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싸움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37

2007.2.3 

 

남학교라 그런지 아이들의 다툼은 참으로 자주 있는 일이다.

 

간단하게는 말로만 싸우면 다행이지만 간혹 주먹이 오고가는

 

일들이 있어 이런일이 있을 때는 해결을 위해 심히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 때였다.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방학중인데 죄송합니더. 실은 우리 아이가 친구들한테

 

이런저런 일이 있어가꼬예. 걱정이 되서 전화드렸습니더.'

 

말씀을 쭉 하셨다. 난 한참을 들었고.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그런일이 있었네예.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확인하고 잘 해결해서 말씀 다시 드리겠습니다.'

 

사건인즉. 겨울방학식 하는날 우리반의 세명의 친구가 이 친구를

 

때릴려는 이유로 집에까지 뒤쫓아 갔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가

 

집에 계셔서 타일러서 보냈는데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내심 걱정되셨던 것이었다. 말그대로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

 

당연한 걱정이셨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아이가 겉으로는 활발해

 

보여도 속으로는 참으로 내성적이고 착한 아입니더.' ..

 

사실 이 아이는 우리반에서도 손가락안에 드는 개구쟁이였다.

 

'어머니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학급에서 그 친구의 이런 저런일을

 

봤을때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던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는

 

아닙니다. 저도 쭉 보고 있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개학후 아이들과 만나보고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감사합

 

니다.' 어머니께선 당연히 걱정에 마음이 불편하셨던 것이다.

 

개학을 했고 난 사실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이놈들이 서로 상처없이 해결을 잘 볼까...

 

우선 피해를 받았다는 아이부터 만나 얘기를 했다. 일의 자초지종..

 

그 상황에 대한 설명..그리고 어땠는지..

 

역시나 들어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였다. 사소한 오해의 시작이었

 

다. 얘기를 다 듣고 말했다. '알겠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많이 무서웠겠구나.' '아닙니더.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그래.그래도 개학하고 친구들 보고도 잘 참았다.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 말도 들어보고 다시 얘기하자. 그럼 되겠지?' '네.'

 

하루가 지났고 소위 말하는 가해 학생들과 한명씩 대화를 했다.

 

말을 들어보니 역시 서로의 오해가 있었고 이미 이 친구들도 지난

 

일에 대한 이해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아직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때처럼 '욱'하는

 

마음은 사그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난 우선 안도했고 각자의 아이들

 

에게 참으로 잘 참았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과 함께 해결해 보자는 말도 했다.

 

-----

난 아이들과의 공동생활에 대해 많은 비밀을 두지 않는다. 해서

 

오늘 종례시간에 이번일에 대한 경과와 해결된 부분에 대해 반아이

 

들과 공유했다. '이런이런 일이 있었고 지금도 누구랑 누구누구가

 

사이가 좋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느낄 것입니다.

 

사실 나랑 잘맞는 친구도 있고 잘 맞지 않는 친구도 있습니다.

 

억지로 모두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친하지 않다고

 

해서 주먹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세 친구들은 지금 당장 친해질려고 하는 것보다는 지금은

 

우선 그냥 서로 지내다가 친해질 기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 때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바로 우리반 등산입니다. 그 힘든 등산을 같이 다녀오면

 

서로 친해질수 있을 것입니다. 이 친구들은 등산에 꼭! 같이 가길

 

선생님은 원합니다.' '네~!!!!'

 

우리반은 매년 봄방학 즈음에 새벽에 마산의 명산 무학산을 오른다.

 

그리곤 정상에서 갔다가 다같이 내려와서 산밑의 돼지국밥집에

 

가서 단체로 국밥을 먹는다. 이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3번째다.

 

-----

 

지금의 난 ..

 

어제보단 훨씬 자유로와졌다.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종례를

 

하고 집에가는 이 세놈의 얼굴을 각자 봤다. 밝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교직경력 5년차인 내가 어찌 학급운영에 통달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아이들이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할수 있는 담임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되고 싶다.

 

정들었던 1학년 10반도 2주 후면 헤어진다. 상당히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반면 또 새로이 맞을 반 아이들을 생각하면 설레기도 한다.

 

10번의 후회 앞에서도 한번의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힘을 얻는다.

 

교사는 참으로 바보같은 사람들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속고도

 

또 믿으니 말이다.

 

매일 뜨는 해가 새로이 보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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