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혁이의 집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34

2006.9.8 

 

개학을 했다.

 

이놈들은 참으로 의젓해졌고 많이 자라있었다.

 

개학후 이놈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거워하고 있다.

 

나도 어느새 개학중후군에서 벗어나 학교에 적응하고 있다.

 

----

 

방학중 혁이가 이사를 했다고 한다. 해서 우리는 혁이집에

 

집들이를 가기로 했다. 신청자를 받으니 너무 많아서 두 팀으로

 

나누어 가기로 했다. 한팀은 내 차로 가고 나머지 한팀은 걸어서

 

오기로 했다. 학교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서 였다.

 

우리는 출발했고 혁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혁이가 헐레벌떡 말했다.

 

'선생님 집이 좀 더럽습니더. 좀 치울께예.'

 

'그래라.'

 

우린 집 밖에서 잠시 기달렸다.

 

뭐시 후다다닥 하더니 혁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

 

우린 들어갔다.

 

우와~~~~~

 

저번 집에 비해 집이 많이 밝았다. 방금 이사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아버지께서 신경쓰신 흔적도 역력했다.

 

이놈들은 오자마자

 

'혁이 니 방어디고. 방구경좀 하자.'

 

'이야 이 테레비젼 게임도 되제. 우리 오목두자.'며 놀기시작했다.

 

우린 원래 집들이 선물로 화장지를 사기로 했으나 돈이 모자라

 

화장지는 사지 못하고 과자를 3개 사왔다.

 

과자를 3개 뜯고 총 8명이 와서 짜파게티를 10개를 사서

 

끓여 먹기로 했다.

 

내가 말했다.

 

'짜파게티 맛있게 끓이는 팀은 내일 학교에서 선생님이 칭찬카드를

 

주겠습니다.'

 

'이야~~!!!'

 

이놈들은 투지에 불탔고 짜파게티를 끓이기 시작했다.

 

이 때 혁이 아버지께서 오셨다.

 

통화로만 하다가 직접 뵌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인사를 하고 혁이에 대한 .. 그리고 혁이의 성장과정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없이 . 여동생과 자란 혁이 . 그리고 아버지도 일을 하시느라

 

집에서 애들을 봐줄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아이들과 함께 해야

 

함을 잘 알고 계시지만 다른 일을 할수가 없는 상황..혁이의 성적..

 

진학 등 다양한 고민거리를 말씀하셨고 난 혁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들..학급 초기에 비해 너무나도 나아진 혁이의 생활자세.

 

노력하는 모습 등을 말씀드렸다.

 

시간이 흘렀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린 나가서 짜장면 먹읍시더.'

 

'애들과 짜파게티 같이 드시는 건 어떻습니꺼?'

 

'에이 애들끼리 먹게 놔두고 나가서 먹읍시더.'

 

'네 알겠습니다.'

 

나가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을 먹었다. 참으로 맛있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먹고 말했다.

 

'아버님. 오늘 짜장면 잘 얻어 먹었습니다. 다음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아이 아닙니더. 안그래도 선생님을 뵐라꼬 했는데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아버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아버님과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들은 이미 다 먹고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참 이놈들이 대견했다.

 

시간이 흘렀고 집을 나올때가 되었다.

 

아이들과 난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다.

 

'선생님 후에 정식으로 집들이를 할예정입니다. 그때 초대할테니

 

꼭 좀 와주십시오.'

 

'네 아버님 잘 알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도록 하겠습니다.'

 

혁이도 인사 했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의 힘찬 인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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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의 집은 1학기때 처음으로 가정방문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2학기때에도 처음으로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놈은 외로운

 

놈이다. 하지만 학교에선 표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마찰도

 

있었지만 참으로 잘 적응했고 점심시간엔 웃으면서 축구를 한다.

 

난 오늘 또 하나의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위하는 것일까...

 

아직 정답을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혁이와 나. 그리고 오늘 함께 간 7명의

 

아이들이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올 2학기도 신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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