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나의...... 아름다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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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아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냐? 딸자식 목을 꺾어두고 밥이 넘어가? 네가 그러고도 애미냐? 나가 죽어라 이년."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책이다. 한 때 골목에서 놀아봤던 이들은 빙긋이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구엄마는 정신이 없다. 그 귀하디 귀한, 예쁘고 예쁜 딸 영주가 어이없게 죽은 것만 해도 서러운데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허구한 날 괴롭힌다. 그래, 그래도 남편이 직업이 있어 월급 꼬박꼬박 가져오고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아끼고 아끼며 돈을 모아 곧 이사갈 생각에 힘듦을 참고 참았는데 이 인간은 보증을 잘못 서서 전 재산을 날려버렸다. 그래 그 아들에 그 엄마지. 이젠 더 못 참는다.

동구엄마는 방을 나가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 뒤에서 시어머니의 욕바가지는 계속 되고 있었고 아들 동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엄마 그림자를 보고 있다. 왠지 밖에서 영주가 엄마를 부르는 것 같다. 영주야, 그래 밖에서 얼마나 추웠냐. 이 애미가, 이 애미가 안아줄게. 영주야 이리와. 정성스레 영주를 안았다. 영주를 안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그래 영주야 애미가 잘못했다. 애미가 잘못했어. 그깟 돈이 뭐라고 그깟 좀 더 큰 집이 뭐라고, 애미가 너를 놔두었단 말이냐. 얼마나 심심하고 힘들었으면 네가 여기에 나와서 감을 따다가 그 꼴을 당했단 말이냐. 영주야, 미안하다. 이제 엄마가 왔으니 한숨 자렴.

뒤에선 시어머니의 욕이 마당까지 따라와 퍼붓고 있다. 그래, 내가 이리 된 것이 모두 나의 잘못인가? 아니야, 시어머니가 나를 욕보이지만 않았어도, 시어머니가 조금만 나를 이해해 줬어도, 시어머니가 정상적으로만 나를 대해줬어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꺼야. 동구엄마의 눈이 순간 번뜩인다. 영주와 내가 밖에서 이럴 필요가 없지. 영주야 엄마랑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자. 동구 엄마는 영주를 안고 방으로 들어선다. 그때까지도 시어머니라는 작자는 눈에 불을 켜고 잡아먹으려는 듯이 소리치고 있다. 동구엄마는 지금껏 참아왔던 시집살이의 울분이 순간 쏟아져 나왔다. 이미 터져버린 수도관처럼 막을 길이 없었다.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오르자 동구엄마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쨍그랑!

동구엄마는 영주를 할머니 앞으로 내던져 버렸다. 시어머니는 순간 너무 놀라 멈쳐버렸고 동구도 겁에 질려 방구석으로 후다닥 몸을 숨기고 있다. 그것은 영주가 아니라 고추장 독이었다. 순간 동구 엄마는 정신이 돌아왔고 이 상황에 있는 자신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이 던진 것이 영주가 아니라 장독이라는 것을, 영주는 이미 죽고 없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며 이 집에 서 있는 자신이 너무 저주스러웠다.

성난 늑대마냥 방을 뛰쳐나왔다. 동구가 엄마, 엄마 하고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미친 듯이 골목으로 뛰쳐나왔다. 그냥. 그냥 다 잊고 싶었다. 모든 과거를. 계속 달려가면 영주가 태어나던 날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달리는 발바닥에 꺼칠한 시멘트 조각들이 살 속을 파고들었지만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단지 이 현실을 벗어나고픈 생각뿐이었다. - 동구 엄마의 생각으로 글을 연결한 픽션임

이 책의 사실적 주인공은 초등학교 3학년인 한동구 이다. 1977년부터 1981년이 시대적 배경으로 동구는 10.26과 신군부의 쿠데타, 5.18광주 민주화 항쟁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의식화된 경험이 아니라 어른들로부터 귀동냥으로, 단지 실제 탱크가 있다며 탱크를 구경하러 뛰어가며, 그리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했던 3학년때 담임 박영은 선생님의 행적으로 이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동구에게는 역사적 현실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직 박영은 선생님과 어떻게 하면 더 잘 지낼 수 있을까? 박영은 선생님을 어떻게 주위의 경쟁자(?)로부터 보호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다. 물론 이 생각은 박영은 선생님과 함께 할 때 하는 생각이고 집에 오면 동구는 달라진다. 할머니의 꾸지람으로부터 동생 영주를 보호하고 엄마의 애틋함을 달려주려 노력하고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책은 동구의 시각과 생각 위주로 쓰여 있다. 허나 동구 엄마의 삶이 더 애잔하게 다가왔다. 동구 엄마는 필요 이상으로 참으며 순종하고 살아간다. 왜 그 시대의 엄마들은 이래야 했을까. 오늘날의 엄마는 다를 것인가? 의문점이 생겼다.

당시 한국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조정래 작가의 '한강'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이 잘 나타난다. 나라의 제2건국을 위해, 경제적 성장을 위해, 쌀밥을 먹기 위해 모두가 처절하게 노력한다. 시골에 살던 사람들도 서울에 오면 밥을 안 굶는다는 믿음하나로 무작정 상경한 다. 많은 젊은이들이 아주 적은 임금을 받고, 그 어떤 노동자의 권리도 없이 노동을 착취당한다.

돈을 벌기 위해 여자들은 독일에 가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온갖 고된 일을 다하는 간호사가 되었고 남자들은 탄광에 가서 석탄을 캤다. 그 더운 사우디에 사막에 가서 도마뱀을 잡아먹으며 공사를 하기도 했다. 돈을 버는 자, 벌어야 하는 자, 돈을 버는 방법,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처절하게 서술되어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아빠에 대한 언급은 최소한으로 다루고 있다. 아빠는 단지 말이 별로 없고 기분 좋을 때는 비싼 물건을 서슴없이 사주시며 엄마와 할머니가 다투시면 무조건 할머니 편만 드는, 동구 입장에서는 한 번씩 미운 아빠로 비쳐질 뿐이다. 아빠의 속마음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아빠는 단지 엄마와 싸우는 역할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구 엄마는 달랐다. 돈을 벌어 오진 않지만 묵묵히 아빠의 월급만으로 생활하고 최대한 알뜰히 살며 뛰어난 음식 솜씨로 가족들을 보살핀다. 아빠와 싸우고 나서도 아이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할머니에게 억울한 욕을 계속 들어도 묵묵히 참으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 아무리 힘들고 또 힘들어도 동구와 영주(동구 여동생)를 보며 힘을 내시고 자식들을 보며 이겨내시는 우리들의 어머니시다. 하지만 결국 딸 영주가 죽고 나선 쌓였던 울분이 터져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딸의 죽음이 강한 어머니를 약하게 한 것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70년대에 아이들을 낳고 기르신 이 시대의 어머니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시대의 어머니들은 지금쯤 30대 중 후반의 자식들을 보고 계실 것이다. 이 자식들은 이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청장년층이 되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의 헌신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설움과 말 못할 경험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심윤경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했다. 작가의 경험이 어디까지 녹아 있는지 새삼 궁금하다.

이 책은 본인이 평가한 것처럼 그리 어둡고 불운한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밝은 내용과 중간 중간 나오는 유머들이 책장이 잘 넘어 가게 한다. 70년대의 삶과 관계있는 분들은 한번 꼭 읽어보길 권해 드린다. 해피엔딩이 아닌 책이지만 왠지 해피엔딩 같은 마무리를 하는 신기한 책이다. 심윤경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 10점
심윤경 지음/한겨레출판
(개정판)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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