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교 개교 때 입학하여 2학년때까지 잘 다닌 학생이었습니다.
학교의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친구들과 잘 지내던 학생이었습니다.
헌데 2학년이 되어 전학을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준이와 이야기를 했고 어떻게든 준이가 힘겨워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준이는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 전학을 결심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방학 때 일꾼 수련회때 저를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저 전학가요."
"그래? 음... 그래 니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선생님은 니가 왜 전학을 결심했는지에 대해 궁금하구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은 어떨까? 너를 위해서라면 모두들 도와줄 수 있을꺼야."
"네 선생님. 한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고 개학을 했습니다.
준이는 전학을 결심한 듯 보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준이는 전학을 가기로 했다는 말을 했고 준이의 반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준이가 전학을 갑니다. 이번 시간이 준이의 마지막 사회수업이 되었습니다. 조용히 전학을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준이가 마지막 가는 길, 여러분의 격려가 있으면 합니다. 우리 한 명씩 나와서 준이에게 못다한 말, 하고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동의했고 교실에는 조용한 음악이 깔렸습니다.
처음으로 현이가 나왔습니다.
현이는 평소 장난끼가 많은 학생입니다. 평소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다양한 장난을 쳤던 학생입니다. 준이와는 특별히 친했던 아이였습니다.
"준아, 그래 잘 가고, 근데 너 나하고 전학 안가기로 약속했잖아. 그런데 가면 어떻해. 준이와 처음 기숙사 같은 방이 되었을 때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준이가 새 학교가서도 적응잘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건 그 학교 가서 혹시나 힘들어할까봐...."
말은 멈췄고 현이는 울고 있었습니다.
순간 교실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조용한 피아노 연주소리만 들렸습니다.
교실 구석구석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짝지와 장난을 치던 준이도 울고 있었습니다.
현이가 계속 눈물을 흘리니 준이가 나가서 화장지로 눈물을 닦아주고 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현이 뒤에도 많은 학생들이 나와 준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준이의 짝지였던 선이도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선생님, 눈물이 나서 더 말 못하겠어요."
선이도 자리로 돌아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남학생들의 눈물은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반 친구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의 눈물은 더더욱 흔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준이가 나와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2년간 너희들과 함께 놀아서 너무 재미있었어....그리고 새 학교에 가서도 잘할께, 잘하겠습니다!"
아이들은 조용히 박수를 쳤고 저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입니다.
준비된 이별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별도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더 큰 아쉬움과 슬픔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후 준이에게 마음을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준이는 친구들의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친구들도 준이의 가는 길을 진심으로 위해줬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이별이었습니다.
이별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의 소중함과 고마움,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눈물을 흘릴 지 몰랐고 이렇게 진지하게 진행될 지 저도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여렸습니다. 평소엔 큰 소리치고 욕을 하던 아이들도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진지했고 순수했습니다.
준이가 새로운 학교에 가서도 밝고 씩씩하며 친구들을 잊지 않고 힘을 내며 생활하기를 기원합니다.
준이의 자리는 비어 있지만 준이의 흔적은 학교 곳곳에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별만큼 성장할 것입니다.
이별은 분명 슬프지만, 이별 없는 삶은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슴 아픈 이별을, 아름다운 미래로 승화시키기를 바래 봅니다.
준이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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