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가정통신문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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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역의 공립대안중학교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질도 10여년을 넘게 했으니 어찌 보면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전문가, 프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년, 매순간, 아이들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들을 탓하는 순간 꼰대가 되겠지요. 꼰대가 되는 순간 아이들을 가르쳐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잔인한가요?^^


올해는 중 3 담임을 맡았습니다.


3년전 개교한 학교라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이 말은 올해의 3학년이 첫 졸업생이라는 뜻입니다.


뭐든 처음은 설레면서도 묘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의미있는 학년입니다.


1학기가 끝이 났고 생활기록부를 학생편으로 나눠줬습니다.


부모님들께 저의 생각을 적어서 보내드렸습니다.


아래 글은 가정통신문 전문입니다.


벌써 1학기가 지나갔습니다. 중학 시절 6학기 중 5학기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부모님들. 3년 전 자녀분을 경남꿈키움중학교로 보내실 때 어떤 생각으로 보내셨는지요. 그리고 학교를 다닐 때 어떤 대화들을 하셨는지요.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선 어떤 삶의 철학으로 대화를 하고 계신지요. 


아이들은 그냥 자라진 않습니다. 키가 자라는만큼 생각도 자라야 합니다. 하지만 생각은 주입한다고 자라지 않습니다. 스스로 깨우칠수 있도록, 스스로 감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선생님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왜?"

"돈 잘 벌면 좋잖아요."

"돈 잘 벌면 뭐가 좋아?"

"돈 잘 벌면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그럼?"

"아 그냥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 좋잖아요."

"너는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위해서, 사니?"

"....."

"그럼 샘은 왜 살아요?"

"나도 고민중이란다. 정답은 없겠지. 하지만 한번 살 인생,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남이 하는 데로 따라 사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고민 중이란다. 어른들이라고 모두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

"중학 시절,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면 좋겠구나. 적어도 고민없이, 남이 하는 데로 따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샘은 니가 돈을 잘 버는 삶이 아닌, 그 어떤 곳에서도 니가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다. 그 행복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공부아닐까?"


사실 약간 극화된 대화내용입니다. 적어도 저는 표준어는 쓰질 못하니까요.


직업만을 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힘든 삶일 수도, 안타까운 삶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방학은 중학 시절 마지막 여름방학입니다.


감히 우리 반 방학 숙제를 말씀 드립니다. 자녀분과의 배낭여행을 추천합니다.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배낭을 직접 메고 아이들과 트래킹을 하며 힘들지만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안은 없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함께 하는 고민이 모두 대안일 것입니다.


우리는 대안없이, 사는 데로 살아왔기에 특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2학기를 생각하니, 아이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가서든 행복했으면 좋겠고 더불어 부모님의 가정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담임을 믿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며칠 전 TV의 공익광고를 보니 '우리는 너무 경쟁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라는 카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그 광고를 보며 쓴 웃음이 나더군요.


'경쟁에서 뒤 처지면 낙오한다. 낙오는 실패다. 실패는 죽음이다. 뭐든 상대보다 잘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한 것은 우리 사회 아닌가요?


사회의 분위기 속에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닐 때 부터 왠지 모를 경쟁 속에서 1등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느끼며 자랍니다.


뭐든 최선을 다 하라고 가르칩니다. 뭐든 제일 잘 하는 것을 찾으라고 요구합니다. 


꿈을 가지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서의 꿈은, 어른들이 원하는 아이들의 꿈은 주로 직업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이, 먹고 사는 것이 제 일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함께 사는 가치, 함께 하는 기쁨,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모른 채, 나만 잘 살면 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심히 안타깝습니다.


저는 대안학교 선생이기에 아이들에게 이 사회의 대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꺼리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완벽한 대안을 제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경쟁이라는 뫼비우스의 띠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땐, 더이상 이런 고민하지 말고 그냥 교과서만 가르치는 선생질을 할까? 라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하지만 저의 제자 중에 단 한명이라도 "함께"의 가치를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아이가 나와, 그 아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더하게 된다면, 먼 훗날 선생질 잘 했다고 저 스스로에게 칭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인성교육은 도덕적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뭐씨라 싸도,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희망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저도 선생질,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개학 후 만날 아이들을 상상하며 오늘도 희망을 꿈꿉니다.


전 행복한 선생입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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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국맘 2016.10.26 13:00 Address Modify/Delete Reply

    행복한선생님 아래 행복한 아이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