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낸 정일관샘은 현재 경남 합천에 있는 원경고등학교 4대 교장샘이십니다. 원경고등학교는 1997년 원불교 경남교구에서 세운 학교입니다. 원불교에서 세운 학교라 마음공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저도 원경고 3대 교장샘이셨던(현 태봉고교장샘) 박영훈 교장샘께 마음공부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와 닿았던 말씀은 '현대인들은 외모를 치중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반면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에는 너무 인색하다.', 이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원경고는 교육목표 또한 '소중한 나, 은혜 속의 나, 마음 잘 쓰는 우리' 입니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는 학교, 맑고 밝은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입니다.
정일관샘은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셨으며 1998년 3인 시집 <새를 키울 수 없는 집>을 출간했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에서 대안교육의 텃밭을 일구는 데 함께 했습니다. 2001년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를 출간했습니다. 그 후이 16년 만에 시집을 내셨습니다.
국어선생님 출신이기에 아름다운 문체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고 교육자시기에 교육적인 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미숙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그의 시는 일상을 아름답고 고요하게 풀어둔, 서정홍시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메마른 세상을 촉촉히 적셔주는 위대한 비가 되는' 시 였습니다.
저는 시집을 즐겨 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일관샘의 '너를 놓치다.'를 읽으며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시집에 오롯이 담아내었습니다.
시를 읽으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감성이 깨어남을 느꼈고, 만물이 살아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허튼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시인의 거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인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글자수는 적지만 그 뜻은 깊었습니다.
시집은 얇았지만 시인의 삶이 담긴 것 같아 얇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인 본인의 성찰의 시였고, 과거를 추억하는 시였으며, 희망을 품은 시였습니다.
정일관 시인의 세번째 시집, '너를 놓치다.'
시집을 읽다보면 시인의 눈을 따라 원경고가 위치한 합천군 적중면의 풍경이 저절로 펼쳐집니다. 시인의 생각에 저절로 빠져듭니다.
이것이 시의 매력인 모양입니다.
너를 놓치다 - 정일관 지음/푸른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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