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새벽의 무학산 등반.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39

2007.2.25 

 

올해도 역시나 새벽등반을 갔다.

 

2월 24일 토요일 새벽 5시..

 

우린 무학산 서원곡에 모여 출발했다.

 

근데 이놈의 자슥들은 날 가만히 두질 않았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된 문자공격..

 

'샘. 몇시까지 가야합니까?'

 

'샘. 일어나셨습니까?'

 

'샘 저는 오늘 밤샜습니다.'

 

'뭐 입고 가야합니까?'

 

'어디로 가야합니까?'

 

등등...여러 놈들이 3시부터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썽나게도 거의 모든 문자들이 내가 답을 해야만 하는 문자였다.

 

아악!!!!!

 

어쩔수 없이 난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 문자소리가 울릴때마다

 

일일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ㅠ_ㅜ...

 

아무튼 시간은 흘렀고 난 2명의 아이를 태우고 차를 타고 갔다.

 

도착해보니 다른반 친구들 3명 포함 모두 24명의 아이들이

 

와있었다.

 

전날에 연락을 따로 못했던 터라 많이 안올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 왔다. 나름대로 흐뭇했다.

 

인원체크 하고 새벽등반의 유의점을 설명하고 조를 나누어

 

후레쉬를 나누어서 드디어 출발!!!^-^

 

매년 쉬었던 중간지점까지 바로 올라갔다.

 

드디어 산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점까지 다다랐고

 

구석구석에서 비명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으악!!춥다. 귀시럽다. 귀마개좀 주라.아악!!!'

 

키키키. 난 속으로 웃었다. '옷 따시게 입고오라고 했잖아.ㅋㅋ'

 

그런데 가도가도 그 장소가 안나오는 것이다.

 

등반 1시간 후 난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길이 아니다..'

 

순간 터져나오는 수많은 목소리들..

 

'아악!!! 선생님 어짭니꺼!!. 제일 앞에 누고!!! 으악!!!'

 

등등. 하지만 곧 달랬다.

 

'어디로 가도 올라만 가면 나온다. 이 길이 더 빠른 길이다. 가자.'

 

애들은 쉽게 진정되었고 우린 얼마후 정상에 도착했다.

 

사실 훨~~~씬 많이 돌아간 길이었다.ㅠ_ㅡ..

 

무사히 등반 사진을 찍고 일출을 보며 야호~!!!를 목청껏 외치고

 

내려왔다. 그리곤 산 밑의 국밥집에 가서 다같이 뜨끈한

 

돼지국밥을 먹고 헤어졌다.

 

----

 

올해의 아이들은 좀 남달랐다. 중간중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등반이 원할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다보면 앞서가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히햐...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 산은 추워서 땅이 얼어있던 터라

 

몇명의 친구들이 넘어졌었다. 아이들은 참으로 서로 배려를

 

잘하더라. 넘어진 친구를 부축하며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나는 지켜만 보았고 속으로 참으로 대견함을 느꼈다.

 

-----

 

올라갈때 민이가 말했다.

 

'선생님 왜 새벽에 산을 올라갑니까?'

 

'새벽에 우리반 애들이 다같이 올라가서 일출보고 내려와서

 

다 같이 국밥을 먹으며 정리하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다. 그리고

 

이런 경험 어디서 해보겠노.'

 

'네 그렇네예.'

 

아이들은 다 갔고 나도 집에 왔다. 얼마 안있어 문자가 왔다.

 

'선생님 이런 경험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짱!!'

 

'누고?'

 

'XXX 엄마입니다.'

 

헉!

 

어머님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난 우리아이들이 좋다. 어떻게든 이 놈들이 넓은 생각으로 풍요로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자라길 바랬고 내가 도움이 될수 있는 방법

 

이 없을까..하다가 실천하게 된 것이 새벽등반이다. 참으로 귀찮고

 

힘들지만 매년 내려올때마다 느낀다. 참으로 잘 다녀왔다고..

 

올라갈때의 찡그린 표정의 아이들이 내려와서 국밥을 후후~불며

 

자기들끼리 빰이 빨개서 대화를 즐겁게 나누는 표정을 볼때마다

 

느낀다. 이놈들과 같이 하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구나...

 

어느 새 새로운 학기가 다 되어간다. 올해는 또 어떤 놈들과

 

1년을 지지고 볶게 될까...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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