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16
3년만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계속 고 3을 하다가 1학년을 하니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막 중학교를 졸업해 약간 상기되며 긴장된 얼굴로 약간 어색한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우리반 놈들이 참으로 귀엽다.
올해는 내가 담임으로써의 여유가 좀 생겼음을 많이 느낀다.
예전같으면 흥분하고 어찌해야 될지를 모를 일이 우리 반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난 흥분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무단 결석이다. 하루 걸러 나타나는 참 다양한 아이들의
무단 지각과 무단 조퇴등이다. 게다가 흡연까지..
어찌보면 문제아이들이 많은 골치아픈 반이지만. 예전 같으면
에너지를 쭈~~욱 뺐을 힘든 반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무단 결석하는 아이의 사정을 알고 무단 지각, 조퇴하는 아이들의
사정을 알고(물론 태만도 있다.ㅎ)
아이들의 마음을 들을려고 하고(연수의 결과물)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노력을 하니 그리 힘든 일이 없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에 오고 한 두명의 부적응학생들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그래도 사고치지 않고 늦게라도 와서 인사하고 대신에
벌로 '좋은 생각' 옮겨쓰기(올해 개발한 체벌 대용의 방법이다.)등
을 하고 야자를 도저히 못하겠다는 아이들에게도 각각의 대응책을
함께 고민하여 합의하며 재미있게 함께 가고 있다.
내일 모레 금요일에는 1교시 체육시간을 빌려 반 단합 축구경기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난리다.
'선생님 저 축구잘합니더'
'아입니더 점마 저거 개발입니더. 제가 더 잘합니더'
'증거를 대봐라. 니가 잘한다는 증거가 뭐냐?'
'저하고 같은 중학교 나온 친구들한테 함 물어보시예'
'무슨 중학교 나왔는데?'
'H중학교예'
'H중학교 나온 사람. 점마 저거 축구잘하나?'
우리반에서 H중학교 나온 애는 지 혼자였다.ㅡㅡ;;
아무튼 이래저래 말많고 시끄럽긴 하지만 귀엽다.
올해도 평안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살아있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활기차게 생활하는 이놈들과
함께 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