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영이의 등교. 그 후.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07

2004.7.19 

 
왔다.

아침에 가보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약간은 부끄러운듯..

정말 간만의 100% 출석이었다.

몸이 안좋았던 진이도 건강히 앉아있고

잠시 외박했던 영이도 앉아있고..

해서 그런지 북적북적하던 아침 풍경이었다.

'여러분 방학 몇일 남았죠?' '3일요~~~~'

목청 터져라 외치던 놈들..^-^

그런데 일은 1교시 이후 터졌다.

1교시는 체육. 1교시때 영이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교무실 앞에서 경위서를 쓰고 있었다. 체육 시간 후

아이들이 교실에 와있는데 돈을 잃어 버렸다는 친구들이 나왔다.

'선생님. 훈이 10,000원 잃어 버렸다는데요.' ' 성이는 2,000원요.'

한결같이 아이들이 영이를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난 사실 이 순간 너무나 화가 났다.

도난 사건은 항상 일어 나는 것이 지만 이러한 일로 반친구를

의심한다는 전체 분위기가 너무도 화가 났다.

'큰돈을 선생님께 맡기지 않아 생긴 불상사라 선생님도 참 맘이 아픕니다.

실내화도 그렇고 사물함에 꼭 넣어두길 바랍니다. 선생님도 최선을

다해 찾아볼테니 친구를 의심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의 소지품을 검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고 나왔지만 갑갑했다.

오늘도 마치고 축구를 했다. 영이와의 약속도 있었고..

옆반 9반이랑 했다. 정말 더웠다. 한시간 동안..

축구 후 아이들과 나는 반 기절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지 않는 나의 교육철학도 오늘은 가물했다.

돈이 없어서 다른 선생님께 빌려 음료수를 사다 먹였다.ㅎ

잘들 마시더라. 이때 영이를 몰래 불러 눈을 보며 물어보았다.

'영아. 널 의심하는 듯 하다. 어떻게 된것인지 말해줄수 있겠니?'

'선생님. 전 절대로 훔치지 않았습니다.' '알겠다. 널믿는다.'

축구하고 있을때 10,000원을 잃어 버린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학교로

전화가 왔었다. 난 통화하진 못했지만 통화내용이 아버지께서

상당히 화가 나신듯 했다. '1학년 8반은 도둑놈 양성소냐!!'며 반말을

막 하셨다던 아버지..

집에 돌아와 밤 10시가 좀 늦은 시간에 전화를 드렸다.

'주*훈이 아버님이신가예? 예 제가 담임입니다.'

'아 네 선생님. 학교에 문단속을 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제가 나중에 문단속하러 교실

갔더니 10,000원이 있길래 주워 두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상당히

화가 나신듯 하여 이렇게 전화 드립니다.'

'네. 그래 아이가 돈을 잃어 버릴수도 있지만 아까는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네 아버님. 충분히 이해갑니다. 문단속과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치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돈은 주워두었으니 내일 주도록 하겠습니다.

훈이는 너무 혼내지 않으셔도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반에는

그런 아이가 없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해서 아버님께서 우리 아이

들에게 하신 말씀을 듣고 마음이 아파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저도 너무 흥분했네요. 근데 그 10,000원 선생님이 줄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10,000원이 큰 돈도 아닌데 화내서 미안하고

사실 우리 학교 다닐때도 도난 사건은 있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주운 돈입니다. 우리 훈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듯 한데 제가 내일 학교에서 잘 아우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하네예.'

'아닙니다. 저 또한 경솔했습니다. 그럼 수고하시고예'

'네 아버님. 잘 들어가시고예'

통화 내용이다.

지금은..

괜찮다.

도난 사건은 충분히 일어 나는 일..

돈 얼마 가지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다.

의심하는 친구나 의심받는 친구나...옳은 일 같진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속이고 속히는 일을...

적어도 학교에서는 가르치고 싶지 않다...

내일은 학교 가면서 은행에 들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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