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마산 청보리 2022. 6. 10. 13:55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은 황보름 작가의 첫 소설책입니다. 황보름... 황보름... 이름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작가님이 쓰신 책을 보다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지은 책 중 <매일 읽겠습니다>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어 이책? 읽었는데? 서평도 썼는데?' 급히 제가 썼던 글들을 뒤졌습니다. 역시, 제가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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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작가님의 이력과 독서 사랑이 흥미로웠습니다. 잊고 있었던 책인데 당시에 썼던 서평을 다시 읽으니 그 책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차분했고 따뜻했습니다. 솔직했고 담백했습니다. 왠지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던 책입니다. 책 내용은 자세히 떠오르지 않으나 느낌만은 좋게 기억됩니다. '그분이 쓰신 첫 소설이라니.'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4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책입니다.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입니다.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지만 독자들의 요청으로 실제 책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소설책을 찾아서 읽진 않습니다. 그냥 '개취'(개인취향)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아, 이래서 소설책을 읽는구나'는 약간의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지어낸 이야기'에 대한 편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지어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지어낸 이야기'는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지어내었다고 해서 거짓말은 아닙니다.

휴남동 서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실제로 휴남동 서점이 있는 줄 알고 검색을 했습니다. 서울에 휴남동이 있는지도 검색했습니다. 없더군요. 아쉬웠습니다. '어? 내가 왜 소설에 나온 동네서점을 검색하고 있지? 그리고 왜 없다고 실망하지?' 아마, 실제로 휴남동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휴남동 서점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지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화려한 삶을 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고민해봤을, 고민하는, 경험해본 일들이 균형 있게 얽혀 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 있습니다.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휴남동 서점 주인인 '영주'는 황보름 작가를 많이 닮았습니다. 소설은 워커홀릭이었던 능력있는 회사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동네서점을 시작하게 된 영주, 매일 알 수 없는 눈물을 혼자 조용히 흘리던 영주, 삶의 뚜렷한 방향이나 목적 없이 단지 하고 싶었던 서점 주인을 하게 된 영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 그런 영주가 운영하는 휴남동 서점에 드나드는 한 명, 한 명의 사연들이 풀어내져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잘 읽혔던 것은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각 인물들의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존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습니다. 황보름 작가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냥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 삶, 그리 암울하지 않아요. 당신, 충분히 잘 견디고 있어요. 미래? 아무도 모르잖아요. 조금만 둘러보면 고마운 분들이 있을 거예요. 우리 영주처럼, 민준처럼, 민철처럼, 민철엄마처럼, 희주처럼, 지미처럼 살아요. 이렇게 사는 삶도 괜찮아요.'

위로받은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제가 처음으로 '오디오북'으로 완독한 책입니다. 직장을 옮기며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을 넘게 되어 '오디오북'을 들으며 운전을 합니다. 이 책을 들을 땐 어서 운전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글로 읽은 것이 아니라 목소리로 들었기에 감동이 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이유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저에게 의미 있는 책입니다. 처음으로 완독한 '오디오북'이었으며 잊고 있었던 황보름 작가의 책이었으며, 잊고 있었던 소설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 휴남동 서점을 다 읽은 후, 지금은 또 다른 소설책을 읽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소설도 꾸준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휴남동 서점 덕분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신 분들, 미래 걱정 때문에 삶이 지루하신 분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 타인의 삶이 부러운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답을 제시해주지 않지만 생각의 여유를 주는 책입니다. 적어도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현실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유연해졌습니다.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딘가에 휴남동 서점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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