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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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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노무현/학고재 읽는 내내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책이었다. 지켜드리지 못했던 죄스러움에, 다시는 못 뵌다는 안타까움에, 한장 한장 곱씹어 가며 읽은 책이다.  ⓒ 김용만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은 조금 가혹하고,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2007년 대통령의 육성 회고 中, p181

근래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재임 중 언론으로부터 무수한 공격을 받았고 지지자들로부터 외면 받았으며 언행이 대통령 답지 않다고 흠 잡혔던 대통령이었다. 욕을 참 많이 들었던 분이셨다. 하지만 너무 따스했던 분이셨다.

그 분은 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는가? 퇴임 후 할 일이 더 많다고 웃으셨던 그 분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언론을 통해선 그 분의 하고자 하셨던 말씀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궁금했다.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던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을 다시 펴보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에는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이 적힌 미완의 원고와 봉하 글마당, 좋은 자료 모으기 동호회, 진보주의 연구 모임에 기고한 글들이 실려있다. 제 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기록으로서 대통령이 걸어온 길, 참여정부 5년에 대한 평가, 한국 정치에 대한 단상으로 전개되어 있다.

사실 본인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그 분의 생각과 열정과 행동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후에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를 보고 '왜 저러시지? 저럴 분이 아닌데? 변하셨나?' 라며 적지 않게 실망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그런 정보를 접한 것도 오로지 언론을 통해서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비롯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라크 파병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참여정부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왜 사실을 그 땐 몰랐는지, 왜 당시에는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믿었는지, 나 자신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져서 죄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싸우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았지만 당신이 생각하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발자국을 한 걸음씩 내 딛으며 싸우고 계셨던 것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 노무현 사료관 

노무현과 대한민국 언론

"대북 관계 관련하여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의 언론 보도로 인해)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언론은 먹을거리를 챙길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결과는 점점 높아지는 긴장과 적대감, 그리고 전쟁의 위험과 불안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 놀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보놀음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평화라는 것은 이 틀을 깨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현명한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p.73

현명한 사람들의 연대, 대통령은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함을 누차 강조한다. 정치인과 언론의 플레이에 현혹되지 말고 역사의 진보를 위해 민주주의에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론과 정치인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역으로 말하면 언론의 힘이 필요이상으로 강력함을 견제하셨던 말씀이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가.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은 어느 정도 공정한가? 지난 12월 7일 서울에서는 비상시국대회가 있었다. 준비위측은 2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엔 깨어있는 시민이 많고 조직화된 힘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나라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에 그 책임이 있지는 않을까? 우린 너무 막연하게 대통령에게만 몰입하고 대통령을 상대로만 싸우고 있다. 사실 싸워야 할 상대는 대통령이 아닐 수 있다. 

비상시국대회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언론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약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왜? 언론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역할을 하지 않는가?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지만 언론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은 권력에 언제든 빌붙을수 있고 내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쳐진 케이스였다.

노무현 삶의 도화선... 부림 사건

"부림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그냥 양심적으로 살면 된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로구나.' 권력의 범죄에 대해 매우 충격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잡혀간 학생들의 범죄 사실이란 것이 너무나 터무니 없었고 범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을 자꾸 옭아매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은 57일 동안이나 가족이 그 행방을 몰랐습니다. '영장 없는 구속'의 수준이 아니라 가족이 아예 행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p. 138

  ▲  노무현 전 대통령.  ⓒ 노무현 사료관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부터 인권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부림 사건으로 인해 세상의 부조리함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세상에 맞선 것이다. 값싼 영웅주의도 아니었고 모든 것을 가졌던 자의 여유도 아니었다. 

단지 정의를 추구하며 살아왔다. 이 땅 모든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살아왔다. 원칙과 신뢰가 바로서는 대한민국, 공정하고 투명한 대한민국,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의 진심은 통했다. 학력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 것 없던 그는 국민의 지지라는 최고의 희망을 업고 대통령이 된다.

노무현에게 정치란?

"제가 가진 정치의 목적도 정치가 제대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조금 더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암적인 요소들이 '지역분열'입니다. '기회주의'입니다. 이것을 한번 극복하고 바로 잡아보고 싶었던 것이 제 정치적 목표입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역사가 앞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p.247

"만일 정치권력으로 무엇을 하려고 한다면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중심이 되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일 퍼센트의 국민이 확고하게 역사의 발전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다면 아마 무서운 힘이 될 것입니다." p.268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 위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가 가장 상위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p. 273

▲  아이들과 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  ⓒ 노무현 사료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노력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다. 평소 가지고 계셨던 정치적 소신을 지켜가며 국민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대표로 국정에 임하게 된다.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사람을 중시하셨던 분이었다.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 이었다.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소수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 주지 않았다. 그의 진심은 가진 자 들의 시기와 욕심에 묻혀 왜곡되어 소외되기 시작했다.

실패한 대통령?

분열주의와 기회주의가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고, 그래서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는 과연 실패한 대통령이었나? 원칙이 통하는 사회, 국가의 권력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한 그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나?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왜 지역분열주의와 기회주의적 삶이 잘못되었는 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행복한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노무현 대통령은 외로웠다. 그는 외로이 세상과 싸우며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했고, 세상에 대해 소리치지 못했으며 오롯이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 속에 담고 운명이라며, 슬퍼하지 말라며 생을 달리하셨다. 

시대를 너무 앞서 갔었던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아직도 노예근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인가? 지금의 세상은 자신의 실리를 위해 경쟁하며 이겨내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나는 똑똑한 말로 사람을 현혹하지 않고 자신이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우직하게 국민들 곁에 서려고 했던 바보 노무현, 그가 너무 그립다. 그가 끝까지 고민했던 것은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이 땅의 민주화였다.

노무현 대통령 비석에 쓰인 글귀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류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실패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일 수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살기 위해선 그 만큼의 신뢰와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깨어있는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 약자에겐 약했고 강자에겐 강했던, 노무현, 그가 너무 그립다.

 

▲  노무현 대통령  ⓒ 노무현 사료관 


 

성공과 좌절 - 10점
노무현 지음/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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