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문자 한 통.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13

2004.8.12 

 

어느 날이었다.

우리반 홍이로부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지금 가출합니다.'

난 이때 인라인을 타고 있었다.

답문자를 보냈다.

'가출하면 연락해라.'

한참후에 마산에서 만났다.

이놈 집은 중리인데 어머니께서 술한잔하시고 뭐라고 하셔서

'욱'하는 마음에 가출을 했단다.

그리고 있을 장소는 친구집이란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친구들이 집에 없단다.

'밥은 먹었냐?' '점심을 늦게 먹어서 괜찮습니다.'

'지금 뭐할꺼냐?' '한시간정도 피씨방 갈 생각입니다.'

'돈은 있냐?' '네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주머니에 잔돈이 수두룩 했다.

'무슨 돈이냐.' '저금통 뜯었습니다.'

ㅡㅡ;; 온통 잔돈...그런데 다 합해도 2,000원이 안되는 돈..

'가자 임마!'

우리집으로 왔다. 집까지 걸어오는데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오면서 또 다른 우리반 친구를 만났다. 반갑더라. 인사로 지나치고

오면서 홍이랑 은 얘기를 나눴다.

이놈은 여전히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땀을 닦는 것을 보니

내가 저번에 줬던 손수건이었다. 이놈은

내가 저번에 줬던 손수건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내심 기뻤다.

집에 도착했다.

'씻어라 임마' '괜찮습니다.' '선생님 먼저 씻는다.'

씻고 수박을 쪼개 먹었다. 서툰 두 남자의 수박은 모양이 정말...

맛없게 보였다.ㅡㅡ;..하지만 둘의 식성은 대단했다.

수박 반통을 다 먹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왜 가출을 생각했는지..

홍이가 생각하는 부모님은 어떤 존재들인지..

홍이의 자리는 어디인지..

웃어가며..진지하게 생각해 가며..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약간은 늦은 시간..집에서 나왔다.

홍이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홍이가 이리이리해서

집을 나와 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네. 근데 선생님댁에

있습니까?' '네 함께 있었습니다.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곧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홍이는 아버지께도 말을 하고 나온 상태였다.

엄밀히 말해 가출이 아닌..임시 피난이었다.

꿀밤을 꽁~ 때렸다.

'콱~~마!!! 니 선생님 괴롭힐려고 그래째. 한번만 더 그래바라.'

'집에 어서 들어가라 도착하면 전화하고'

'네~' 홍이는 힘차게 뛰어갔다.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놈이 정말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왜 나에게 연락을 했을까...

가려웠던 곳을 내가 긁어 주었을까?...

솔직히 확답은 내릴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놈이 집에 들어갔고

마지막모습이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미스테리한 방학이다...^-^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4년 여름방학.  (0) 2014.01.25
영화를 보다.  (0) 2014.01.25
방학의 반.  (0) 2014.01.25
지금은 연수중.  (0) 2014.01.25
영이.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