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작지만 감동이었던 100일

마산 청보리 2014. 12. 23. 15:52

지난 12월 20일은 저희 아들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특별히 100일을 챙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100일 밥상만 차리고 조촐하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 날 큰 택배가 두개가 왔습니다. '아기행사용품' 이라고 적혀 있어서 전 단지 아내가 무슨 아기 행사에 응모해서 사은품이 온 것이려니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내가 퇴근 후 말했습니다.


"여보 이 박스 두개 좀 정리해 줘, 이거 내일 승현이 100일 잔치에 쓸 거야."


"이걸? 이게 뭔데?"


"행사용품이야."


"그래"


전 별 생각없이 대답했고 토요일(20일)이 되었습니다.


미역국 끓이고 나물하고 조기를 구웠습니다. 안방 한 쪽에 삼신할매 드시라고 밥상을 차렸습니다. 


"여보 이것좀 도와줘."


"응 뭔데?"


"상좀 꾸미자."


그리고 가지고 나온 박스 두개,


뚜껑을 여니, 우와....엄청난 물건들이 들어있었습니다. 플랜카드에, 휘황찬란한 그릇에, 인형, 액자, 촛대, 이건 뭐 아기 돌잔치때 상차림에 버금가는 준비물이었습니다. 대충 봐도 너무 비싸보였습니다.


"여보, 이게 뭐야?"


"응 급하게 준비한거야. 좀 도와줘"


내심 비싼 지 알고 불쾌했지만 좋은 날이라 싫은 티 내지 않고 도왔습니다. 다 차리고 보니 이쁘더군요.


"여보, 이거 이쁜데? 얼마 들었어?"


"응, 5만원, 어때, 괜찮아?"


"5만원?" 


전 최소한 10만원 정도는 든 줄 알았는데 5만원이라니 살짝 놀랐습니다. 5만원 치고는 그 퀼리티가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오후에 저희 어머님과 동생네 가족이 왔습니다.


오랜 만에 온 가족이 모여 승현이 100일을 축하하고 즐겁게 사진 찍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활짝 웃으며 함께하니 저 또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님도 승현이를 업으시고 좋아하시고 동생과 매제도 너무 유쾌해 했습니다. 딸래미들은 저희들 끼리 방에 가서 인형놀이하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유일하게 잘 웃지 않고 정색을 하고 있던 이는 그 날의 주인공, 승현이 뿐이었습니다. 이 놈이 이제 태어난 지 100일 된 놈이 어찌나 근엄한 표정으로 있던지요. 그래도 한번씩 살짝 미소를 지으면 온 가족들이 박수치며 좋아했습니다.


어느 새 100일이 지났습니다. 많은 주위분들이 축하해 주시며 "벌써 100일이나 됐어요?" 하며 놀래십니다.


남의 아이는 빨리 크고, 자기 아이는 늦게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벌써 100일이 지났습니다. 아이가 하루씩 성장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만큼 잊혀진다는 것이겠죠. 어릴 때의 모습이 이쁘다고들 말씀하십니다. 건강하게 잘 자란 승현이가 너무 대견스럽고 이쁩니다. 


곤히 잠든 승현이를 보고 작게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다오. 아빠는 너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하구나.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다오.."


이 놈이 자라서 뒤집고, 기고, 서고, 걷고, 달리고, 반항하겠죠? 순간순간은 기억나지 않으나 그 감동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승현이는 엄마랑 자고있고 시연이는 저와 자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쁜 딸과, 아들,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전, 행복한 가장입니다.^^




<글이 공감되신다면 가족들을 한번씩 안아주세요. 삶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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