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표지>
쓰쿠루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평범한 학생이다. 소설은 이름에 색채가 들어 있는 쓰쿠루 주변의 인물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진행된다.
고교시설 쓰쿠루는 자신도 아주 흡족해하는 특별한 친구들이 있었다. 쓰쿠루 합해 5명이다. 남학생 3명, 여학생 2명. 한 명씩 소개하자면 아카(빨강)는 성적이 탁월한 친구다. 모든 과목에 성적이 탑이다. 키가 160㎝를 넘지 않는다.
친구들 배려를 잘한다. 한번 마음을 정하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간단히 양보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오(파랑)는 럭비부 포워드를 맡고 있다. 체격이 건장하다. 3학년 때는 팀에서 주장도 맡는다.
어깨가 넓고 가슴이 두꺼운 데다 이마가 널찍하고 입은 커다랗다. 코 또한 크고 묵직하다. 전형적인 남자다. 몸을 아끼지 않고 돌격하는 타입이라 상처가 끊일 날이 없다. 성격이 활발하여 다들 호감을 가진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고 또렷하게 말한다.
대식가이고 사람이름과 얼굴을 금방 기억하는 재주가 있다. 남의 말도 잘 들어준다. 시로(흰색)는 여학생이다. 얼굴이 단정하고 키가 크다.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모델 같다. 여성적 매력이 있는 친구다. 긴 머리카락이 예쁘다. 성실하고 곧은 성격의 소유자이며 피아노를 잘 친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선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동물을 좋아하고 수의사가 꿈이다. 구로(검정)는 용모가 평균보다 약간 위다. 생기가 넘치고 애교도 많다. 몸집이 크고 풍만하다.
열여섯부터 가슴이 컸다. 인문계 과목의 성적이 우수하다. 수학과 물리 성적은 처참하다. 해서 쓰쿠루로부터 수학공부를 지도 받기도 한다. 시로와 구로는 고등학생 이전부터 친한 친구사이였다. 쓰쿠루는 네 친구와는 달리 이름에 색채가 없다. 다섯 가운데 가장 유복하며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철도역을 바라보는 일이다. 엄밀히 말해 철도역에서 사람들을 쳐다보는 일이다. 성인이 되어 철도회사에 취직하여 역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관계였다. 세월은 흘렀고 이들은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된다. 쓰쿠루는 고향인 나고야를 떠나 도쿄 지역의 대학을 가게 된다. 나머지 4명의 친구들은 고향인 나고야에 남은 채. 얼마간은 여전히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얼마 후 쓰쿠루는 본인이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친구들로부터 '앞으로 널 같이 볼 수 없겠어'라는 통보를 듣게 된다. 자신의 성장기 시절의 전부 였던 그 친구들로부터,
이 일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쓰쿠루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쓰쿠루는 인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것이다. 몇 명의 여자를 만났고 성욕을 해소한다. 하지만 어떤 여자를 만나도 깊게 몰입하지 못한다.
헤어질 때도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특별히 마음에 상처를 받진 않는다. 즉 어떤 사람을 만나도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또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인의 소개로 '사라'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사라'는 알 수 없는 존재다. 쓰쿠루를 사랑하는 듯하면서도 거리를 둘려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쓰쿠루에게 과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용기를 준 것은 분명하다. 쓰쿠루는 사라의 도움으로 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잊고 싶은,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나고야로 떠난다.
소실은 참 잘 읽힌다. '상실의 시대' 후 두 번째로 보는 하루키의 소설이다. 겨우 두 권을 읽고 감히 하루키의 작품을 재단할 순 없으나 특유의 느낌은 동일했다. 몽환적 느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내용? 사회로부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주인공,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양상은 상당히 유사하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일순간 현실세계로 돌아오기 힘들었다.
'이따금씩 쓰쿠루는 자신이 근본적인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신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장애물을 만나 어딘가에서 멈추고, 그 때문에 자기라는 인간이 뒤틀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장애물이 네 친구에게 거부당해서 생긴 것인지, 또는 그 일과는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내면에 있던 구조적인 것인지, 쓰쿠루는 가려낼 수 없었다.' -p.88
하루키 소설의 개성 같다. 대화는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낯설다. 이 외에도 하이다의 아버지와 미도리카와의 대화, 쓰쿠루의 독백, 친구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봐도 왠지 모를 묘한 여운이 남는다.
책에는 깔끔히 정리되지 않지만 비중이 크게 다루어지는 부분들이 몇 있다. 너무나 묘한 하이다의 존재, 이야기의 중간 중간 등장하여 묘한 여운을 남기는 피아노, 여섯 번째 손가락, 시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리고 계속 나오는 연주곡인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 소곡집 제 1년에 나오는 '르말 뒤 페이', 직접 들어봤다. 피아노에 문외한이지만 조심스러우며 격렬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좀 슬프게 느껴지는 곡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다.)
하루키의 정서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을까? 아니 그냥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만 싶었을까?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여운이 너무 크다. 소설 같은 소설이다. 어두운 밤 조명 등을 켜고 조용히 읽을 책으로 조심히 추천해 본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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