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다툼.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48

2007.12.25 

 

크리스마스 이브..

 

학교도 참으로 바쁘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말정산 하랴 생활기록부 정리하랴

 

업무 정리하랴 게다가 집에 있는 큰일까지..아무튼 여러모로

 

바쁘다. 정신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교육청

 

다녀오고 해서 정신이 없었던때..오전 수업 마칠때쯤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선생님. 10반에 석이랑 완이가 싸웠습니다. 제가 보고 지금

 

복도에서 경위서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 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싸운 모양이네예. 제가

 

혼을 내면 안되겠습니까?'

 

'네 그럼 담임선생님이 혼내시면 되겠네예. 잘알겠습니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상당히 화가 났다. 폭력은 옳지 않고 친구들끼리의 주먹다툼은

 

혼이 난다고 항상 말해왔던 터였다. 난 폭력에 상당히 민감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참으로 고민을 많이했다.

 

사실 제일 처음 들은 생각은 체벌이었다. '몇대를 어디를 때려야

 

이놈들이 정신을 차릴까..'

 

곧 생각을 달리 했다. 체벌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음..'

 

사실 이 생각때문에 난 오후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

 

드디어 종례시간이 되었고 난 전달사항을 말하고 두 친구를

 

불러내었다.

 

'석이랑 완이 나오세요. 교실에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들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말렸나요?'

 

'네 선생님 누구누구가 말렸습니다. 다들 말려서 빨리 끝났습니다.'

 

'잘했습니다. 그리고 완이랑 석이는 보통때도 서로 사이가

 

안좋았나요?'

 

석이와 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뉘우치는 듯 했다.

 

'아닙니다. 사이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선생님은 지금 기분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친구들끼리의 폭력은 옳지 않다고 누누이

 

말해왔는데 오늘같이 싸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상당히 기분이

 

나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선생님이 쭉 고민해 봤으나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아 학급회의를 통해 이 사건을 정리할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반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봅시다.'

 

잠시 침묵이 흘렸다.

 

'선생님 봉사활동 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벌을 줍시다.'

 

'운동장 돌리지예'

 

'둘이 계속 붙어있게 합시다.'

 

'남은 기간 주번시킵시다.'

 

'벌청소는 어떻습니까?'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내가 한마디했다.

 

'여러분 선생님이 여러분들에게 이 내용의 해결책을 고민하자고

 

말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두친구들 뿐만 아니라 나머지 친구들도

 

폭력에 대해 뼈에 사무치도록 뉘우치고 조심하자는 뜻이 가장

 

큽니다. 단순히 자신이 편할려고 벌을 세우자는 의견은 한번더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그럼 이 안건을 낸 친구들이 왜 그런 의견을

 

내었는지 먼저 들어봅시다.'

 

안건을 낸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다 들었고 거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다수결의 결과 '붙어서 지내기'가 결정되었다.

 

이 말을 제안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붙어서 지내면 사이가 좋아집니다. 친한친구들은 주로 붙어서

 

지냅니다. 석이와 완이도 붙어서 지내면 사이가 좋아질 것

 

같습니다.'

 

이 의견에 우리반의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고 이번 싸움에

 

대한 벌칙으로 오늘 청소시간 이후부터 반팔간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붙어지내기로 결정되었다.

 

'석이와 완이는 이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받아들일수

 

있겠습니까?'

 

'네..'

 

'그럼 오늘부터 석이와 완이는 붙어서 지냅니다. 그리고 둘이서

 

충분히 사이가 좋아졌다던지 변화가 있게되면 선생님께 확인을

 

받으면 됩니다. 그 방법은 둘이서 알아서 선택하세요.'

 

'우리반의 나머지 친구들도 이 두 친구가 잘 붙어다니는지 지켜보고

 

이 두 친구를 도와주기 바랍니다. 잘 할수 있겠습니까?'

 

'네!!!!!!!'

 

우렁찬 대답소리로 우리반 싸움은 정리되었다.

 

---

 

종례들어가기 전에 난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내가 혼자 결정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뜻을 따르기로..어떤 결론이 나오든

 

아이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오늘의 결론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멋진 결론이었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을 이미

 

우리반 아이들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어린 천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난...행복한 교사다.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학년 7반.  (0) 2014.01.25
고등학교의 첫 시작.  (0) 2014.01.25
아픔. 그리고 희망.  (0) 2014.01.25
5,000원  (0) 2014.01.25
성이.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