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1학년 7반.

2008.3.25 

 

낯설다.

 

난 지금까지 첫해 빼고는 줄곧 1학년 10반만 맡았었다.

 

업무적인 내용도 있고 여러가지로 인해 전임교에서는 1학년 10반만

 

내리 4년을 했었다. 해서 지금도 사실 한번씩 우리반을 말할때

 

10반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우리반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웠다.

 

아이들의 특징도 보기 시작했으며 어느정도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반의 부서를 다 만들었고 아이들도 자신의 부서를 맡았다.

 

아이들과 함께 한 두번의 축구를 통해 아이들도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나에게 농담도 하는 놈들도 나타났다.^-^;

 

--------

 

얼마전이었다. 방과 후에 나에게 문자한통이 왔다.

 

'선생님 학교폭력 문제로 상담을 할려고 합니다. 언제쯤

 

시간 내어 주실수 있겠습니까?'

 

고등학교 와서 달라진 점 또 하나는 아이들과 문자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의 수면폰이 깨어나게 되었다.

 

사실 내심 놀랬다.

 

'그래? 선생님은 내일 언제든 시간이 되니 내일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고 난 이 친구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고 마칠때쯤 내가 말을 걸었다.

 

'오늘 얘기 안해도 되겠냐?'

 

'아닙니다. 선생님 방과 후에 식이랑 같이 가겠습니다.'

 

'오냐 그렇게 하자.'

 

이 날 모의고사를 쳤고 아이들이 야자 없이 집에 일찍 갔다.

 

난 종례 후 두 친구와 교무실로 향했다.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 무슨일이냐? 선생님이 걱정이 많이 되는데..'

 

'네 사실 우리반에 훈이라는 친구가 있는 데 이 친구는 중학교3학년

 

때에도 같은 반이었는데 저희를 괴롭힙니다.'

 

'그래?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 수 있을까?'

 

'네 한번씩 저희에게 와서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래?'

 

훈이는 사실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좀 놀은 애 같아서 내가 좀

 

주의깊게 보던 아이였다.

 

'음.. 알겠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 이 일을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니?'

 

...

 

답이 없었다.

 

'선생님 생각을 말해볼까? 선생님은 우선 내일 훈이와 대화를

 

해볼 생각이야. 그 놈이 너희 둘이 이렇게 힘들어 했는지를

 

알고 있는 지를 확인해 볼 생각이고, 왜 너희들을 그렇게 대했는지

 

도 확인해 볼 생각이야. 그리곤 다시 우리 넷이 함께 얘기할 생각

 

인데 .. 어떻니?'

 

....

 

말이 없다.

 

'너희들이 보복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선생님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선생님도 최대한 마찰이 없도록 할테니 선생님을

 

한번 믿어보렴.'

 

'네..'

 

'참! 그리고 이 일로 선생님한테 말하러 온 것에 대해 선생님은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에게 고민을 말하러 온 것에 대해

 

선생님도 참 기분이 좋구나. 잘 될 꺼야. 내일 보자'

 

'네'

 

아이들은 집에 갔고 다음날이 되었다.

 

--------

 

점심시간에 훈이를 불렀다.

 

'훈아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네 알겠습니다.'

 

'훈아 사실 어제 식이와 호가 너와의 관계가 힘들다면서

 

선생님을 찾아왔던데...사실이냐?'

 

...

 

대답이 없으면서 표정이 살짝 일그러 진다.

 

'훈아 지금 선생님은 너를 혼내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야.

 

선생님은 너를 혼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선생님은

 

단지 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 친구들을 때렸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보자는 뜻으로 물어보는 거야.'

 

'장난이었습니다.'

 

'그랬구나. 장난이었구나. 그럼 혹시 두 친구들이 힘들어 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니?

 

'......'

 

'이 친구들이 너한테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말한 적은 있니?'

 

'없었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넌 친구들이 그런 말도 없고 때려도 별 말도

 

없길래 심각하게 생각안하고 때린거다 그치?'

 

'장난으로 때렸습니다. 세게도 안때렸습니다.'

 

'뺨을 맞았다던데..'

 

'살짝 친겁니다.'

 

'훈이는 살짝 친다고 친 모양이구나.'

 

'임마 이 것들이 싫다고도 안했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훈이는 심각하게 생각안 한 거구나. 맞나?'

 

'네'

 

'훈아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말을 못할꺼야. 왜냐구?

 

무서우니까.. 애들이 무서워 할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해봤니?'

 

'안해봤습니다.'

 

'그렇지 선생님이 전달해 줄께. 두 친구는 무서워하고 있고 힘들어

 

하고 있다. 어떻니?'

 

표정이 좋지 않았다.

 

'훈아 다시 얘기할께. 선생님은 지금 널 혼내려고 부른 것이 아니다.

 

니가 혹 몰랐던 사실이 있었으면 알게 해주고 싶었고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부른 거야. 뺨 때린적 있니?'

 

'네..'

 

'최근에도 때렸니'

 

'네...하지만 세게 때리진 않았고 진짜로 툭툭 쳤습니다.'

 

'알겠다. 훈이가 이렇게 솔직히 대답해 주니 선생님이 속이 시원

 

하구나. 그래 이 두 친구가 미워서 그런거냐?'

 

'아닙니다. 계속 같은 반이었고 아는 친구고 해서 그랬습니다.'

 

'그럼 사이가 안 좋고 그런 것은 아니란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힘들어 한다고 하니 제가 하지 않겠습니다.'

 

'훈이가 그만 둘 수 있을까?'

 

'네 그만할 수 있습니다. 전 정말 친구들이 싫어하고 절 무서워하는

 

지 몰랐습니다. 하지않겠습니다. 사과도 하겠습니다.'

 

'훈이가 그런다면 선생님은 참으로 기쁠꺼야. 잘 할 수 있겠니?'

 

'네.'

 

'음 좋아. 훈아. 그런데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부탁할께.

 

사실 아이들은 보복을 걱정하거든. 선생님 또한 니가 아이들에게

 

보복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심히 되는데..어떻니?'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가 잘못알고 있었고 제가 과했던 것 같습

 

니다. 제가 사과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너의 말을 믿으마. 좋아. 그럼 올라가봐라.'

 

'네'

 

훈이는 올라갔다.

 

점심시간에 10여분 정도 대화를 했고 난 훈이를 믿었다.

 

그 날 오후 식이와 호를 불러 선생님이 훈이와 이런 대화를 했다고

 

말해주고 추후에 너희 3명을 같이 불러 이 일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물었다. 이렇게 해결해도 되겠는지.

 

아이들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몇 일이 지났고 식이와 호에게 살짝 물었다.

 

'괜찮으냐? 훈이가 때리진 않냐?'

 

'네 선생님 괜찮습니다. 사이도 나빠진 것도 없고 그 전보다

 

존중하는 것 같습니다.'

 

식이와 호가 웃으며 말한다.

 

난 훈이에게 참 멋진 놈이라고 따로 말했다.

 

훈이도 베시시 웃는다.

 

-------

 

아이들은 못되지 않다.

 

아이들을 못되게 만드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한 아이들은

 

못되지 않다.

 

못된 아이들은 숨을 못쉬어 그렇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숨꼬를 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마저 아이들의 목을 죄면 아이들은 누구에게

 

의지를 할까...

 

오늘도 아이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본 난..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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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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