리 주변에 둥글게 섰다. 커타딘산에서의 39번째 저녁식사 손님인 덕이 큰 아이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52번째 저녁식사 손님이었던 베키가 나를 포옹해 주었다. 오웬과 포드의 3학년 때 담임 선생님도 가족과 함께 와 있었다. 오랜 친구부터 새로운 친구까지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남편이 누구를 알고 있고 누구를 소개해야 하는지 잊기 시작했다.(본문중)
개인적으로 미국을 부러워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적어도 미국의 평범한 이웃들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로원 데이때 아이들은 분장을 하고 어느 집이든 사탕을 받으러 다닙니다. 어른들은 놀라거나 훌륭하다고 이야기하며 웃으며 사탕을 줍니다. 이웃들은 음식을 스마일리 가족에게 가져다 줍니다. 파티가 있으면 언제든 초대하고 집에 문제가 있으면 모두들 달려와 내 일처럼 도와줍니다. 아빠가 없다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당신가족은 혼자가 아니라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며,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일리 가족의 저녁식사는 사람이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라는 평소의 의문에 상당부분 답을 제시해 줍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자연스럽고 행복한 사회라고 말이죠. 예전엔 우리 사회도 그랬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함께가 아닌 '나의 성공' 위주의 사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직 늦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계십니까? 옆집? 윗집? 아랫집? 정성이 담긴 음식을 들고 먼저 벨을 눌러봅시다.
나의 행동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하는 책, '저녁이 준 선물'을 추천합니다.
저녁이 준 선물 -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처음북스(구 빅슨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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