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가 쓴 <일요일의 카페>
"어떤 일이 끝났다고 괴로워 말라. 그 일이 일어났음에 웃음 지어라."(L.E 부다키언, 책 <일요일의 카페> 서문 중에서)
누구나 살면서 괴로운 일을 겪습니다. 물론 즐거운 일만 경험하는 삶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들은 '인생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싫은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고, 좋은 것만 경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도가 치는 대로 물결이 잔잔한 대로 배를 자연스레 맡기고 떠다니는 게 인생이라고 했습니다.
괴로운 일은 종류도 많습니다. 그 중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큰 슬픔입니다. 게다가 한순간에 두 명이나 잃는 것은 더더욱 슬픈 일이겠죠.
<일요일의 카페>의 주인공 이리스는 한 순간에 사랑하던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게 됩니다. 이리스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여전히 혼자 살며 죽음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 일요일, 이리스는 처음으로 그런 공상마저 끝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탁을 치우고 텔레비전을 끄자, 고요가 이라스의 작은 아파트를 점령해버렸다. 공기가 부족한 것 같아 창문을 열고 새 한 마리 없는 납빛 하늘을 쳐다보았다. 거리로 나서는데 어떤 불가피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도 가고 있지 않았지만 무언가 끔직한 일이 숨어서 심연처럼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리스는 소위 말하는 '자살'을 준비했습니다.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질 요량으로 철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열차가 왔고, 교량 안으로 몸이 점점 고꾸러지는 순간….
"빵!!!"
여섯 살 남짓한 남자아이의 풍선 터트리는 장난에 정신이 화들짝 듭니다.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저편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이였으니까요. 방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던 건지 깨닫자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살아오며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사춘기 때에도 그랬고 마흔 인생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이리스의 마음이 급격히 공감이 되며 큰 슬픔이 닥쳐왔습니다.
여섯 개의 특별한 테이블
이리스는 눈물을 그치고 길을 걸어갑니다. 출입문 위에서 깜빡이는 네온사인을 보고 조용히 카페에 들어갑니다. 이리스가 읽은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이리스는 이 신기한 느낌의 카페에 들어가서 마법사라는 분도 만나고 루카라는 멋진 남성도 만나게 됩니다. 이 카페에는 신기하게 테이블이 여섯 개가 있는데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이리스는 루카와 대화를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리스가 앉았던 첫 번째 테이블은 반대편에 앉은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의 테이블이었습니다. 생각을 읽는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루카는 말합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육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해. 긍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생각, 하찮은 생각, 심오한 생각, 그걸 이렇다 저렇다 판단해서는 안 되지. 생각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야. 우린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생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어떤 생각에 괴로울 땐 그냥 '생각'일 뿐이라고 마음먹고 흘려버리는 거야."
생각이라, 나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내가 하루에 하는 육만 가지의 생각 중에 실제로 현실이 되고 도움이 되는 생각은 어느 정도 될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 또한 생각이라는 생각임을 깨닫고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어느 정도의 가치 있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두 번째로 이리스가 앉은 테이블은 과거의 테이블입니다. 세 번째로 앉은 테이블은 그늘 속에서 빛을 찾는 법을 가르쳐 주는 테이블입니다. 이 테이블에서 루카는 이리스에게 말합니다.
"우리에게 행복이 뭔지 가르쳐주고,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만이 행복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 행복이란 대조의 게임이니까. 감정의 스펙트럼 한가운데로만 헤엄치는 사람은 결코 인생의 본질을 경험할 수 없어. 이게 우물의 교훈이야. 하늘이 광활하다는 걸 이해하려면 때로는 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것."
저는 이 대목을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행복이란 대조의 게임이니까'라는 말이 특히 와닿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은 모두 다릅니다. '몸이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닐까'라고 상상했던 제게도 겸손의 마음이 느껴지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은 제게 넘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었지요.
이리스는 네 번째로 용서의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루카로부터 자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죠. 이리스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음으로는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여섯 번째로 이별의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이리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루카와 이별하게 됩니다.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가져갔던 루카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또 하게 됩니다. 이리스는 상당히 힘들어 합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소설의 대략적인 소개에 불과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뒤에 계속되지요. 상상할 수 없었던 진실이 이리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루카는 이리스의 부모님이 보낸…, 혼자 남은 외동딸이 걱정돼 보낸 선물이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눈을 뜨기 힘들었다
<일요일의 카페>는 스페인 소설입니다.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서도 눈을 바로 뜨기 힘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죽음이 주소재인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음침하지 않습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코코아는 소설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잔잔하게 이끌어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게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해줍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죽음에 대해 준비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나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나 주위 사람의 죽음까지도 말입니다. 이성적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체험하지 못한 이상(실제로 체험한다면 말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겠죠?) 철학자들의 말과 종교인들의 말을 들으며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습니다.
상당히 힘듭니다. 소중한 사람이 죽을수록,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수록, 특히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거의 공황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무척 힘든 일입니다. 살아있는 게 의미가 없으니 삶조차 의미가 없어집니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이리스의 상황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삶의 소중함에 대해, 현재의 아름다움에 대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삶은 그리고 당신은 아무런 이유 없이 세상에 막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서 있는 곳, 바로 그곳이 가장 가치 있는 곳입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심장을 울립니다.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당신은 현재 최고의 장소에 있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행복을 느낄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여러분께 이 소설을 권합니다.
일요일의 카페 -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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