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잊지 않겠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4. 12. 30. 07:00




프리랜서 삽화가 석정현씨의 그림입니다. 


석정현씨는 지난 1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간만의 개인 작업, 2014년을 그냥 이렇게 보내 버리면 안될 것 같아서"라는 글과 함께 이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석씨의 개인 블로그를 방문했습니다.(http://blog.naver.com/ippon76/220220797604)


석씨는 개인 블로그에 위 그림을 '대사 있는 버전, 대사 없는 버전, 정사각형 버전', 이렇게 3가지 버전으로 올려두었습니다. 그림에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아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그림을 퍼갈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림에 보면 "굿모닝 얄리"를 해 달라는 활짝 웃는 여고생의 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 신해철씨의 옆에는 작은 병아리가 있습니다. 신해철씨의 노래를 모르는 분은 이해가 힘들 듯 한데요.


N.EX.T 2집에 수록된 '날아라 병아리'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신해철씨는 N.EX.T의 보컬이었죠.


가사를 소개하자면,


"육교위의 조그만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돌아가 우리 집 앞 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랠 부르며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밤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렵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할 말을 알 순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신해철씨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속에 보면 얄리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그림을 보고선 '단지 신해철씨를 기리는 그림이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다시 보곤 '저 애들은 누구야? 왜 바다에서 뛰어 나오지? 헉! 아....' 너무나 어이없게 가버린 세월호 아이들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놀랐습니다. 숨이 멎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봤더니...신해철씨 뒤에 노무현 대통령이...웃으며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세 번을 놀란 그림입니다. 그리고 신해철씨와 여자아이의 대화,

"아저씨, 이번엔 굿모닝 얄리를 불러주면 안돼요?", "왜 안돼? 근데 그건 저기 나머지 애들 다 모이면 하자."


너무나...마음이 아팠습니다.


먼저 갔던 얄리를 다시 만났으니 굿모닝 얄리, 그리고 당장 부를 수 있지만 나머지 애들 다 모이면 하자라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답하는 고 신해철씨...정말 저랬을 것 같습니다. 신해철씨는 부조리하고 이해안되는 사회에 대해선 논객이었지만 어린이들,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했던, 아버지였고 어른이었습니다.


노래 말미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얄리와 신해철씨는 만났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신해철씨는 만났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신해철씨는 만났을 것입니다.


실제로 다같이 만나 담소를 나누었는 지도 모릅니다.


저 그림은, 저에게는 너무나 큰 눈물을 줬던 그림입니다.


2014년은, 그냥 보내기엔...너무나 가슴 아픈 한 해였습니다. 


적어도 저 그림을 보고 "실제로 저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신해철씨와 얄리가 만났으면 좋겠고, 실제로 아이들이 웃으며 신해철씨를 만났으면 좋겠고,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아이들과 신해철씨를 지그시 바라보시며 웃음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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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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