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코로나 이후의 교육, 그 대안을 제시하다.

마산 청보리 2022. 9. 26. 15:27
‘세상은 교사들이 2020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요?’
아마도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교사에게 2020년은 악몽이었을 것이다. 연장도 없이 길을 만들라는 지시는 내려왔지만, 팔다리가 다 묶여 있던 상황이랄까? 묶인 팔다리부터 풀어 달라는 요구가 인터넷 회선을 타고 봇물처럼 쏟아졌다. 당시 서울실천교사 단톡방은 ’이 문제 어떻게 풀어요. 이렇게 하니까 돼요. 이런 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저런 방법도 있더라구요.‘하는 톡들이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 머리말 중  

   코로나로 전 세계가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학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교육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입학이 연기되고, 등교가 정지되며 원격수업이 시작되며 학생들도, 보호자들도, 교직원들도 모두 혼란스러웠습니다. 혼란스러운 중에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교육부와 도교육청, 지역교육청은 리더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학교 관련 정책은 뉴스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같이 아는 사태가 반복되었고 학교 현장은 민원 전화와 생소한 원격수업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으려 애썼고 교실의 아이들 먼저 챙기자며 다른 지역,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학교 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고민이 표면에 드러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022년 9월, 코로나는 잠잠해지는 것 같지만 학교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려고 합니다. 교육활동과 별 관련 없는 무수한 조사 공문이 쏟아져 내려오고 코로나 시절 교육활동을 발표하라는 공문도 내려옵니다. 현장에선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아직 학교에는 충분한 와이파이도 구축되지 못했고 미래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기자재가 반강제로 내려오지만, 교사들이 원했던 방향이 아닙니다.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학교는 왜 이럴까? 정말 이게 답일까?’는 의문이 들든 찰나, 이 책을 만났습니다.  

   유치원특수중등 교사들의 솔직한 이야기     

이 책에는 전국 18분의 선생님께서 코로나 시대 학교 모습을 솔직히 소개해주십니다. 유아, 초등, 중등, 특수선생님들이, 각자 위치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담히 적어내셨습니다. 중등 교사는 유아, 초등, 특수 상황을 모르고 초등 교사는 유아, 중등, 특수 상황을 모릅니다. 교사들도 서로 모르는 데 일반분들께서 학교 상황을 모르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는 중등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유아교육, 초등교육, 특수교육의 상황에 대해 이해의 폭이 더 깊어졌습니다. 내가 제일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코로나는 유행했고 이젠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적어도 코로나로 인해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알았다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현장 교사들이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위한 제언을 합니다.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의 조직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상급 기관에서 확정한 교육정책에 대한 단순 집행, 감시의 역할이 아닌 지역 및 학교의 조건과 현실에 맞게 여러 해결책과 그 과정에 대한 성찰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평균에 딱 들어맞는 학교는 존재하지 않으며, 학교의 상황과 도달 개선 가능한 목표는 저마다 다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각 학교에 동일한 지침을 내리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요구 사항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본문 중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문제였어. 이렇게 하면 되겠네.’ 현장 교사로서 공감되는 말들이 가득하였습니다. 문제점도 알고 해결책도 있습니다. 그럼 남은 것은? 실천입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며 교육격차를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대면 수업보다 원격수업의 교육격차가 걱정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학생들마다 기자재, 노트북 등 원격수업 환경이 다릅니다. 원격수업을 도와줄 보호자의 상황이 다릅니다. 코로나를 거치며 우린 알게 되었습니다. 원격수업은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격수업 결과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는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들을 만나고 같이 생활하며 밥을 같이 먹고 배움과 놀이를 같이 하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온다는 소소한 일상의 고마움을 깊이 느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적막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학교 현장의 불만만 기록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목소리를 내신 선생님들은 엄청난 개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교사가 학생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미래 교육의 중심이 아이들이 되어야 함을, AI가 최선이 아님을, 학교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소개합니다. 일주일간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그만큼 공감되었습니다.     

선생님들과 보호자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교육정책을 결정하시는 분들껜 정말 권합니다. 학교 교육은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현장이 궁금하시다면, 그리고 그 대안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2022년 대한민국은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책이 그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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