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교육철학?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09

2004.7.24 

 

방학식 하는날..

새벽 4시 30분에 전화가 왔다.

난 개인적으로 잘때 전화오는것을 참 싫어 한다.

해서 받지 않았다.

이번엔 집전화가 울리는 것이다. 역시 무시했다.

다시 폰으로 전화가 왔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받았다.

'여보세요.' '김용만선생님 되십니까?' '네'

'혹시 이 학생을 아십니까?' 우리반 영이였다.

화들짝 잠이 깼다. 이녀석이 또 나갔기 때문이었다.

'네! 우리반 학생입니다.'

'신원보증좀 하셔야 되겠는데..중부경찰서입니다. 나와주실수 있겠습니까?'

'네'

바로 나갔다.

경찰서 도착하니 4시 50분..

이 녀석은 교복을 입은채로 철창 옆에 앉아 있었다.

형사님과 대화를 했다.

내용인즉 이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 2명과 다니며 절도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지금 잡혀 있는것도 남의집에 들어가

48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다가 걸렸다는 것이다...

허....

쓴웃음이 났다.

아무튼 데리고 나왔다.

앞으로 잘할것이라는 말씀과..잘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경찰서에서 영이 집까지는 상당한 거리.

걸어서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나의 힘들었던 성장과정을 말하며..

영이의 가능성을 말하며..영이에 대한 나의 신뢰와 섭섭함을 말하며..

새벽공기는 참 시원했다.

'이야..공기 좋은데. 고맙다. 이녀석아 너 덕분에 선생님이 새벽

공기도 맡게 되어서!' 땡콩을 '콩'하고 때렸다.

웃으며 피하던 영이..

집에 도착했다.

이녀석은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는다. 할머니와 젊은 삼촌과 산다.

할머니와 마주 앉았다. 할머니와 삼촌과는 그 전부터 익히 자주

만나 아는 사이였다. 그전에도 영이가 집을 나갈때마다 찾으러 다니면서도 많이 봤었다.

할머니께선 눈물 먼저 흘리신다.

아주 힘드신 듯 했다. 이해가 되었다. 하루걸러 집을 나가니..

잡아와도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똑 소리나게 대답하구선..

생활잘하구선..다음날 학교를 안오고 집에 안들어오니..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할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은 하시는 말씀에서도 잘 묻어났다.

영이 이 녀석은 말씀을 들으며 간간히 뉘우치는듯 눈물을 훔치는

행동을 몇번했다. 하지만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녀석은 이런 행동을 여러번 하며 어른들로부터 동정을 받은 것이다.

나도 여러번 봤었고 그래서 이 친구를 믿었었고 .. 하지만 다음날

또 학교에 나오질 않았고..

이 녀석의 눈및을 손가락으로 훔쳐보았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 또 가슴이 찡했다.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영이를 데리고 우리집에 왔다.

씻겨서 밥을 먹이고 재웠다. 어제 밤새도록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이었다. 자는 모습은 어찌나 귀엽든지..

이 녀석이 가출학생이라는 것이..부적응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믿기 싫은 것이었을지도..

학교에 같이 갔다. 방학식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갔다.

난 선생님들과 워크샾에 참여했다.

집에 올때 영이 집에 전화했다. 약간은 늦은 시간..10시 쯤에 했다.

힘이 없는 삼촌의 목소리...

영이는 또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외할머니상이라 상가에 있었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영이의 출두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지금 영이가 집에 없다고..

'선생님께서 찾으셔서 서에 데리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해야지요.'

몸은 상가에 있었지만 생각은 영이한테 있었다.

나의 교육철학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아이들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아이들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

나만의 생각인가?

난 아이들을 믿고 사랑하면 분명히 아이들은 변할 것이라 확신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하지만 영이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의 난 ..

13년동안 몸에 젖어왔던 것들을 1년 담임이 바꾼다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야..라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바뀌는 것은 순간이고 그 순간을

내가 포착하지 못한 거야..라며 나 자신을 책망하기도 한다.

영이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마음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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