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1일, 마산 종합 운동장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YMCA 유치원 아이들의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마라톤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오래 달리기였음은 분명합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요. 모든 아이들이 완주를 했습니다.
출발! 힘차게 달려가는 아이들^^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YMCA유치원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에 관심이 많은 곳입니다.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잘 먹기 위해 친환경 급식과 간식을 먹입니다. 잘 자고, 잘 싸기 위해 열심히 뛰어놉니다.
이 유치원은 체육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유치원 현황을 보면 5세부터 7세까지, 한 학년에 두 반씩 있습니다. 총 여섯 반인데요. 수영 수업을 한꺼번에 모두 할 수 없어서 매주 목, 금, 이틀에 나눠서 수업을 해왔습니다.
수영 전 아이들은 몸을 풀어야 했습니다. 해서 수영장 옆에 있는 운동장에서 가볍게 뛰며 달리기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날도 추워지며 수영 수업을 못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달리기 수업을 총결산 해보자고 했던 것이 이번 행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우려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수영 전 달리기 수업에서도 완주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날은 달리기 거리도 상당했습니다. 5세는 2.4km, 6세는 3.2km, 7세는 5.2km였습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죠.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 정해진 바퀴를 돌고 나면 간식을 먹고 가슴에 스티커를 붙입니다.
한번에 완주하는 것은 너무 어렵기에 중간에 간식을 먹는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를 돌면 400m입니다. 5세는 2바퀴 돌고 간식을 먹고 쉬었습니다. 총 6바퀴, 2.4km를 뛰었습니다. 6세는 2바퀴 돌고 간식 먹는 것을 4번 했습니다. 총 8바퀴, 3.2km를 뛰었습니다. 7세는 3바퀴 돌고 간식 먹는 것을 3번, 마지막 바퀴는 4바퀴를 돌아 총 13바퀴, 5.2km를 완주했습니다.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달린 아이들은 100%, 모든 아이들이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기적의 유치원>이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세이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만 5세에 마라톤 풀 코스인 42.195km를 완주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완주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세이시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달리기를 교육시키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은 등산과 마라톤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는다. 그러는 동안 자신감이 쌓이고 의욕적인 아이로 성장해간다."(본문중)
결코 아이들을 강제로 뛰게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달립니다. 속도와 등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지게 됩니다. YMCA유치원도 똑 같았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한번 달려보아요. 준~비됐나요?"
"네네, 선생님"
"그럼 출발!"
아이들과 선생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삼아 달렸습니다.
아이들과 달리는 선생님.
모두 성공할 줄이야
5세에 씨앗반이 있습니다. 이 반 3명의 아이가 평소에 잘 뛰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날은 웃으면서 완주를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감동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의 성취감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유치원에서도 장거리 달리기는 올해 첫 시도 였다고 합니다. 선생님들께선 지금의 실력이라면 5km는 쉽고 10km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단! 어른이 속도 조절을 하고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한다면 아이들을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날 휴식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간식으로 준비되었던 유기농 사탕, 유기농 과자, 감귤 쥬스를 먹는 동안만 쉬고 다시 달렸습니다. 행사를 함께했던 선생님께 소감을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장해요. 사실 달릴 거리를 너무 과하게 잡은 것은 아닌지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너무 잘 달렸어요. 한 아이는 유치원 하원 때 어머니가 오시니 오늘 완주했다며 자랑을 하더군요. 아이들의 자존감이 스스로 높아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모습에 저도 흐뭇했습니다. 도전에 성공하고 성취감을 느낀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 힘들지 않았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고 하며 "포기하면 안 돼요. 선생님"이라고 하더군요.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완주에 성공한 아이들, 모두가 감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약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한계를 어른들 스스로가 규정짓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놀이 삼아 친구들과 달리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힘듦이 아니었습니다. 즐거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지친 기색도 있었지만 시종일관 웃으며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신나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오늘의 달리기에 등수가 있었다면 그리 즐거웠을 것 같지 않습니다. 1등만이 상을 받았다면 모든 아이들이 완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완주 자체가 의미가 있었기에 아이들은 모두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함께 하던 선생님들도 많은 것을 느끼셨습니다. 저 또한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바른 성장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해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쉽게 상대를 무시하진 못할 것입니다. 함께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이 자라 사회를 이룬다면 더 여유로운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협동과 공감은 어른들이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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